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 1조3000억… 삼성디스플레이, 내년부터 LCD 접고 QD에 집중
내년부터는 LCD 생산 절반, 中 BOE·CSOT가 담당할 듯

중국 가전업체 TCL 그룹 자회사인 패널업체 CSOT(차이나스타)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우리돈 1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LCD 생산능력(캐파) 기준 전 세계 2위인 CSOT와 1위 BOE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LCD 공장.

TCL은 28일(현지 시각) 저녁 자회사인 CSOT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공장 지분 60%를 10억8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나머지 지분 10%는 모회사인 TCL이, 30%는 쑤저우 시 정부가 각각 갖고 있다. 이에 따라 CSOT는 8.5세대 생산라인 3개, 11세대 라인 1개를 보유하게 됐다. CSOT는 내년 초 11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을 추가로 앞두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쑤저우 LCD 공장 지분을 매각하면서 동시에 CSOT의 관련 지분에 7억3900만달러(약 8700억원)의 투자를 하며 지분율 12.33%로 2대주주에 올랐다. 공장 매각 이후 어느 정도 수율(완제품 비율)을 낼 수 있도록 기술지원 등 협력을 하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CSOT는 삼성 측이 LCD 출구전략과 중국 공장 매각을 공식화했을 때부터 '쑤저우 공장 인수 후보 1순위'로 꼽혀왔다. 모회사가 공장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 최근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 쑤저우 LCD 공장은 삼성디스플레이 LCD 캐파의 약 27%, 전 세계 대형 LCD 캐파의 약 2.8%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LCD 캐파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BOE와 CSOT가 각각 24%, 14%, 삼성디스플레이가 1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향후 두 중국 패널업체의 생산능력은 50% 가까이 올라가며 업계를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은 한때 일본, 한국, 대만이 장악해 왔으나, 이제는 후발 중국업체들의 저가 물량공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이른바 '중국 시대'가 도래하게 됐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퀀텀닷(QD)디스플레이 양산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13조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QD 생산라인을 셋업 중이며, 평가용 패널을 삼성전자, 소니, 파나소닉 등에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김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