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8월, 다른 나라는 6월로 분석 기준시점 달라
다음달에 전망치 재수정… 내년 성장률은 34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1일 '한국경제 보고서'를 내고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2%에서 -0.8%로 0.4%P(포인트) 올린 것에 한국 정부가 고무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OECD 37개국 중 올해 경제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가장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OECD 한국보고서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회원국 최초 성장률 상향, 올해 성장률 회원국 중 월등한 1위"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OECD가 발표한 OECD 회원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과 그 외 나라의 전망치 분석 시점이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성장률 전망치는 다음달에 다시 수정될 예정이라 ‘OECD 회원국 중 올해 경제 성장률 1위’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8월, 다른 나라는 6월… 시점 다른데 단순비교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은 OECD가 이날 내놓은 ‘한국경제보고서’에 담겨있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 외 다른 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없다.
우리나라 정부에서 비교군으로 내세운 다른 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지난 6월 10일 발표했던 ‘OECD 경제전망’에 포함된 숫자다. 이때 OECD는 회원국 전체에 대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다른 나라의 전망치는 6월에 나온 것이고 한국은 8월에 나온 것인데, 한국 정부가 2개월의 시차를 무시하고 단순비교했다는 이야기다. 미국, 슬로베니아, 그리스 등 3개국은 7월에 발표한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있다.
OECD가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이유는 2개월 간의 달라진 경제 상황이었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화상 브리핑에서 빈센트 코엔 OECD 경제검토과장이 밝힌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사유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달라진 영향이었다. 코엔 과장은 "6월 전망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경제에 대해서 미치는 영향이 더 급격했고, 성장 둔화가 극적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비교군에서 순위를 매길 때는 기준 시점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 앞서 지난 6월에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인 -1.2%가 유지됐더라도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성장률 전망치가 1위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당시 "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발표하지 않았다.
◇성장률 전망치 한달 후 수정 가능성… 내년 성장률은 37개국 중 34위
OECD는 9월 중순에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회원국 전체에 대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는 보고서를 내는 것이다. 이때 한국에 대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
OECD는 ‘오는 9월 전망에도 이번에 수정된 -0.8%를 유지하겠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그때 가서 재고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코엔 과장은 "8월 수출 실적을 반영하고 G20 국가의 경제 성장 등의 요인을 포함해 한국 경제를 다시 보게 될텐데, 그때 가서 바뀔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확정적인 전망치라고 말하지 않았다.
‘한국은 세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인데, 그런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건 그만큼 세계 경제의 성장 전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코엔 과장은 "부분적 업데이트"라고 표현하며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 대한 전망 조정을 하지 못한 것이 맞다"면서 "세계 경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부분적인 업데이트라고 말 하겠다"고 설명했다.
OECD는 37개 회원국 중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위, 내년 경제 성장률은 34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강의 폭이 다른 나라보다 크지 않은 대신, 상대적으로 내년 경기 반등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