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확진자 급증…대구 신천지 사태 때보다 빨라
광화문집회 'n차 감염 우려'…"참석 인원 파악 안 돼"
복지부·서울시 "전광훈 목사 고발…대규모 감염 책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발(發) 확진자 증가 속도가 신천지 집단발병 초기 때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5일 광복절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가 코로나19 재유행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방역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 8월 서울, 15명→146명…3월 대구, 1명→70명

사랑제일교회 관련 감염 유행의 시작은 지난 12일 수요일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첫 환자(서울 1727번)는 지난 12일 확진 판정을 받아 이튿날 발표된 일일 집계에 처음 포함됐다.

이후 사랑제일교회 관련 서울 지역 신규 확진자 수는 △13일 1명 △14일 11명 △15일 26명 △16일 107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나흘 만에 145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서울 외 지역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인원까지 포함하면 확진자는 16일 0시 기준 193명이었고, 정오 기준 249명으로 또 늘었다.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 교인 800여명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결과, 지금까지 2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4명 중 1명(25%)꼴로 높은 양성률을 보이고 있어 나머지 교인들에 대한 검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서울 지역 전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 전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2일 15명 △13일 26명 △14일 32명 △15일 74명 △16일 146명 등이다. 특히 16일 0시 기준 서울 신규 확진자 146명 중 107명(73.3%)이 사랑제일교회 관련 환자다.

이런 확산 추세는 올해 2월 신천지발 집단감염이 터져 나온 초기 대구의 확진자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 대구에서는 지난 2월 18일에 첫 확진자(전국번호 31번, 대구 1번) 1명이 발표된 뒤, △19일 10명 △20일 23명 △21일 50명 △22일 70명 등으로 서서히 늘었다. 서울에서는 사랑제일교회 관련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닷새 동안 29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을 때, 대구에서는 지난 2월 신천지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닷새 동안 154명의 환자가 나온 셈이다.

당시 대구에서는 확진자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난 2월 △23일 148명 △24일 141명 △25일 56명 △26일 178명 △27일 340명 △28명 297명 △29일 741명 등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16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일부 보수단체 유튜버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제2 신천지 사태 되나… "n차 전파 우려"
방역당국은 지난 15일 광복절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가 코로나19 재유행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시 광화문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에 사랑제일교회 교인뿐 아니라 전국에서 참석자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집회 특성상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구호나 함성을 외치기 때문에 감염전파의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당시 광화문 집회에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얼마나 모였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점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사랑제일교회 교인들 중 어제 서울에서 개최된 집회에 참석한 인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접촉자들로 인한 ‘n차 전파’를 야기할 수 있다. 방역적으로는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박 장관은 "어제 서울의 집회에 참석하신 분들 중 발열이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즉시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찾아 검사를 받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겸 보건복지부 대변인이 16일 오후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복지부·서울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고발 조치"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를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에 대한 책임자로 지목했다.

보건복지부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를 자가격리조치를 위반하고 조사대상 명단을 누락·은폐하여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고발 조치한다"며 서울 종로구 지방경찰청을 찾아 전 목사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서울시도 전 목사에 대한 고발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보석으로 풀려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재수감하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전 목사는 자가격리 대상인데도 광복절 집회에 참석해 무대에 올라 발언까지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올라온 청원은 16일 오후 7시 기준 12만70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