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코로나19 동시 유행 '트윈데믹' 공포 엄습
식약처, 작년보다 20% 늘어난 3000만명분 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을 목전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에 독감 유행까지 겹치는 ‘트윈데믹(Twindemic)’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윈데믹이란, 증상이 비슷한 독감과 코로나19가 쌍둥이처럼 함께 대유행할 수 있다는 의미의 단어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일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위기라고 하지만 겨울에 독감이 같이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오면 진짜 재난이 시작된다"며 "우리나라는 지난 2,3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 국민들이 신속하게 마스크 착용 및 손씻기를 강화하면서 역설적으로 독감 환자가 줄었지만, 이제 다시 독감 유행시즌을 대비 해야할 때"라고 했다.

독감과 코로나19 두 바이러스 유형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독감백신이 직접적으로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독감과 코로나19의 증상이 유사해서 개인으로서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고, 국가 전체로서는 방역체계 마비를 일으킬 주요 요인으로 꼽히기에 예방이 최우선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지난 2~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코로나19 환자 중 일부에서 감기, 독감 바이러스 등 다른 유형의 호흡기 바이러스가 동시 발견된 사례가 있었다. 이는 돌아오는 가을과 겨울,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에 감염되는 환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국내 독감 환자는 11월 늘기 시작해 이듬해 1월까지 크게 증가한다.

코로나19 감염자와 독감 감염자는 증상이 유사해 감별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치료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열이 나거나 피로감이 커지고 기침이 나거나 목이 아픈 등의 임상 증상만으로 독감과 코로나19 환자를 분별하기 어렵다.

김 교수는 "열이 나고 인후통이 있는 환자가 왔을 때, 독감으로 생각하고 타미플루를 처방해야 할지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할지 임상 현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독감과 코로나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검사할 수 있는 PCR검사의 개발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나마 해결책(타미플루 등)이 나와있는 독감 감염에 대한 예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영국 속담에 ‘1온스(30g)의 예방이 1파운드(450g) 이상의 치료 효과를 갖는다’라는 말처럼 독감 백신을 최대한 많이 맞아두면 그나마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이득이 되는 것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 방역 전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반감염 우려도 독감 예방 접종을 해야 하는 이유로 꼽혔다. 독감과 코로나19는 하기도 감염질환(폐렴)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이론적으로는 두 질환 모두 폐렴 등 하기도 질병을 유발하기에 동반감염시 증상이 더 악화되거나 사망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독감백신은 통상 접종 2주 후부터 예방 효과를 보며 6개월간 면역이 유지된다. 따라서 9~10월 중 예방접종하는 것이 좋다. 생후 6개월~만 18세 어린이, 임신부, 만62세 이상 고령자는 올해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대상으로 보건소 및 지정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을 맞을 수 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일 코로나19와 계절 독감(인플루엔자)이 동시에 유행할 것을 고려해 백신 공급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올해 지난해보다 20% 증가한 3000만명 분량의 독감 백신 수급을 하기 위해 국가출하승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독감 백신 공급량을 늘리고 시판 전 마지막으로 품질을 확인하는 국가출하승인 절차 역시 신속하게 밟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무료 접종이 시작되는 이달 22일 이전까지 우선적으로 2600만명 분량 이상을 출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