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 버라이즌에 5년간 장비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 제공"
단일 수출계약으로 韓 통신장비 역사상 최대 규모… 에릭슨·노키아 추격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005930)가 미국 1위 통신사업자이자 이동통신 매출 기준 세계 1위인 버라이즌과 7조9000억원 규모의 네트워크 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5G(5세대) 통신장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규모는 한국 통신장비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계약이다.

삼성전자는 7일 "이번 계약으로 2025년 12월 31일까지 5년간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버라이즌에 공급하게 됐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로 생긴 수출 공백을 메우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중소 협력사들의 매출 증대,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 3.5㎓(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경매가 완료된데다 애플의 첫 5G폰 출시가 임박한 상황이어서 버라이즌을 비롯한 주요 통신사들의 5G 장비 투자, 고도화 경쟁이 본격화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애플은 10월중 내놓을 아이폰12를 첫 5G 모델로 출시하기로 했고, 8000만대의 출하목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약 297조원 규모)이며 세계 기지국 투자의 20~25%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꼽힌다. 버라이즌은 이 중에서도 1위 사업자로 1억8300만명의 가입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버라이즌의 연간 투자 규모는 국내 통신업계 전체의 세 배 규모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버라이즌은 업계 1위인 화웨이 장비를 전혀 쓰지 않고 에릭슨·노키아 장비를 주로, 삼성전자 장비를 약간 써 왔으나 이번 대규모 공급계약으로 다른 외산업체들의 공급 비중이 약간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13.2%로 화웨이(35.7%), 에릭슨(24.6%), 노키아(15.8%)에 이어 4위다. 미국 중심으로 화웨이 장비 배제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삼성전자가 추격의 고삐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5G 투자가 선제적으로 이뤄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지에서 선전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해 4월 세계 최초 5G 상용서비스를 주도한 데 이어 미국에서는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와 5G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일본에서도 KDDI와 5G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캐나다 비디오트론(2019년 12월)·텔러스(2020년 6월), 미국 US셀룰러(2020년 2월), 뉴질랜드 스파크(2020년 3월) 등 글로벌 통신사들로부터 신규 네트워크 장비를 수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