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황색 벨트 원피스 매출 15% 오릅니다”…루이뷔통이 선택한 스타트업

입력 2020.09.16 06:10

[이코노미조선]
<Interview> 토니 핀빌 휴리테크 CEO

인간의 기본 욕구인 ‘의식주’ 중 하나인 패션. 패션만큼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반영되는 영역도 드물다. 과거 성공 방식에 얽매여 변화에 늦은 전통강자들은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며 선두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패션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며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이유에 주목했다. 신흥 강자는 소비자의 마음을 바로바로 알아채고 이를 각종 신기술로 충족해주고 있었다. 단순히 패션 회사가 아닌 스스로 ‘패셔놀로지(fashionology·패션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의 합성어)’ 기업이라 자부하는 이들에 주목한다. [편집자 주]

토니 핀빌. 프랑스 피에르 마리 퀴리 대학교(파리 제6대학교) 인공지능학 박사. 에스트 마른 라 발레대 IT·보안 전공, 전 파리 제6대학교 연구원, 전 비엘 트레디션(Viel Tradition) 연구·개발 총괄, 클라리타스 개발자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오늘의 패션(Outfit Of The Day)’의 준말인 ootd를 해시태그(#)한 게시물은 3억2228만여 건, ootdfashion을 해시태그한 게시물은 1647만여 건이다. 이런 게시물이 모이면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한다.

프랑스 회사 휴리테크(Heuritech)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패션 트렌드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선보인 떠오르는 패션 스타트업이다. 학습자가 문제 해결 방법을 발견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발견적 교수법을 뜻하는 영어 ‘Heuristic’과 기술 ‘technology’를 더한 이름이다. 2013년 박사학위로 머신러닝(기계학습)을 공부하던 토니 핀빌(Tony Pinville)과 찰스 올리온(Charles Ollion)이 만나 창업했다. 2018년 20명에 불과했던 임직원은 50명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510만유로(약 71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매출의 60%는 프랑스 밖에서 나온다.

이들의 첫 고객은 누구나 들으면 아는 패션 강자다. 바로 루이뷔통과 크리스찬 디오르. 이안 로저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 디지털 담당 최고책임자는 휴리테크에 대해 "SNS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 트렌드를 분석할 뿐 아니라 우리 상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보여지는지 알려준다"며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표출하는 데 우리 상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알 수 있게 한다"고 했다. 토니 핀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진행한 국내 첫 인터뷰에서 "이제 SNS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대가 왔다"라고 했다. 다음은 핀빌과 일문일답.

패션 시장에 변화를 야기한 건 무엇일까.
"이커머스(전자상거래)는 물론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인플루언서(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가 몇 안 되는 엘리트에서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패션 콘텐츠는 소셜미디어에 넘쳐흐르고 이로 인해 트렌드의 수명은 짧아졌다. 패션은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해시태그(#)한 단어 4위다. 각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집중하는 이유다. 웹 분석 기업인 허브스팟에 따르면 소비자의 71%가 소셜미디어에 언급된 상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또 디지털 혁신으로 패션 영역이 현실 세계에서 디지털 세계로 넓어졌다. AI가 재고 관리 등 다양한 경우에서 비용 효율화를 가능하게 해주고, 3D 쇼룸이 생겨났다. 제품 수명 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휴리테크는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AI 도구로 소셜미디어를 활용했다.
"2016년 LVMH그룹과 처음 협업한 다음 해 LVMH가 주최하는 혁신대회에서 우승했다. 휴리테크는 사업 초기 루이뷔통과 협업하며 머신러닝 기술을 패션 산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후 수백 명의 전문가를 만났고, 이들은 소셜미디어가 양산해내는 트렌드 정보를 분석해주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휴리테크는 자체 개발한 기술로 머신러닝과 알고리즘을 작동시킨다. 이를 통해 컴퓨터 영상 기술을 개발해 매일 300만 개 이상의 이미지를 분석한다. 이미지에서 모양, 소재, 무늬, 색깔, 프린팅 방법, 스타일, 브랜드 등 2000개 이상의 패션 요소를 포착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소비자와 인플루언서가 입은 옷을 분석해 미래 트렌드를 1년가량 앞서 포착한다. 정확성은 90%가량이다. 최근 브랜드에 제공한 인사이트 중 하나는 내년 미국 시장에서 짙은 황색(saffron)의 벨트 원피스 매출이 15%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디지털은 패션 산업의 유통 채널을 늘려준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스칸디나비아 기반의 패션 브랜드 ‘칼링스(Carlings)’가 세계 최초로 디지털로만 존재하는 디지털 컬렉션, 3D 패션을 선보였다. 눈으로 봤을 때는 아무 무늬가 없는 티셔츠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비추면 나타나는 디지털 옷이다. 가상 모델도 등장했다. 디지털 패션쇼도 생겼다. 이외 AI는 사람들의 새로운 취향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게 해준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요구에 반응하기에 앞서 시장을 좀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휴리테크는 SNS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 트렌드를 분석한다. / 휴리테크
휴리테크는 패션 회사인가, 정보기술(IT) 회사인가.
"두 영역을 아우르는 패션테크 회사다. 50명의 직원 중 절반은 IT를, 나머지 절반은 패션 경험이 있다. 머신러닝 박사학위를 딴 직원도 7명 있다."

주요 고객은 누구인가.
"명품사 루이뷔통, 크리스찬 디오르, 불가리, 몽클레어, 자동차 브랜드 지프의 랭글러, 패션사 파코 라반,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 등 다양하다. 이들은 휴리테크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 플랫폼에 접근한다. 이들은 휴리테크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고 지역별·고객별 재고를 조정하는 등 종합적인 전략을 짠다."

오늘날 소비자는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화를 추구한다. 브랜드는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고, 브랜드가 이러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원한다. 최근 미국에서 인종차별 논란과 관련해 불거진 #BlackLivesMatter(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움직임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이외 지속 가능성도 중시한다. 소비자는 이제 모든 브랜드 그리고 그들 움직임의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상품을 소비하며, 국가별로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패션 산업의 전통 강자들이 그들의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할까.
"사업 모델을 바꾸기보다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는 게 맞다. 소셜미디어는 디지털 태생 브랜드가 부상하는 데 일조했다. 디지털 태생 브랜드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려 소통한다. 이들은 고객과 함께 상품을 만들어 간다. 기존 전통 강자들은 상품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이런 강력한 브랜드 DNA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로나19가 패션 산업에 미칠 영향도 소셜미디어로 분석 가능한가.
"브랜드들은 더 이상 직감만으로 의사 결정하지 않는다. 가령 마스크가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할지 궁금하다고 해보자. 분석 결과 중국(4.5%)·일본(4.2%)이 유럽연합(2.5%)·미국(2.8%)·브라질(2.7%)에서보다 마스크 사진을 SNS에 많이 올렸다. 마스크 사진은 인스타그램보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월등히 많이 올라왔다. 서양 국가에서는 아직 마스크가 익숙하지 않지만 동양 국가에서는 이미 마스크는 하나의 액세서리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마스크는 동양 국가에서 더 많이 착용한 것으로 포착된다. 특히 중국, 한국처럼 미세먼지가 많이 나타나는 나라에서는 이전부터 관련 사진을 많이 올렸다. 구찌, 셀린을 포함해 여러 브랜드가 마스크를 이 시대의 액세서리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관련 제품을 내놨듯, 마스크가 이 시대의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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