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피로감에 망상증도...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닌 코로나19 후유증"

입력 2020.08.20 11:00

국내 완치자 1만4000명 돌파… 국내외 후유증 보고 잇따라
중증환자일수록 후유증 심각… 회복환자 장기 관찰 체제 필요

서울의 한 대형병원 앞에서 전신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신화 연합뉴스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완치자도 늘고 있지만 후유증을 겪는 사례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 투병기를 쓰고 있는 부산 47번 환자(박현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겸임교수)도 대표적 사례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5개월이 넘게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완치자라는 말 때문에 (사람들이) 중·장기 후유증을 겪는 회복자들이 많다는 걸 모르고 아직도 코로나19를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거론한 후유증은 집중력 저하, 가슴·복부 통증, 속 쓰림, 피부색 변화, 만성 피로 등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진자 중 치료를 받고 퇴원한 완치자 중 일부에서는 폐기능 저하·가슴 통증·근육통·만성피로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완치자’라는 용어 대신 '회복자'라는 용어를 써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코로나 후유증에 노출된 완치자는 국내에만 벌써 1만 4000명을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1만6346명중 격리해제된 인원은 총 1만 4063명이다.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이날 오전 9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2226만 2946명이고, 이 가운데 회복한 환자는 1425만 202명이다.

의학계와 전문가에 따르면 코로나19 완치 이후 보고되고 있는 후유증 증상은 만성피로, 가슴과 복부 통증, 피부 변색, 브레인 포그(Brain Fog), 기억력 저하 등 다양하다.

의학계에서도 이 같은 ‘완치 후 후유증’ 관련 논문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달 3일 발간된 과학 저널 '뇌, 행동 그리고 면역'에 따르면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치료를 거쳐 회복한 환자 402명(남성 265명, 여성 137명)을 한달간 추적 진단했다. 그 결과 28%에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이 나타났고 31%는 우울증세를 보였다. 불안감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각각 42%, 40%에 달했다. 20%는 강박 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7월 9일 의학학술지 ‘미국의사협회보(JAMA)’에 발표된 논문은 2020년 4월 21일~5월 29일까지 143명의 급성기 코로나19 환자 중 회복 후에도 조사 대상자의 53.1%가 피로감, 43.4% 호흡곤란, 27.3% 관절 통증, 21.7% 흉통 등 후유증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 87.4%가 적어도 1개 이상의 지속적 후유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피로감, 호흡곤란이 주요 후유증이었지만, 기침, 후각 미각 이상, 비염, 두통, 가래, 식욕저하, 인후통, 현기증, 건조 증후군, 설사, 고환 염증 등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인천으로 이송된 중증 환자가 한 달 동안 길병원 국가지정병상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끝에 퇴원했다./연합뉴스
◆극심한 피로감과 브레인포그

지난달 31일 사이언스에 따르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학술지 ‘브레인(Brain)’에 지난달 보고했다. 연구진은 일부 회복 환자에게서 지속적인 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포함하는 ‘브레인 포그(Brain fog·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을 명확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 혹은 증상)’ 현상을 관찰했다. 브레인 포그는 지난 16일 박현 부산대 교수가 호소한 후유증 증상 중 하나로, 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를 손상시키는 게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로가 수개월 지속되는 만성피로증후군도 대표적인 후유증으로 꼽힌다. 지난달 24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에 회복된 환자 2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피로감이 지속된다"는 응답이 약 35%에 달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와 텔레그래프 등 외신도 이같은 증상이 남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의학학술지 ‘미국의사협회보(JAMA)’에 발표된 코로나19 회복 환자의 후유증 관련 연구 그래프
◆폐 손상과 호흡곤란

회복한 자국민들과 인터뷰한 중국 매체 차이징(財經)은 가장 뚜렷한 후유증 의심증상이 폐질환이라고 지난 달 보도했다. 폐 조직이 섬유화되거나, 코로나19 감염 시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상으로 폐가 뿌옇게 보이는 간유리음영이 회복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증상 등이 있다.

이같은 폐 손상은 호흡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앞서 사이언스에서도 호흡곤란을 대표적인 후유증으로 꼽았다.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된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지난 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 프린세스마가렛병원은 코로나19 완치자 10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를 진행한 결과, 3명의 폐가 20~30%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왕구이창 베이징대학 제1병원 감염질병과 교수는 광명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중증 코로나19 환자들 가운데 치료 이후에도 폐 섬유화가 진행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라고 밝혔다.

◆심근염 등 심장질환

지난달 CNN은 미국의 20대 환자 중 회복 후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심근염을 앓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했다. CNN에 따르면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젊은 회복 환자들에게서 심근염 등의 심장 질환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우리나라 경북 경산에서 완치 판정받은 지 9일만에 숨진 86세 여성의 가족들은 "확진 전엔 별 문제 없이 생활이 가능했던 분이 완치 이후에 심장 비대증 등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이 환자가)후유증이 심했다"고 했다. 그외 고혈압 등도 보고됐다.

의학저널 하스 리듬 6월 보고서에 따르면 입원환자의 20~30%가 심장손상 징후로 효소인 트로포닌 수치가 높아졌는데 회복 후 2개월이 지나서도 부정맥이 발견되는 사례가 나왔다.

◆혈전

의사들은 병원에서 코로나19에서 회복해 퇴원한 환자에게 항응고제 복용을 권장한다. 코로나19가 환자의 거의 전체 신체조직에 있는 크고 작은 혈관을 혈전으로 막아버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같은 권장의 근거다. 혈전 합병증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혈관 내피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혈전이 생기면 그 부분의 혈관을 좁히거나 또는 막아 혈류를 가로막거나 멈추게한다. 혈전이 혈관에서 떨어져 나와 폐로 이동하여 폐색전증을 일으키거나 뇌로 가서 뇌졸중을 유발하기도 한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4분의 1에서 혈액응고를 겪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 뉴욕대학 메디컬센터 병리학 실장 에이미 라프키에비치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 시신의 부검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부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폐혈관에 혈전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혈전의 정도가 보통이 아니고 또 거의 전신에 걸쳐 혈전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전은 큰 혈관 뿐 아니라 비교적 작은 혈관들에서도 발견됐다. 또 폐에서 혈전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뜻밖에 거의 모든 기관에서 혈전이 발견됐다.

◆망상증 등 정신질환

지난 6월 외신 컨버세이션(Conversation)에 따르면 망상증(delirium)이 생길 수도 있다. 망상증은 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중증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데, 퇴원 후 9개월이 지나서도 이 증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증세를 호소하는 회복 환자들은 단기 기억력과 언어·인지 능력이 저하됐다. 의사들은 망상증을 줄이기 위해 소음 감소, 침상 방향 전환 등 치료 환경을 바꾸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에서는 회복 후 불안감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급증했다고 펑파이(澎湃)가 보도했으며, PTSD와 우울증도 후유증 증상으로 보고된 바 있다.

◆중증 환자일수록 후유증 심각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기는 비강, 호흡기 등 국소적 감염을 일으키는 데 반해, 코로나19의 경우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합병증도 신체 부위별(장기별)로 다양한 양상이 나타난다"면서 "이같은 합병증과 후유증은 완치자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후유증이 상당하고 미국 등 의학계에서도 관련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후유증에 대한 지속적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완치자에 대한 장기적인 관찰 시스템을 갖춰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왕구이창 교수는 "폐 섬유화는 단기간에 발생하는 증상은 아니다. 코로나19에서 완치된 후 1~2개월, 혹은 더 오래 있다가 발생할 수도 있다. 때문에 완치자에 대한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지만 중증 환자일수록 후유증도 더 심하게 앓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일찍 치료를 받는 게 최선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은병욱 서울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중증도가 후유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감염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으면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며 "아직 치료제는 나오지 않았지만 렘데시비르 등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 약들은 조금씩 나오고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중증도 외에 기저질환 등 신체 면역에 나쁜 영향을 주는 요인도 사람마다 후유증 양상이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기존 감염병보다 후유증이 두드러지는지, 사람마다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중증을 겪을수록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 병에 안 걸리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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