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대표 "메디톡스 손든 ITC 판결 역사상 유례없어… 11월 최종판결서 반전될 것"
렘데시비르 코로나19 치료 효과 40배 구충제 인도·필리핀서 임상 앞둬
또다른 후보 국내 2상 개시 10월 의료현장 제한 사용… 줄기세포치료제는 연내 시판 계획
매출 10~12% 연구개발 투자 지속… 임상 3상 단계 신약 역류성식도염치료제 등 2종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역사상 유례가 없는 판결이다. 오는 11월 최종판결에서 반전이 있을 것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45)는 지난 25일 서울 대웅제약 강남분원에서 진행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자신했다. 지난달 7일 ITC가 대웅제약(069620)과 메디톡스(086900)간 ‘보톡스 전쟁’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판결을 내린 데 대한 입장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미국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을 상대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기밀인 보톡스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제소했다. ITC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톡스제품인 ‘나보타’ 제조에 사용한 보톡스 균주는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메디톡스의 주장을 인정하는 취지의 예비판결을 내렸다.
대웅제약은 이같은 판결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균주가 영업기밀이 된 사례가 없고, 해당 균주는 이미 과거에 미국에서 여러 나라로 유출돼 여러 회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은 ITC 위원들이 예비판결에 대한 리뷰(재검토)를 결정하고 최종판결에서 정반대의 결론을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TC의 예비판결에 대해 6명의 위원이 전원 받아들이면 그대로 판결이 확정되지만, 다음달 21일까지 1명이라도 리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양사가 11월 6일 최종판결을 두고 다시 다투게 된다. ITC 위원들은 리뷰 여부를 두고 제3의 기관·개인으로부터 ‘퍼블릭 인터레스트(공익성) 스테이트먼트’를 받아 참고할 수 있다.
전 대표는 "최근 에볼루스(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고객 40~50명을 포함해 다수의 기관과 저명한 전문가들이 (예비판결이 잘못됐다는) 스테인트먼트를 제출했다"며 "스테인트먼트에 따르면 균주는 영업기밀이 될 수 없고 그런 판결 사례도 없다. 이런 주장은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이번에 처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박성수 나보타사업본부장도 "두달여 전 ITC 전 위원장도 ‘예비판결이 받아들여지면 미국 ITC 규정과 관세법은 다시 정해져야 한다’고 했다"며 "영업기밀 침해 인정 범위를 이렇게까지 확장하면 기존에 인정 안 되던 것들까지 여러 회사가 다 가져와서 다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TC 제소는 미국이 자국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부당한 수출입 행위를 밝히기 위한 것인데, 메디톡스의 제품 ‘이노톡스’는 미국 내 시판도 되지 않아 미국의 이익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우리 제품은 엘러간의 미국 보톡스 시장 독점을 깨고 단기간내 업계 3위에 오르며 의사와 환자들에게 환영받았다"며 "이번 판결이 미국의 이익을 오히려 훼손한다는 스테인트먼트도 나왔다"고 했다. 이어 "엘러간의 보톡스 제품이 출시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미국 내 시판 중인 경쟁 제품은 (대웅제약 제외) 단 2종이고 이 둘의 점유율을 합쳐도 30%에 불과하다"며 "엘러간은 이미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전 대표는 엘러간과 메디톡스가 지난해 2월 나보타의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 직후 ITC 제소를 건 사실 등을 근거로 들며 "앨러간이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과 메티톡스 국내 업체간 분쟁이 결과적으로 제3자인 미국 엘러간의 이익을 위하는 꼴이라는 설명이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양사는 ITC 제소 전인 3년 전부터 국내 법원에서도 같은 쟁점으로 1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전 대표는 "영업기밀 침해의 증거가 없어서 3년째 결론을 못 내고 있다. ITC 최종판결이 이뤄지면 그 증거들을 참고해 국내 법원에서도 판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웅제약은 오는 11월 최종판결과 이후 대통령 리뷰에서도 현재 예비결정이 유지돼 나보타가 미국 내 판매금지가 확정될 경우 연방법원에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설령 판매금지가 이뤄져도 당장 회사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3~4% 이내로 미미하다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현지 보톡스 시장에서의 실적은 오히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더 큰 영향을 받고있다.
"이번 일이 아니더라도 코로나19 때문에 보톡스 시술과 같은 비필수적인 시술은 미국 내 대부분의 주에서 금지됐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 점유율 역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날 전 대표는 자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3종의 개발 현황과 계획도 밝혔다. 치료제 후보물질 ‘니클로사마이드’는 인도에서 임상 1상 승인을 받아 조만간 정상인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실험에 들어간다. 이달 중 필리핀에서도 1상이 실시된다.
국내 임상도 추진 중이다. 전 대표는 "연내 국내 2상을 끝내고 긴급사용승인 신청을 추진하며 내년 초에 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클로사마이드는 구충제로 개발됐지만 폐섬유증 등 폐질환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여 연구되고 있다. 앞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약물 스크리닝 결과 항바이러스 효능이 렘데시비르의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췌장염 치료제 ‘카모스타트’도 지난 24일 코로나19 치료제로 국내 2상을 시작했다. 오는 10월 내 마치고 의료현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카모스타트 역시 파스퇴르연구소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침투 능력을 억제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난 19일 파스퇴르연구소와 해외 임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의 나파모스타트와 비슷하지만, 나파모스타트가 24시간 계속 투여하는 방식인 반면 카모스타트는 먹는 약이다.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는 해외 임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감염 중증환자의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지난 17일부터 인도네시아에서 환자 대상 1상에 들어갔다. 국내 임상도 검토 중이다. 전 대표는 "첨단바이오법에 따라 줄기세포 치료제는 3상 없이 2상만 통과해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연내 시판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했다.
대웅제약은 올 2분기 매출액이 22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48억원으로 전년 동기(171억원) 대비 적자전환했다. 전 대표는 (연간) 1000억 매출을 올려온 라니티딘 성분 알비스 잠정 판매중지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나보타 수출이 타격을 입은 영향이 컸다며 이 두 요인을 제외하면 매출이 10%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웅제약은 이 와중에도 올 상반기 연구개발에 전년 동기 대비 22.1% 늘어난 296억원을 투입했다. 전 대표는 "매출의 등락에 관계 없이 매출의 10~12%는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전 대표는 코로나19치료제 외에도 현재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신약이 2종있다며 차세대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와 당뇨치료제라고 소개했다. 식도염 치료제는 3상만 5회 추가하면서 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며 식약처에 허가신청을 한 상태라고 전했다. 당뇨치료제 신약은 임상 2상이 거의 끝났고, 올해 3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2000년 대웅제약에 입사, 2018년 3월 43세에 대표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전 대표는 "2년 6개월 동안 악재도 많았지만 연구개발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호재도 혼재하는 기간이었다"며 "악재를 빨리 정리하고 호재를 갖고 성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