구찌, AR 콜렉션 준비…中 ‘라방’ 뛰어든 루이뷔통

입력 2020.09.17 06:10

[이코노미조선]
‘감성’으로 승부했지만 ‘기술’로 눈 돌린 명품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 중 하나인 패션. 패션만큼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반영되는 영역도 드물다. 과거 성공 방식에 얽매여 변화에 늦은 전통강자들은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며 선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패션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며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이유에 주목했다. 신흥 강자는 소비자의 마음을 바로바로 알아채고 이를 각종 신기술로 충족해주고 있었다. 단순히 패션 회사가 아닌 스스로 ‘패셔놀로지(fashionology·패션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의 합성어)’ 기업이라 자부하는 이들에 주목한다. [편집자 주]

명품 스니커즈 ‘가상 피팅’
中 겨냥 ‘라이브 커머스’ 시도
온라인 커머스 경쟁도 ‘후끈’

구찌가 9월 중에 선보일 예정인 AR 기술 기반 앱 ‘스니커 개러지’에서는 이용자가 직접 스니커즈를 디자인하고 가상으로 피팅할 수 있다.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디자인한 가상의 스니커즈도 공개된다. / 구찌
대표적인 제조업으로 꼽히는 패션 업계는 다른 업계에 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대전환)에 더딘 편이었다. 특히나 장인의 손길, 고객의 물리적 경험을 중시하는 명품 브랜드의 콧대는 더욱더 높았다. 하지만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경험에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04년생)가 소비 주축으로 등장하면서 패션 업계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에 기댈 수 없게 된 명품 브랜드는 위기의식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코로나19 탓에 글로벌 명품 시장 규모가 지난해 3500억달러(약 415조4800억원)에서 올해 2300억달러(약 274조원)로 줄어들 것으로 봤다. 비대면화·온라인화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두드러진 명품 업계의 디지털화 트렌드를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트렌드 1│구찌가 주목하는 ‘패션+AR’ ‘가상 피팅’하고 컬렉션 출시

명품 업계에서 디지털 혁신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구찌는 최근 증강현실(AR) 기술에 꽂혔다. 구찌의 AR 사랑은 지난해 7월 공식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테디셀러인 ‘에이스 스니커즈’를 가상으로 착용할 수 있는 AR 기술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 기술로 구찌 앱 화면에서 원하는 스니커즈를 선택해 모바일 기기의 카메라를 발에 비추면 ‘가상 피팅’을 할 수 있다. 구찌 공식 온라인몰로 연결되는 링크를 클릭해 원하는 스니커즈를 곧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구찌는 현실감을 주기 위해 벨라루스의 AR 스타트업인 워너비와 기술 협력했다. 올해 7월에는 소셜미디어(SNS)인 스냅챗과 협력해 AR 기술 기반의 가상 피팅과 구입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냅챗 앱에서 필터 선택을 통해 네 켤레의 구찌 스니커즈를 가상 피팅할 수 있고, 피팅 후 구매 버튼을 누르면 구찌 공식 온라인몰로 연결된다. 명품 브랜드가 타사 SNS 플랫폼상에서 가상 피팅과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첫 사례다. 스냅챗은 미국에서만 1억 명 이상이 사용하며, 특히 MZ세대의 선호도가 높은 SNS다.

구찌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바로 ‘가상 컬렉션’이다. 지금까지는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제품을 AR 기술로 구현할 계획이다. 9월 중 출시 예정인 구찌의 ‘스니커 개러지’ 앱에서는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구찌 스니커즈를 디자인한 뒤 가상으로 착용해볼 수 있다. 또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직접 디자인한 가상의 스니커즈도 이 앱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루이뷔통은 지난 5월 중국 소셜커머스 플랫폼 ‘샤오홍슈’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제품을 판매했다. 사진 샤오홍슈 / 대표 온라인 명품 커머스 플랫폼인 ‘파페치’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했다. / 파페치
◇트렌드 2│‘5억’ 중국인 겨냥한 라이브 커머스 진출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는 최근 중국의 소셜커머스 플랫폼 ‘샤오홍슈’에서 활동하는 왕홍(중국의 인플루언서) 3명을 고용해 3500달러(약 415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 300개를 팔아치웠다. 샤오홍슈는 이커머스와 라이브 스트리밍(실시간 방송) 기능이 결합된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시청자에게 상품을 소개·판매하는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이다.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44억달러(약 5조2228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중국 인구 중 62%, 약 5억 명이 라이브 커머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양대 SNS로 꼽히는 웨이보와 위챗도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하면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 전망이 밝은데도 명품 업계는 박리다매 판매 방식이 브랜드 가치와 희소성을 떨어뜨릴 것을 우려해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을 외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명품 업계는 중국 라이브 커머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 명품 브랜드는 티파니앤코를 비롯해 루이뷔통, 구찌, 발렌티노, 생로랑 등 ‘거물급’이 대부분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명품 판매 중 중국 비중은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명품 브랜드의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 진출은 시간 문제일 뿐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었다. 루이뷔통의 모그룹 LVMH의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이안 로저스는 지난 6월 보그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중국 명품 시장에 대해 "중국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은 거대한 흐름으로, 명품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 3│아마존도 진출? 온라인 명품 커머스 경쟁 치열

글로벌 패션 매체 WWD 등 일부 외신 보도를 통해 아마존의 온라인 명품 시장 ‘진출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아마존이 9월 중에 ‘파페치(farfetch)’를 벤치마킹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것. 2007년 설립된 파페치는 자신을 ‘테크 기업’으로 소개한다. 자체적인 재고 관리, 물류, 고객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전 세계 700여 개 협력 매장에 있는 명품 제품을 곧장 소비자에게 배송한다. 재고를 떠안을 필요도, 대형 창고나 물류센터를 운영할 필요도 없다. 혁신적인 사업 모델로 빠르게 몸집을 키운 파페치는 2019년 명품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프화이트의 모그룹 뉴가즈그룹을 인수하며 명품 업계의 키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아마존은 진출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지만, 명품 업계는 동요했다. 그동안 다수의 명품 브랜드가 ‘짝퉁’ 유통을 우려해 아마존 입점을 꺼렸다. 하지만 ‘유통 공룡’ 아마존이 직접 온라인 명품 시장에 진출할 경우, 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명품 판매의 10% 정도가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2025년 명품 판매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이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명품 시장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프라인 명품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던 올해 2분기, 파페치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74%나 뛴 3억6400만달러(약 4321억원)를 기록했다.

명품 브랜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체 온라인몰 운영 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프라다, 카르티에, 에르메스 등이 공식 온라인몰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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