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줄고 시간은 늘고"… 코로나에 직장인들 투잡 대신 ‘1.5잡’ 뜬다

조선비즈
  • 정민하 기자
    입력 2020.09.08 14:12

    직장인 정모(27)씨는 최근 배달 대행 알바를 시작했다. 회사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급여를 평소의 80%만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다른 직업을 하나 더 가질 엄두는 안 나지만 용돈이라도 벌어보려고 시작했다"며 "코로나 사태로 같은 처지의 직장인이 많은지 배달 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직장인들 사이에 ‘1.5잡’이 대세다. 주52시간제 이후 유연근무제가 도입돼 근무시간이 줄어든 데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임금까지 감소했기 때문이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휴식 시간을 완전히 할애해야 하는 완전한 투잡보다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고를 수 있는 부업을 찾는 발길이 많아지고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기업 중 29.2%가 유연근무제를 새로 도입했고, 45.8%는 기존 제도를 보완·확대했다. 재택근무와 근무 일수 조정 등이 늘자 면세점·호텔 및 유통업계 등에서는 일시적으로 주 4일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나오기도 했다.

    근무 일수가 줄어들자 임금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난달 25~28일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와 임금 변화를 조사한 결과 3분의 1이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3월과 4월에는 68%의 응답자가 소득이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감소 폭은 평균 20.9%를 기록했다.

    이에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용돈벌이식’ 일거리가 인기다. 배달의민족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 쿠리어 등 배달 알바가 대표적이다. 퇴근 후 본인의 스케줄에 맞춰 날짜와 시간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신청이 가능하고 자동차를 비롯해 자전거, 도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배달할 수 있다. 요기요를 통해 동네(해당 점포 반경 1.5㎞ 이내)에서 주문 접수된 GS25 상품을 배달하는 ‘우리동네딜리버리(우딜)’은 지난달 19일 론칭 이후 지난달 31일 정오까지 약 13일간 7000여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 5월부터 자동차를 이용해 배민커넥트를 하고 있는 회사원 김모(31)씨는 "피크 타임이나 비 오는 날 이벤트를 공략하면 오후에 10만원 정도 벌 수 있다"며 "이제는 동네 지형 파악도 되다 보니 하고 싶은 날에만 나와서 바짝 하고 들어간다. 몸도 덜 피곤하고 괜히 지갑도 두둑해진 기분이 든다"고 했다.

    배민커넥트 근무자. /우아한형제들 제공
    자신의 업무 관련 특기나 취미를 살려 부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클래스101, 탈잉 등 재능공유 플랫폼에 자신이 촬영한 강의를 올리고 유료 콘텐츠를 통해 강의료를 받는 방식이다. 강의 주제와 강사의 스펙을 따지지 않고, 영상 제작 관련 기술이 없어도 플랫폼에서 지원이 되기에 진입장벽이 낮다는 평을 받는다.

    클래스101에 그림 그리기 강의 개설을 준비하고 있는 김모(30)씨는 "회사에 안 가는 주말에 취미 삼아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 줄 몰랐다"며 "코로나 때문에 임금도 동결된 마당에 소액이라도 강의료가 들어오면 위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손모(28)씨도 "코로나19로 어려워지는 기업이 많다 보니 회사만 믿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업은 나만의 경쟁력을 키우고, 부수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스마트스토어 창업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기업의 인력 관리 정책 변화와 임금 감소, 플랫폼 다변화 및 비대면에 대한 거부감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1.5잡’이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리운전 등 취침 시간을 포기해야 했던 과거 투잡과 달리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해 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전 직장인들은 부업을 하고 싶어도 인프라와 노하우를 갖춘 다음 대량의 수요가 있어야만 뛰어들 수 있었다"면서 "최근 인터넷 플랫폼의 발달로 소수의 고객 수요만 있어도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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