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공매도 논란, 성숙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조선비즈
  • 정해용 증권팀장
    입력 2020.09.07 04:00

    지난달 30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를 비판한 기사를 내보냈다. FT는 한국 정부(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를 내년 3월 15일까지 6개월 연장한 것에 대해 헤지펀드 등 외국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빌려 비판했다. 한국이 전세계에서 공매도 금지를 유지하고 있는 3개국이며 나머지 두곳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뿐이라고도 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대표는 한국 정부의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에 대해 "바이오 종목 주식의 버블을 키우고 향후에 개인투자자들이 더 큰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The move could inflate a bubble in the bio sector, which could cause bigger losses on retail investors later).
    "고 했다. 공매도가 기업가치에 비해 높게 평가된 주식의 향후 주가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위험회피용 투자법이고 주가가 기업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해주는 순기능도 있는데 1년이나 이를 금지시킨다는데에 대한 반발이다.

    그러나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주가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지속적으로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여론이 악화된 원인은 제도의 불균형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고 사실상 기관과 외국인만 공매도를 하다보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매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제도가 미흡하고 각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이 갈릴 때 균형을 잡아주고 합리적인 대안을 잡아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논의도 하지 않은 채 6개월간 추가 금지를 성급히 결정한 측면이 있다. 당초 이달 15일까지만 연장 여부를 결정하면 될 일이었지만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오후 예정에도 없는 금융위원회를 열어 6개월 연장을 결정지었다.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치권과 개인투자자의 여론에만 휩쓸려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매도 금지 연장이 결정된 다음 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249억원을 순매도했다. 선물시장에서도 1721억원을 내다 팔았다. 이튿날(8월 31일)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361억원, 선물시장에서는 4270억원을 각각 매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매도한 금액은 1999년 국내증시를 집계한 이후 최대 금액이다. 외국인은 공매도 금지 연장 발표 후 지난 4일까지 6거래일 중 5거래일을 순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은 2조4452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공매도 금지 이후 추가 입장 자료에서 "공매도 금지는 한시적 조치다. 공매도 관련 제도개선 사항을 신속히 검토·추진할 계획"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여 부정적 인식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곧 공매도가 다시 허용돼야 한다면 이제는 개인투자자들에게만 불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지 않도록 제도를 확실히 개선해야 할 때다. 일본처럼 개인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전문 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도 한국 자본시장을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성숙한 시장으로 인식하도록 해야한다. 정부의 다음 번 공매도 정책 발표문은 한시적이지도 않고, 부정적 인식을 최소화하기 위해 또 누군가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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