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폐기물 관련 기업을 연이어 인수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이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은 전날 국내 최대 종합환경플랫폼업체인 EMC홀딩스(환경관리주식회사)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K건설은 이르면 이달 중 사모펀드(PEF) 어펄마캐피탈이 보유 중인 EMC 지분 100%를 사들일 전망이다. 거래 금액은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EMC홀딩스는 전국 2000여 하수·폐수 처리시설과 폐기물 소각장 4곳을 운영 중이다.
건설사가 폐기물 기업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파트 브랜드 ‘에일린의 뜰’을 보유한 아이에스동서(IS동서)도 지난 6월 영남권 산업폐기물 처리기업 코엔텍을 인수했다. 아이에스동서는 E&F 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꾸려, 코엔텍 지분 59.29%와 새한환경 지분 100%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6월엔 건설 폐기물 기업 인선이엔티 지분 877만1669주(23.83%)를 10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아이에스동서가 사들인 코엔텍의 인수전에는 호반건설과 태영건설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을 보유한 태영건설은 이미 수처리와 폐기물처리 사업 등을 영위하는 TSK코퍼레이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건설사들이 폐기물 처리 기업에 이토록 관심을 두는 이유는 뭘까. 폐기물 시장의 성장세와 희소성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폐기물 일평균 처리량은 26만톤으로, 2001년부터 연평균 3.2%씩 증가했다. 반면 소각 시설은 2013년 503개에서 2019년 400개로, 같은 기간 매립 시설은 292개에서 270개로 줄었다. 처리량은 늘었는데 시설은 인근 주민 반대와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줄어든 것이다. 폐기물처리업은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시·도지사 허가가 필요하다. 특히 수도권에선 신규 매립장 허가가 거의 불가능해 발생 폐기물 대부분이 중부권이나 남부권으로 이동돼 처리되는 실정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 처리업은 수주를 기반으로 하는 건설업계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은 수주산업이어서 주택 경기에 민감하고 매출 공백이 발생하는데, 폐기물은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발생하는 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 TSK코퍼레이션은 매년 성장을 거듭해 태영건설의 알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떠오르고 있다. TSK코퍼레이션의 영업이익은 2017년 약 500억원에서 2018년 약 800억원, 지난해 약 1100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SK증권은 올 초 "TSK코퍼레이션은 피어 밸류에이션을 적용할 시 가치가 이미 태영건설 전체 시가총액을 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도 최근 리포트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비대면 소비 트렌드 확산과 마스크, 의료용 폐기물 급증에 따라 폐기물 처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경기 변동 영향이 적어 코로나 사태의 수혜 분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폐기물 기업의 인기는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면서 "소비가 늘어날수록 폐기물은 자연적 시장 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인식돼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고 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조직개편 이후 신사업을 추진하는 차원에서 EMC홀딩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친환경 사업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창출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SK건설은 지난 7월 친환경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에너지기술부문을 신에너지사업부문으로 개편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안재현 SK건설 사장이 친환경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