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33) “감미료 넣지 않은 프리미엄 장수막걸리, 곧 나옵니다.”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8.28 15:17 | 수정 2020.08.29 11:44

    장수막걸리 생산하는 서울탁주 장재준 회장, "당일 생산, 당일출고로 가장 신선한 막걸리 공급"
    공기가 숨쉬는 부직포 캡 사용, 10일간만 유통하는 장수생막걸리라 ‘십장생'
    인공감미료 넣지 않은 고급 막걸리 개발 끝나...코로나 여건 개선되면 시장에 내놓을터
    수입쌀 제품이 여전히 90% 차지…"국산쌀로 만든 제품 비중 매년 꾸준히 늘고 있어"
    51명의 주주 조합원이 회장 선출…1963년에 서울 시내 51개 양조장이 7개로 통폐합

    일년에 무려 2억병이 팔려 ‘국민 막걸리’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장수막걸리는 ‘신선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중소 규모의 웬만한 동네 수퍼 매장에는 당일 생산한 제품들이 오후부터 이미 진열돼 애주가들을 기다린다. 막걸리 판매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는 저녁 무렵에는 대형마트, 동네 수퍼, 식당 등 전국의 장수막걸리 판매업소에는 당일 생산된 신선한 제품이 공급돼 있다.

    장수막걸리 유통기한은 단 10일. ‘10일 지난 장수막걸리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판매현장에선 ‘10일 전이 아니라 5일 전’에 생산된 장수막걸리도 보기 어렵다. 생산되는 즉시 유통되고, 유통되자마자 판매가 거의 끝나는 ‘선순환 구조'를 장수막걸리는 갖고 있다.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서울 7곳과 2010년에 지은 충북 진천공장 등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8개 양조장은 새벽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산이란, 발효된 막걸리를 750ml 투명 페트병에 주입하고 박스에 담는 공정을 말한다. 병에 담기 전 막걸리는 14일간의 발효를 거친다.

    서울탁주 장재준 회장은 “당일생산, 당일출고로 가장 신선한 막걸리를 공급해온 것이 장수막걸리의 1등 비결"이라고 말했다. /박순욱 기자
    장수막걸리 8개 공장 중 가장 부지런한 양조장은 진천공장이다. 전국의 대형마트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진천공장은 날짜가 바뀌는 새벽 0시부터 생산을 시작해, 아침 무렵에 생산을 끝낸다. ‘당일 생산, 당일 출고(유통)’의 원칙이 장수막걸리가 가장 신선한 막걸리를 생산하는 비결이다.

    서울 장수막걸리 장재준 회장 인터뷰를 하루 앞두고 지난 20일,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탁주 성동연합제조장을 아침 일찍 찾아갔다. 막걸리 생산 현장을 사진에 담고 싶다고 하자, 성동양조장측은 "아침이면 생산이 끝나니까 그 전에 와야 한다"고 해서 7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막걸리 병 주입 공정이 끝나기 전에 도착해, 생산 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십장생(10일 유통되는 장수생막걸리)’ 장수막걸리는 자동세척된 페트병에 술이 담기자마자 곧바로 20개 들이 박스에 담겨, 대기 중인 냉장 탑차에 속속 실려 서울 및 경기 지역 대리점으로 옮겨갔다. 이곳 성동양조장에서 만든 술은 양조장 소재지인 서울 성동구를 비롯해 노량진, 용산 일대, 그리고 경기 지역 중에는 수원, 분당, 오산 지역에 주로 배송된다.

    서울탁주 성동연합제조장에서 장수생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이날 생산된 제품들은 곧바로 냉장트럭에 실려 판매처로 배송된다. /박순욱 기자
    이날 오전 5시에 시작해, 9시쯤 생산이 끝난 장수막걸리 수량은 4만9000병. 무더위 탓에 평소보다 생산량이 소폭 줄어들었다고 했다. 서울탁주 성동연합제조장 김석중 관리부장은 "10도 정도의 온도 상태에서 병에 담긴 술은 박스에 담기자마자 10도 이하의 온도를 항상 유지하는 트럭에 바로 실려 나가기 때문에 단 1분도 공장에 머무를 틈이 없다"며 "제품을 쌓아두는 창고 자체가 공장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8월21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서울탁주(장수막걸리 생산업체) 본사를 방문했다. 1층에 장수막걸리 홍보관이 없었더라면 서울탁주 본사인 줄도 알기 어려웠을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국민막걸리’라 불릴 정도로 사랑받는 장수막걸리는 그러나, 술 담당 기자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병당 겨우 30원 정도의 세금(소주는 한병 세금이 570원)을 낼 정도로 세금특혜를 받으면서도, 국내산 쌀이 아닌 수입쌀로 만드는 장수막거리 비중이 90%에 달한다. 그나마 국산쌀 제품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폐쇄적이라고 지적을 받고 있는 회사 경영정책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상장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진천공장을 제외하고는 경영실적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서울 7곳 양조장의 개별 일년 생산량, 매출, 영업이익, 대표의 연봉액 등에 대해서는 서울탁주 본사마저도 모른다고 한다. 51명의 조합원(주주) 중에서 선출되는 서울탁주 회장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도 거의 응하지 않는다. 지난 1월에 새로 취임한 장재준 회장과 조선비즈 인터뷰는 이런 와중에 어렵게 성사됐다.

    지난 6월, 장수막걸리는 페트병 색깔을 녹색에서 흰 투명색으로 바꾸었다. 그 이후 청량감이 다소 줄었다, 레시피(제조 방법)가 바뀐게 아닌가? 이런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방침에 호응하기 위해 기존의 녹색병에서 투명한 병으로 바꾸었지만, 제조 레시피의 변화는 전혀 없고 맛의 차이도 없다. 우리도 병을 바꿀 즈음 소비자들의 반응에 굉장히 신경을 썼다. 연구소에서 여러번 산도를 점검하고 미세한 맛의 변화가 있는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 다만, 병 색상을 바꾼 시기가 올해 6월10일인데, 병 교체 직후 평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겨,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보관에 문제가 있었을 수는 있다고 본다.

    녹색 병과 투명 병의 색상 변화에 따른 시각적 선입견도 소비자들이 맛의 변화라고 느낄 수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기존의 녹색병이 청량감을 더 주는 것같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술을 마실 때, 음용 전의 컨디션이 맛에 가장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와인을 마시든, 맥주나 막걸리를 마시든, 술 온도와 입 안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

    메인 제품인 장수막걸리는 유통기한이 10일이지만, 재작년에 새로 나온 인생막걸리는 유통기한이 30일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가?

    "장수막걸리의 ‘유통기한 10일’은 당일생산, 당일 유통판매의 의미다. 생산하는 그날 바로 출고를 한다. 그래서 10일 이내에 장수막걸리를 마시라는 것인데, 대개 일주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만큼 빨리 판매가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신선한 제품을 소비자들들이 마실 수 있도록 ‘10일 유통'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장수막걸리는 신선하고 청량감이 특징인 반면, 젊은층을 겨냥한 인생막걸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의 제품으로 지향하는 맛의 방향성이 다르다. 장수막걸리는 특유의 탄산감과 신선한 생막걸리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10일간만 판매하고 있으며, 장수막걸리보다는 판매량 자체가 적어, 지방의 소매점에서 오래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인생막걸리는 30일간 판매하는 것이다,

    막걸리 뚜껑을 열어보면, 내부적으로 ‘멤브레인’이라고 부르는 부직포 캡(숨구멍이 있는 생막걸리 전용 캡)이 들어가 있다. 이 부직포에 두께가 있어 그 사이로 탄산가스를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이 때문에 막걸리 병을 세우지 않고 옆으로 눕혀 두면 술이 밖으로 나온다. 부직포와 병 뚜껑 사이에 미세한 틈이 있기 때문이다. 이 틈으로 가스가 밖으로 나간다. 장수막걸리는 병 속에 살아 있는 효모가 여전히 왕성한 발효활동을 하기 때문에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탄산이 외부로 빠져나가도록 만든 것이다. 이 ‘뚜껑의 비밀'에 장수막걸리의 신선함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서울탁주 본사 3층 건물. 1층에 홍보관이 있다. /박순욱 기자
    유통기한이 30일인 인생막걸리는 효모들의 발효 활동이 30일 동안 천천히 일어나도록 제조방법을 ‘10일 유통’ 장수막걸리와 달리했다."

    장수막걸리 중에도 유통기한이 10일 아닌 30일 제품도 있는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유통하는 장수막걸리는 충북 진천공장에서 대부분 생산한다. 그런데, 진천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도서 산간 지역으로 나가는 장수막걸리 제품들은 10일 유통으로 커버하기 힘든 경우가 생긴다.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데만 며칠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일부 제품에 한해 유통기한 30일 장수막걸리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뚜껑을 완전 밀봉한다.

    수출용은 90일 유통기한 생막걸리 제품도 있다. 물론 10일 유통기한 제품보다는 효모 수가 월등히 적다. 최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수출한 90일 제품 중 서울로 돌아온 제품을 맛봤는데, 그런대로 괜찮았다.

    기술적으로 생막걸리를 10일, 30일, 90일 제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다만, ‘유통기한 10일’처럼 유통기한이 짧을수록 장수막걸리의 신선하고 청량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짧다'는 리스크(10일 넘긴 장수막걸리는 판매할 수 없다)를 감수하고도 10일 유통을 고수하고 있다.

    ‘십장생(10일 유통하는 장수 생막걸리)'은 선도 높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근 TV광고까지 만들었는데, 그 취지는?

    "차별화된 막걸리, 신선도 면에서 가장 앞선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작했다. 병 색깔을 바꾸는 즈음에 무언가 소비자들에게 우리만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지 않나 고민했다. 짧은 유통기한을 가진 신선한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10일 유통하는 장수 생막걸리(십장생)’ 이미지를 강조했다. 경쟁사 제품들 중 ‘10일 유통 막걸리'는 드물다. 30일, 40일 막걸리가 더 많다."

    장수막걸리는 국산쌀 제품보다 수입쌀 제품이 월등히 높다.

    "전체 장수막걸리 중 국산쌀로 만든 제품은 전체의 11~12% 가량 된다. 대형마트에 주로 공급하는 진천공장의 경우엔, 국산쌀 비중이 60%에 이른다. 나머지 공장들은 여전히 수입쌀로 만든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수입쌀 비중이 높은데는 제조원가 문제도 있지만, 쌀 수급 문제도 있다. 국내산 쌀은 가격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그 폭이 좀 큰 게 사실이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막걸리 원료로 쓰는 국산쌀은 3년된 정부미다. 한마디로 묵은 쌀이다. 반면에 수입쌀은 햅쌀이다. 전분, 당 같은 성분만 따졌을 때는 크게 차이가 없어, 두 제품의 품질 우열은 가리기 어렵다. 국산쌀로 만든 장수막걸리와 수입쌀로 만든 장수막걸리를 블라인드테이스팅하면 대부분 구분 못한다. 맛에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탁주 장재준 회장은 지난 1월, 새 회장에 취임했다. 회장은 51명의 주주 조합원 중에서 선출된다. /박순욱 기자
    서울탁주는 정부가 수입하는 쌀의 10% 정도를 소비하고 있다. 대개 수입쌀은 쌀가공식품용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국산쌀 제품, 수입쌀 제품 둘다 생산하고 있으며, 영업상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없다. 다만, 소비자나 도매상에서 많이 선택하는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시장의 수요를 존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매년 국내산 쌀 제품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대형마트는 대부분 국내산 쌀 제품이 들어간다."

    서울의 경우, 지근거리에 있는 한 동네 소매점에도 공급하는 서울탁주 양조장이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장수막걸리를 취급하는 대리점들이 서울에 많다. 이 대리점들의 판매 동선이 다른 대리점들과 겹치고, 좀 넘어가고 그런 걸로 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동네에서도 다른 서울탁주 양조장에서 만든 제품들이 수퍼마다 다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장수막걸리를 만드는 서울탁주 양조장은 서울에 7곳 있다. 영등포, 구로, 강동, 서부, 도봉, 성동, 태능 연합제조장이 해당된다."

    그런데 양조장마다 장수막걸리 맛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어보자. 만약에 집에 똑같은 밥솥이 10개 있다고 치자. 그런데, 10개 밥솥에 지은 밥맛이 다 똑같을 수 있을까? 먹는 사람의 선입견이 작용할 수도 있고, 또 밥을 지을 때의 상태가 100% 똑같다고는 할 수 없다.

    한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도 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발효탱크마다 조건이 미세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산일자가 하루 이틀 차이 나면 맛이 또 차이나는 것은 당연하다. 맛이 달라지는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소소한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 품질에 영향을 줄 만큼의 확연한 맛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

    가령, 소비자가 은평구에 산다면, 영등포 양조장 제품보다 은평 양조장 제품이 더 신선하다고 느껴지지 않겠는가? ‘내가 사는 곳에서 더 가까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더 맛있다, 우리 동네 막걸리가 더 낫다’는 일종의 ‘신토불이’ 아니겠는가?"

    서울탁주의 제품들. /서울탁주 제공
    장수막걸리를 만드는 서울탁주의 시작은 1909년 무교양조장이다. 이는 서울탁주 본사가 보관 중인 조선주조사(1935년) 기록에 의한 것으로, 실제로는 1909년보다 더 앞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록상으로도, 서울탁주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양조장인 지평양조, 양촌양조 등을 앞선다. 그런데, 1963년 서울지역 51개 양조장들이 합동 제조장으로 개편되면서 7개 양조장으로 통폐합됐다. ‘주세 징수 편의’를 위해 정부가 개편을 주도했을 것이란 게 서울탁주측의 설명이다.

    1960년대, 7개 양조장으로 통합된 양조장들은 이때부터 동일한 레시피로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해, 1966년 ‘장수 생막걸리'라는 공동브랜드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해, 지금껏 1위를 지키고 있다. 다시말해, 현재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의 7개 양조장들은 이전에 51개 양조장이 통폐합된 것으로, 지금도 51개 조합원(주주)들이 공동 경영하고 있다.

    이들 7개 양조장은 2009년 산하법인 서울장수주식회사를 설립, 2010년 충북 진천에 공장을 준공, 캔 막걸리를 출시하는 등 국내 막걸리 업계를 주도하는 막걸리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7개 양조장 대표, 서울탁주 본사 회장도 이들 51명의 주주들이 돌아가며 맡고 있다. 주주 역시 1대 할아버지(양조장 창업자)에서, 2대, 3대로 내려오고 있다.

    회사 경영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오너 회사나 주식회사가 아닌 51명의 조합원, 주주들로 구성돼 있어 다소 그런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7개 양조장 매출 자료를 서울 본사에서조차 파악을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본사 산하 7개 서울 제조장의 독립성은 최대한 존중하고 있다."

    회장 선출 절차는?

    "회장 선출은 51명의 조합원들이 한다. 이중 7명은 7개 양조장 대표를 맡고 있다."

    51개 양조장이 왜 7개로 줄었나?

    "51개 양조장 규모가 다 달랐다. 술독 10개로 방 하나에 소규모 양조장을 차린 경우도 있는가 하면, 김포의 너른 땅에 양조장을 차린 대형 양조장들도 있었다. 그래서 서울의 7개 대형 양조장을 중심으로 통폐합했는데, 여기엔 세금 징수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정부의 권유도 있었다. 결국 조합 형태의 큰 합동제조장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에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의 양조장들도 통폐합한 경우가 많았는데, 결국 정부가 주도한 것으로 본다. 크고 작은 100개 양조장마다 일일이 세금을 걷는 것보다 규모가 있는 10개 양조장에서 세금을 걷는 것이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더 용이하지 않겠나."

    생산시설 개방 계획은?

    "일부 공장은 개방하고 있다. 대학의 식품영양학과, 발효공학과 학생들이라든지 술과 관련된 사람들의 견학을 받고 있다. 다만, 지은지 오래된 양조장들도 있어, 외부인에게 공개하기가 적절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게 식품안전이다. 일반인들에게 쉽게 개방하기 어려운 이유다. 새로 지은 진천공장은 견학코스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2010년에 설립된 서울탁주 진천공장 외관. 대형마트에 공급되는 장수막걸리는 전량 이곳에서 만든다. /서울탁주 제공
    막걸리 외에 약주, 증류식 소주 등으로 제품군을 늘릴 계획은? 무감미료 고급 라인 계획은?

    "인공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는 사실 개발이 끝났다. 다만, 코로나 유행으로 현재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아 당장 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 여건만 좋아지면 곧 출시할 방침이다. 다만, 막걸리 외에 약주, 증류주 같은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은 아직 계획이 없다."

    오랫동안 업계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1996년에 출시돼 지금까지 업계 1위를 지켜온 장수생막걸리의 롱런 비결은 딱 10일간만 유통하는 선도관리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생막걸리는 14~30일 정도이지만, 장수생막걸리는 10일 유통기한으로 방금 막 만든 막걸리를 가장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국내에 유통 중인 막걸리 중 가장 신선한 막걸리라고 자부한다.

    지금까지 서울 장수막걸리는 효모가 가장 잘 살아있는 기간인 ‘10일 동안'만 판매한다는 고집스러운 약속을 지켜내고 있으며, 발효 과정에서 자연 생성되는 탄산의 톡 쏘는 감칠맛과 어우러져 그만큼 신선함을 즐길 수 있다.

    이를 위해 ‘당일생산/당일 출고’하는 전국 생산물류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다 정확한 수요 확인을 위해 매일 오후 5시까지 전국의 대형마트, 편의점 및 중간거래상 등의 주요 유통거점을 통해 주문량을 접수하고 있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서울과 진천양조장에서 새벽 12시부터 생산을 시작해, 이르면 새벽 4시부터 전국 곳곳의 주문지로 배송하고 있다. 전날 주문 들어온 수량 만큼만 다음날 새벽에 생산하기 때문에 재고가 전혀 없다. 신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전에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도 새벽 4시 통행금지가 해제되면 곧바로 제품 수송을 시작했다. 이 시간에 제품을 배달하려면 제품 생산을 그 전에 다 끝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그 전날 만든 제품이 아니다. 당일 만든 제품이다. 이전에는 벌크 형태의 큰 통으로 배송했고, 지금은 750ml 페트병으로 바뀐 것 뿐이다. 당일 생산, 당일 출고는 오랜 전통이다. 국내 시판 중인 막걸리 중 가장 선도 높은 막걸리가 장수막걸리다."

    서울의 7개 생산공장, 진천 공장 등이 연간 생산하는 막걸리 규모는?

    "연간 2억병 남짓이다. 2010년에 지은 진천공장 비중이 전체의 23%를 차지한다. 진천공장은 서울 공장 서너개 생산량과 맞먹는 가동률을 갖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막걸리 공장으로는 가장 규모가 클 것이다. 진천공장의 경우, 새벽 4시까지는 주력제품인 생막걸리를 생산하고, 그 이후 시간에는 수출용 제품이나 살균막걸리를 생산하는 식으로 생산설비를 바쁘게 돌린다."

    최근 몇년간의 매출, 영업이익은?

    "서울 망원동에 있는 장수막걸리 본사는 여느 기업의 본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 7개 양조장은 독립적인 회사다. 장수막걸리라는 공동브랜드를 사용할 뿐, 본사에 경영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서울 7개 양조장의 매출, 이익 등은 본사도 알 도리가 없다. 다만, 7개 양조장이 공동으로 설립한 진천공장(서울장수주식화사)은 영업실적이 공개돼 있다. 진천공장은 작년 336억 매출, 31억의 영업이익을 거두었다."

    수출 현황과 계획은?

    "33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일본 수출량이 가장 많다. 2010년대만 해도 수출 물량의 90% 이상을 일본 한 나라가 차지했지만, 최근엔 많이 줄었다. 한류스타 영향이 이전만 못하고, 한일 정부 관계가 악화된 것도 일본의 한국 막걸리 열기가 가라앉는데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수출실적은 연간 200만 달러 정도다. 동남아 비중이 높은데, 교민들이 주로 마신다. 현지인들이 마시기엔 다소 비싸다. 물류비, 세금 등으로 유통비용이 크게 늘어나 현지에선 한병에 8000원 정도 한다.

    수출 대표 품목은 살균 탁주인 월매막걸리이며, 유통기한을 90일까지 늘린 장수 생막걸리 제품도 미국, 호주 등에 수출하고 있다. 백미를 주원료로 한 알코올 도수 4도의 수출 전용 ‘장홍삼 막걸리'를 일본과 베트남에 출시했다."

    서울탁주 장재준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막걸리를 국제화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순욱 기자
    코로나 영향은 어느 정도?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매출 감소가 아니라,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이다. 매출 걱정이 아니라, 공장 청결, 방역강화 등이다. 직원들에게 ‘열 있으면 회사 나오지 마라'고 강조한다. 다행히 아직 공장 가동 사태는 오지 않았다.

    코로나 초기에는 모임 자체를 꺼리다 보니, 매출이 소폭 줄 수밖에 없었다. 등산, 동문회도 안하니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혼술(혼자서 마시는 술),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이 늘어나면서 매출감소 폭이 줄어들고 있다. 원래 술을 자주 드시는 분들은 집에서는 마시지 않는데, 요즘에는 추세가 집에서 마시는 걸로 바뀌고 있다."

    장수막걸리가 업계에 기여한 부분은?

    "장수막걸리가 전통주 시장에 가장 기여한 부분은 품질이다. 이전의 막걸리들은 시설이 열악한 관계로 품질이 들쑥날쑥했는데, 장수막걸리가 연구소를 만들어 막걸리 품질의 기준을 제시하면서 막걸리가 전반적으로 품질이 좋아졌다고 본다. 전국 어딜 가도 장수막걸리가 막걸리 품질 기준점이 됐다. 지방 막걸리들도 과거에 비해 상향평준화된데는 장수막걸리의 역할이 컸다고 자부한다.

    두번째는 제도적인 부분이다. 올해 종량세 전환도 그렇고 막걸리 관련 법 규정들이 많이 바뀌었는데, 이 부분에서 서울탁주가 업계 발전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번째는 마케팅이다. 이번에 병 패키지를 바꾸면서 TV광고까지 하면서 ‘생막걸리는 효모가 살아 숨쉬는 신선한 술’이라는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생막걸리는 장수만 있는게 아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생막걸리를 팔고 있다. 그런데 ‘생막걸리는 살아있는 효모들이 활동해서 훨씬 신선하다'는 내용을 장수가 광고를 통해 생막걸리 전체를 홍보하고 있다."

    전통주 발전 등 공익에 더 기여할 계획은?

    "이웃 일본의 예를 들겠다. ‘사케’라는 단어는 서양인들도 대부분 알고 있다. 막걸리보다는 훨씬 인지도가 높다. 일본의 사케 제조업체 중 하나인 월계관 같은 큰 회사들이 정부와 손잡고 해외시장에서 ‘사케 알리기’ 노력을 한 덕분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술의 핵심 재료인 전분이 많은 사케 전용 쌀도 개발하고 있다. 정부도 지원과 장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이후에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글로벌 술 시장에 사케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사케가 영어로도 사케이듯이 막걸리를 영어로 해도 막걸리다. 해외 시장에 막걸리 브랜드를 홍보하는데 서울탁주(장수막걸리)가 앞장설 용의가 있다. 재임기간 막걸리의 국제화를 꼭 이루고 싶다. 또, 국민술(국주)인 막걸리의 위상도 회복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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