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삼성重 에탄운반선 발주처 알고보니 중국… 中선사도 한국산 찾는다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0.08.31 06:00 | 수정 2020.08.31 08:43

    VLEC 기술력 한계…中, 자국엔 2척 한국엔 6척 발주

    현대중공업(009540)삼성중공업(010140)이 최근 초대형 에탄 운반선(VLEC) 4척을 수주한 가운데, 당초 ‘아시아의 한 선사’라고 알려진 발주처가 중국의 석유화학기업 STL(Zhejiang Satellite Petrochemical)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기업마저 선박 품질과 정해진 일정 내에 인도하는 능력 등을 감안해 자국 조선사가 아닌 한국의 조선사를 찾는 셈이다.

    중국은 한국보다 먼저 수주한 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1년 넘게 건조가 지연되는 등 한국과의 기술력 격차를 기대했던 만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 VLEC./ 삼성중공업 제공
    ◇ "중국도 한국 조선소를 택했다"

    31일 트레이드윈즈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STL은 지난 24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 VLEC( 9만8000㎥급)를 각각 2척씩 발주했다. VLEC 1척당 가격은 1300억원 수준으로 대표적인 고부가 가치 선박이다. 두 조선사는 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해 ‘아시아 지역 한 선주로부터 수주했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선 발주처로 STL을 지목하고 있다.

    이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발주처가 STL인지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약 상대방인 선주사를 밝히지 않는 경우는 비밀 유지 합의에 따라 흔히 있는 일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주사와 용선사 간 용선료(선박 대여료) 협상 과정에서 신규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면서 "선주사가 선박을 얼마나 보유하고 어떻게 운용하는지 용선사가 알지 못해야 협상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STL은 지난해 11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두 조선사와 같은 해 3월 7일 세계 최대 VLEC를 건조하기로 사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지한 바 있다. 당시 STL CEO는 "글로벌 석유화학 물류 공급망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STL이 자국 조선소인 장난조선소에도 2척을 발주했지만, 한국 조선소와의 계약에는 2척 외 추가로 동급 선박 1척에 대한 옵션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한국만 추가 수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국이 VLEC를 건조할 조선사로 한국을 택한 것은 압도적인 기술력 차이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VLEC는 에탄을 액화한 뒤 영하 94도의 화물창에 보관·운반해야 하므로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된다. 한국 조선사들은 같은 가스선인 LNG운반선을 다량 건조한 경험이 있어 VLEC를 건조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당연히 인도 지연 등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 선주 입장에서 리스크가 적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4년에도 세계 최초로 VLEC 6척을 수주, 성공적으로 인도한 바 있다. 특히 전 세계에서 발주된 VLEC 18척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절반 이상인 총 11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이미 동급의 VLEC 3척을 건조하고 있다.

    중국 조선소 전경 /블룸버그 제공
    ◇ "中, 기술력보단 정부 금융 지원으로 韓 추격"

    세계 최고 조선강국이 되겠다며 절치부심하던 중국 조선업계는 한국과의 기술력 차이를 실감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한국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다. 중국은 한국보다 7개월 앞선 지난 2017년 9월 프랑스 선사 CMA CGM으로부터 LNG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으나 아직 건조를 완료하지 못했다.

    중국은 당초 지난해 11월 해당 선박을 인도해야 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1년 가까이 인도를 못 하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후둥중화와 상하이와이가오조선이 맨 처음 해당 선박을 수주했으나 기술력 한계로 건조를 포기했고, 건조업체가 SCS조선으로 변경됐다. 그 사이 한국은 지난 24일 중국보다 먼저 배를 띄워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무현 하나금융그룹 애널리스트는 "해외 언론에 중국의 인도 지연 소식이 강조되면서 중국 조선소에서는 선박의 인도를 서두르고 있다. 보통 선박이 인도되기 전까지 선박 건조 과정에 대해 함구하는 것이 보통인데 건조과정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선박 기술자들은 이 선박의 가스 엔진 시운전에 대한 기술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기술력보다는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 조선업계를 맹추격하고 있다.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 4월 중국이 카타르에서 LNG추진선 16척을 수주한 배경도 중국 정부 차원의 막대한 지원 덕분이라는 분석이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금융당국에선 자국 조선소에 발주할 경우 건조 비용의 절반 이상을 지원한다"며 "중국이 LNG 최대 수입국인 점도 카타르가 발주했던 이유"라고 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세계 선박 발주량(293척·661만CGT) 가운데 중국은 374만CGT(164척, 57%)를 수주해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168만CGT(49척, 25%)를 수주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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