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디카프리오도 고객이죠” 한국 오는 실리콘밸리 ‘양털 신발’ 올버즈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20.08.17 06:00 | 수정 2020.08.18 07:08

    [인터뷰] 팀 브라운 올버즈 공동 대표
    양털·사탕수수로 만든 ‘세상에서 가장 편한 운동화’
    구글 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CEO 열광… ‘신발계의 애플’ 찬사
    "소프트웨어 개발하듯 신발 만들어… 친환경 패션, 유기농 식품처럼 대중화될 것"

    실리콘밸리 신발로 유명세를 탄 올버즈의 양털 신발 ‘울러너’./올버즈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한 벤처캐피털 행사에서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IT업계 기업가와 투자자 등 1000여 명의 참석자 대부분이 ‘양털 신발’을 신고 있던 것이다.

    올버즈(Allbirds)의 ‘울러너(Wool Runner)’,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이라고 극찬한 이 신발은 출시 2년 만에 100만 족 이상 팔리며 실리콘밸리의 잇 슈즈(it bag·최신 유행하는 신발)로 등극했다.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창업자, 딕 코스톨로 전 트위터 최고경영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신는가 하면,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영국, 뉴질랜드, 일본, 중국 등 35개국에 진출한 올버즈는 기업가치 14억달러(약 1조6625억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다. 오는 18일엔 한국어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국내 시장에도 진출한다. 대체 이 양털 신발의 저력은 무엇일까? 올버즈를 창업한 팀 브라운(Tim Brown) 공동 대표와 언택트(비대면) 인터뷰를 나눴다.

    ◇ ‘편하고 착한’ 신발로 실리콘밸리 사로잡아
    올버즈는 2014년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신발 업체다. 양모 외에도 유칼립투스 잎과 사탕수수 등에서 추출한 천연원료로 신발을 만든다. 말만 들으면 환경운동가가 만든 신발인가 싶지만, ‘멋진 신발’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됐다는 게 창업자인 팀 브라운과 조이 즈윌링거(Joey Zwillinger)의 설명이다.

    올버즈의 창업자 팀 브라운(오른쪽)과 조이 즈윌링거. 실리콘밸리 개발자도 패션 경력자도 아니지만, 양털 신발로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를 사로잡았다./올버즈
    한때 뉴질랜드 국가대표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팀 브라운은 알록달록한 색과 로고로 뒤덮인 합성섬유 신발에 의문을 가졌다. 매일 신을 수 있는 심플하고 실용적인 신발은 왜 없을까? 은퇴 후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직접 이상적인 신발을 만들기로 했다. 처음엔 가죽으로 신을 만들었지만, 불편하다는 혹평을 들었고 대체 원료를 찾던 중 고국인 뉴질랜드의 양모를 떠올렸다. 주로 의류에 쓰는 소재지만, 통기성이 좋아 신발 소재로도 제격일 거 같았다.

    그는 재생 에너지 전문가인 조이 즈윌링거와 손잡고 부드럽고 튼튼한 고성능 양모를 개발해 신발을 만들었다. 울러너는 안감과 겉감은 모직으로, 밑창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스위트폼(SweetFoam)으로, 끈은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재생섬유로 만든다. 여기에 쓰인 양모는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20% 수준으로 얇아 가볍고 맨발로 신어도 땀이 차지 않는다. 디자인이 단순해 어디든 잘 어울리고, 세탁기에 돌려 빨 수도 있다. 처음엔 ‘발 냄새가 나지 않고 양말 없이 신을 수 있는 편한 신발’로 홍보됐지만, 친환경 원료가 주목받으면서 실용성과 윤리성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팀 브라운은 "운이 좋았다"면서도 "타협하지 않고 우리가 믿는 바를 확고히 밀어붙인 것이 통했다"고 성공 비결을 밝혔다. 애초에 패션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무모한 도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는 "패션계의 전형적인 프로세스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자세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며 "완성품이란 없다. 더 나은 재료가 생기면 원료를 바꾸고 지속해서 제품을 개선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출시된 울러너는 지금까지 27번이나 업그레이드됐다.

    ◇ 친환경은 촌스럽고 비싸다고? "유기농 식품처럼 번질 것"
    매년 전 세계에서는 약 240억 켤레의 신발이 생산된다. 최근엔 운동화가 인기를 끌면서 2017년 580억달러(약 68조8750억원)였던 세계 운동화 시장 규모가 2025년 950억달러(약 112조8125억원)로 커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가죽, 플라스틱, 고무 등으로 제작되는 운동화는 재활용이 어려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유칼립투스 펄프로 만든 ‘트리러너’(왼쪽)와 개발 기간만 2년이 걸린 러닝화 ‘트리대셔’./올버즈
    천연 원료로 만드는 올버즈는 합성 섬유로 제작한 신발보다 제작 과정에서 드는 에너지 소비량이 60% 적다. 기존 신발의 탄소 발생량이 평균 12.5kg인데 반해, 올버즈의 신발은 7.6kg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에 주는 '비콥(B-Corp)' 인증을 받았다.

    환경친화적인 대신 품질이 떨어지거나 촌스럽진 않을까. 팀 브라운은 "제품의 품질과 지속가능성은 맞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친환경 재료들은 제품의 품질을 높입니다. 우리가 양모와 유칼립투스 섬유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지 친환경적이어서가 아니라, 고객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죠. 물론 스타일도 포기할 순 없습니다."

    그는 친환경 패션을 유기농 식품에 비유했다. "유기농 식품이 처음 소개됐을 땐 맛이 없고 비쌀 거라는 편견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중화됐고 기업들도 잇따라 유기농 식품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우리는 패션과 신발 산업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지속가능성을 마케팅에만 적용하는 패션업계의 태도에도 쓴 소리를 냈다. "기업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거나, 문제의 주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건 어렵지만,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제품에 대해 진지한 요구를 하고 있죠."

    올버즈는 지난 4월부터 모든 신발에 탄소 중립 라벨을 부착했다. 식품 제품에 칼로리를 표기하듯 제품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생량을 표기한 것이다. 내년에는 독일 스포츠 의류·용품 기업 아디다스와 함께 탄소 발생량을 2kg으로 줄인 신발을 출시할 예정이다.

    ◇ 세계인 매료시킨 양털 신발, 알고 보니 ‘메이드 인 코리아’
    양털 신발 울러너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있다. 이 신발은 론칭 때부터 부산의 노바인터내쇼널에서 생산되고 있다. 양모로 신발을 만드는 일은 까다로운 작업이다. 올버즈는 이탈리아에서 18개월 동안 샘플을 제작했지만 실패하고, 한국에서 협력사를 찾았다. 노바는 4개월 만에 올버즈가 원하는 신발을 만들어 냈다.

    지난 7월 아내 미셸의 팟 캐스트에 출연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흰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올버즈의 ‘울러너’를 신었다./미셸 오바마 인스타그램
    팀 브라운은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지만, 새로운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한국 협력사의 장인정신과 창의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아시아에서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한국 시장 진출은 필수적"이라며 "미니멀리즘(Minimalism·단순함을 추구하는 방식)과 혁신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요구가 우리 제품과 맞아떨어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버즈의 사명은 ‘더 나은 방법으로 더 나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업체들이 따라 만들 수 있도록 신발 제조법을 공개했다. 식당으로 치면 유명인사가 찾는 맛집에서 비법 레시피를 공개한 셈이다.

    "궁극적으로 자손들에게 지속가능한 제조 혁명에 대해 알려주고, 이에 동참하도록 기업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올버즈는 환경 문제가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임을 보여줬죠. 앞으로도 신발과 패션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데 기여할 방침입니다." 올버즈는 최근 양말과 속옷을 출시해 제품군을 확대했다. 이들 제품 역시 유칼립투스, 메리노 울, 바이오 나일론 등의 재생 섬유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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