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발전 늘리려고… DJ가 추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도 뒤엎나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20.08.12 06:00

    한전 전력생산 허용하는 법 개정안 발의… 재통합 군불 때는 전력노조
    업계 "재통합은 시대 역행적, 경쟁 체제 강화해야"

    정부가 급격한 탈(脫)원전 정책에 이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그린뉴딜’까지 발표하면서 한국전력(015760)재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무리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떠받치기 위해 김대중(DJ) 정부가 추진한 한국전력 구조개편을 뒤엎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전의 발전 자회사 내부에서 한전 재통합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여당에서는 한전이 직접 발전 시설을 운영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 개정안은 한전이 발전 자회사들처럼 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업계 일각에서는 해당 법 개정안이 한전 재통합 절차를 밟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은 전력산업정책연대를 구성해 한전과 6개 발전 자회사 재통합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발전 자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중복·과잉 투자에 나서 비효율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한전과 발전 자회사를 재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들은 한전과 발전 자회사를 다시 합치면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해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해외 시장 진출 시 한전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국내 전력산업을 20여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거 한전은 전력 발전(생산)과 판매를 독점했지만, 19년 전 DJ 정부가 공기업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전은 전력 판매만 담당하고 발전 사업 부문은 발전 자회사에 분할했다.

    국내 최대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 모습./그래픽=이민경
    DJ 정부는 전력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독점적인 전력산업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구조개편을 추진했다. 당시 개편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자 김대중 대통령은 "한전 개혁을 책임지고 추진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당초 DJ 정부는 발전사 민영화를 개혁의 최종 목표로 삼았지만 이는 완료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지난 19년간 한전 자회사와 민간 발전사들이 경쟁 체제 속에서 전력을 생산했고, 덕분에 원활한 전력 공급과 전기요금 안정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에너지 전환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되며 발생했다. 발전 자회사들이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앞다퉈 진출하면서 불필요한 경쟁에 따른 비효율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전력노조는 한전 재통합이 필요하다는 반(反)시장적인 주장을 하고 나섰다.

    게다가 정부가 해상풍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하자 한전을 다시 발전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이 직접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시설을 운영하면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시장형 공기업’이 대통령령으로 정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하는 경우에 한해 두 종류 이상의 전기 사업을 허용하도록 했는데 여기서 시장형 공기업은 한전을 의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지만 사업성은 불투명한 해상풍력에 발전사들이 선뜻 뛰어들지 않자 투자 여력이 있는 한전을 끌어들이는 모양새"라며 "한전이 추진하는 발전 사업에 제한을 둔다고는 하지만, 이 법 개정안 역시 넓게 보면 톱다운(top-down) 방식의 한전 재통합 논의인 셈"이라고 말했다.

    해당 법 개정안에 대해 한전은 "민간 사업자가 추진하기 어려운 대규모 해상풍력 등 한전의 기술 활용이 필요한 사업으로 발전 범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며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 발전 원가를 낮춰 한전의 재무 상태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전력시장 내 경쟁 체제가 자리 잡은 상황에서 한전 재통합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효율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대 역행적인 재통합 논의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발전 시장의 경쟁 체제를 더 강화하고 발전 자회사의 민영화를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윤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주요국은 발전과 중개, 판매시장에도 경쟁을 도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책 의지 부족과 발전 노조의 반대로 발전 부문 외에는 경쟁체제 도입이 답보 상태에 있다"며 "발전사의 경영 효율성 제고를 통한 가격인하와 소비자 선택권 보장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를 위해 전력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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