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고 밀리는 전셋집 구하기… 아파트 전세 말라붙자 빌라로 세입자 몰려

조선비즈
  • 김민정 기자
    입력 2020.08.10 14:44 | 수정 2020.08.10 14:47

    "은마 아파트에 살면서 아이를 이 근처 학교에 보내던 사람들은 이사할 수가 없어요. 집주인이 들어온다고 하고, 세입자들은 다들 계약을 갱신하니까 전세 물건이 없죠. 은마아파트 물건은 반전세 딱 하나 있네요. 보증금 6억에 월세 110만원. 부담스럽잖아요. 사람들이 빌라를 보는 거죠." (대치동 S공인중개사)

    아파트 전세난이 빌라 전세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립·다세대주택 전세 수요가 늘고 가격도 올랐다. 아파트 전셋값이 단기간에 급등하자 빌라 전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더힐하우스 빌라의 전용면적 43.65㎡는 지난달 18일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약 한 달 만에 1억7000만원 가량이 올랐다. 지난 6월 같은 빌라의 전용 면적 43.82㎡는 4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진 바 있다.

    서울 강남구의 빌라 밀집 지역 전경. /조선DB
    ◇ 빌라 전세 찾는 사람 늘었다… 전세수급지수 3년 만에 최고치

    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전세수급동향지수는 6월보다 3.7포인트 오른 102.3으로 상승했다. 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뜻이다. 서울에서 이 지수가 100을 넘긴 건 2017년 9월 이후로 3년 만에 처음이다.

    7월 전국 연립·다세대주택 전세수급동향지수도 6월보다 2.4포인트 오른 93.5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4월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셋값도 함께 오르고 있다.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 주택의 중위 전셋값은 전월보다 52만7000원 오른 1억6826만원이었다. 이는 통계가 작성된 201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의 중위 전셋값도 전달보다 17만원 상승한 1억481만원을 기록해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 오른 아파트 전셋값 부담스러운 사람 늘었다

    빌라 전셋값은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연쇄적으로 올랐다. 아파트 전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빌라 전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58주 연속 상승 중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상승폭을 더 키웠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3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17% 올랐다. 전주(0.1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고, 올 들어선 상승폭이 가장 크다.

    경기도나 세종시의 상황도 같다. 경기도 전셋값은 0.29% 오르며 올해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여권에서 ‘세종 천도(遷都)론’이 나오자 세종 전셋값은 한 주 동안 2.41% 뛰었다. 2012년 12월 이후 약 7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최근 제기동에 빌라 전셋집을 구한 30대 권모씨는 "이전에는 가족들과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목돈을 모아 새집을 마련할 계획이었다"면서 "전세 만기 기간이 다가와 부동산을 돌아보니 아파트 전세 물량도 거의 없고 가격도 크게 올라 가족끼리 상의한 끝에 아파트보다 조금 더 넓은 평수의 빌라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 빌라 전세 물량도 줄어… "전셋값 상승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당분간 연립·다세대 주택의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 연립·다세대 주택에서 전세로 살던 사람들이 재계약 갱신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연립·다세대 주택의 거래량도 줄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일 기준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전세 거래량은 4966건이다. 이는 전년보다 640건, 전달보다는 1093건 줄어든 수치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이사가 부담돼 재계약을 하는 수요자도 많았고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자도 늘면서 전세 물건 자체가 시장에 없다"면서 "임대차 3법 통과 영향에 가을 이사철까지 겹치면 전셋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앞으로 임대차 3법이 정착되고, 전세 물건도 많이 나오지 않는 한 전셋값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며 "월세에서 전세로, 전세에서 내 집 마련으로 가는 게 사다리인데 중간에 전세 물건 자체가 줄어들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