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세운 원전기업 테라파워 "소형원전 수백개 건설 목표"
소형원전에 전력 저장했다가 태양광·풍력 불안정할 때 전기 공급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설립한 원자력 발전회사 테라파워(TerraPower)가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미국에 전역에 건설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소형 원전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테라파워는 협력사인 'GE히타지 뉴클리어 에너지'와 손잡고 10년 내 나트륨(Natrium)이라고 불리는 소형 원전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에너지 기업인 듀크 에너지, 에너지 노스웨스트, 억만장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소유한 퍼시피코프 등의 투자를 받고 있다.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상용화에 성공하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소형 원전을 지을 예정"이라며 "2050년에는 소형 원전 수백여개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소형 원전은 원자로에 액체 나트륨(소듐)을 냉각재로 쓰는 고속증식로를 적용하며, 발전용량은 345MW(메가와트)다. 원전 비용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비용이 약 4조원에 달하는 기존 1000MW~1400MW 규모 대형원전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소형 원전은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한 용도로 설계됐다고 테라파워 측은 설명했다. 태양광이나 풍력 기반 전력이 잘 생산되는 날에는 원자로 출력을 용융염(molten salt·상온에서 고체인 염을 섭씨 300~1000도 고온에서 녹여 액체로 만든 것) 탱크에 저장해놨다가 날씨나 계절의 영향으로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전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용융염 전력 저장 방식은 태양열 발전소에서 사용해왔는데, 잦은 누수가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에 대해 르베크 CEO는 "나트륨 소형 원전은 태양열 발전소보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설계를 통해 마모와 누수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미 최대 전력 공급원이지만 미국 내 수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높은 비용, 재생에너지와의 경쟁 등에 밀려 문을 닫고 있다"며 "테라파워의 소형 원전은 전력 회사들이 전력망의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한편,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지난 2006년 창업한 원자력 발전 회사다.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저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원전에 주목했고, 테라파워를 통해 보다 안전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주력해왔다. 테라파워는 지난 2017년 중국 국영 원전업체인 중국핵공업집단(CNNC)와 4세대 원자로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나, 미 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양사의 원전 협력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