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사상 첫 유색인종·여성 부통령 후보
자메이카 출신 父·인도 태생 母…"아메리칸 드림의 의인화"
검사 출신 상원의원…민주당 대선후보 출마했다가 중도포기
'인종 다양성·여성 능력 우대' 강조하며 트럼프와 차별화

'아메리칸 드림의 의인화'라고 불리는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 됐다.

19일(현지시각)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19일(현지시각) 미국 민주당은 전당대회 셋째날 해리스를 대선후보 조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 지명 했다. 흑인이자 아시아계 여성이 부통령 후보가 된 건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부통령이 된다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해리스는 전당대회 전 공개된 연설문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겼든, 어디에서 왔든,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없이 모두를 환영한다는 미국의 가치, 조 바이든이 공유하고 내 어머니가 가르친 미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헌신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리더십 실패로 생명과 삶이 희생됐다"며 "흑인, 백인, 라티노, 아시안, 원주민 모두를 하나로 묶어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낼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조 바이든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미국 정가에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불린다.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태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 손에서 자라 그녀는 스스로를 ‘인도 혈통’이라고 자주 언급한다.

그녀의 삶은 최초의 연속이었다. 로스쿨에서 법학 학위를 취득한 뒤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찰청 검사와 샌프란시스코 법무장관에 올랐다. 2016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흑인이자 인도계 여성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중산층 세액 공제를 통한 생활비 절감, 이민제도와 사법제도 개혁, 의료보험 시스템 등 공약을 내세웠으나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다 작년 12월 중도 하차했다. 동시에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왼쪽)과 부통령 후보 해리스.

해리스는 미국 대선 레이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가 부통령으로 지명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이틀 만에 바이든 캠프에 4800만달러(570억원)가 모금 됐는데, 하루 전의 두 배에 달한다.

여성들과 유색인종에게 어필해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을 서슴치 않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을 명확하게 대비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평가 받는다. 고령이자 중도주의자인 바이든에 회의적인 민주당의 젊고 진보적인 지지자 사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로도 주목 받고 있다. 바이든이 당선된다고 해도 77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선에 나서기는 어렵고, 이 경우 후계자로 해리스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상원의원이 된지 4년이 안된 정치신인이라는 점과 바이든과 크게 차별성을 찾을 수 없는 온건주의자라는 점은 한계로 지목 된다.

민주당 내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건강보험 개혁, 부유세(wealth tax), 대학등록금 무료화 등에 대한 입장이 명확치 않고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의 젊은 진보를 대표하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하원의원이 전날 전당대회 연설에서 바이든은 물론 같은 유색인종인 해리스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