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만 팔리니까"... 백화점, '젊은 명품'으로 새 단장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20.08.09 07:00

    코로나에 백화점 매출 두 자릿수 줄었지만... 명품은 유일하게 신장
    명품 '큰손'으로 부상한 2030세대 VIP 맞춰 MD 개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4층에 문을 연 구찌 멘즈 매장./구찌
    주요 백화점들이 해외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점포를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백화점 고객들의 명품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성 캐주얼(-34.9%)과 남성 의류(-23%) 등 패션 상품군이 고전하면서 백화점 전체 매출이 14.2% 감소했지만, 명품은 나 홀로 성장했다.

    명품은 백화점 실적 상승에도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해외 명품의 비중이 높은 갤러리아백화점은 올 상반기 유일하게 매출이 4% 신장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16%), 현대백화점(-10%), 신세계백화점(-7%) 등 주요 백화점 매출은 일제히 떨어졌다.

    전국에 5개 점포를 운영 중인 갤러리아는 압구정 본점과 대전 타임월드점, 광교점을 중심으로 명품을 대거 유치해 지역 VIP를 끌어모았다. 또 지난해 10월 대전에 백화점 VIP 외부 시설인 '메종갤러리아'를 선보인 데 이어, 올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고메이494 한남'을 내 신규 VIP 고객을 확보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갤러리아 명품관의 용산구 고객 매출은 전년 대비 18% 신장했다. 서울 지역별 매출 비중 순위에서도 용산구는 지난해 4위에서 두 계단이 상승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명품관 매출의 10%를 차지했던 외국인 고객이 증발했지만, 그 자리를 ‘고메이 494 한남’을 통해 유입된 신규 고객이 메웠다"며 "압구정점은 현재 명품 비중이 70%가 넘지만, 앞으로도 명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광교점도 올해 안에 3대 명품(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중 하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아 이스트(명품관) 1층 팝업존에서 열리고 있는 알렉산더 맥퀸 여성복 신상품 전시./갤러리아백화점
    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을 이끈 건 젊은 세대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상반기 20대 이하와 3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25.7%, 34.8%로, 40대(13.7%)와 50대(10.5%) 수치를 크게 앞질렀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20~3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이 30.1%로 작년(20.3%)보다 증가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는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명품 구매를 위해 찾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늘고 있다. 아무래도 명품은 직접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추세를 반영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해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본점을 '젊은 명품'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남성복이 있는 4층에는 까날리, 폴스미스 대신 구찌 멘즈, 발렌시아가 멘즈 등을 입점시켰고, 폴로, 빈폴, 헤지스 등이 있던 전통 캐주얼(트래디셔널 캐주얼) 구역도 없앴다. 한쪽에는 영국 산업 디자이너 톰딕슨이 운영하는 카페 ‘톰딕슨, 카페 더 마티니'를 국내 최초로 개장했다.

    국내 여성복이 있던 지하 2층은 수입 패션·리빙 브랜드를 모은 '더 하우스 H'로 개편했다. 앞서 지난 5월 톰그레이하운드, 비이커 등의 편집숍을 문을 연 데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JW앤더슨, 리던, 포망데레, 나누슈카 등이 새로 둥지를 틀었다.

    이 백화점은 꾸준히 명품 상품군을 강화해 왔다. 지난해엔 백화점 최초로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복층’ 매장과 국내 최대 규모 ‘롤렉스' 매장을 선보였는데, 이들 매장이 들어선 후 본점 2층의 월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본점은 단위면적당 매출이 국내 백화점 점포 중 가장 높다. 지난해 매출은 약 8500억원대로, 3.3㎡당 월평균 매출이 8000만원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열리고 있는 루이비통 남성복 신상품 팝업스토어./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도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명품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루이비통 가을·겨울 남성복 신상품을 강남점 1층 더 스테이지 팝업스토어(임시매장)에서 선보였다. 이 매장은 루이비통 남성복 예술 감독인 버질 아블로가 국내에서 처음 진행하는 팝업스토어로 주목받고 있다.

    강남점은 올해 프라다(1월), 샤넬(6월), 보테가 베네타(7월) 등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그 결과 상반기 명품 매출이 23.1%가 증가했고, 명품 구매 소비자 수도 11.3%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루이비통 남성 팝업스토어를 계기로 글로벌 럭셔리 백화점으로 강남점의 입지를 확고히 굳힐 방침이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부산 본점을 리뉴얼한 데 이어 내년 명동 본점 1~3층을 개편할 예정이다. 최근 강세를 보이는 명품 및 해외 브랜드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백화점의 주요 상품이었던 국내 패션·잡화 상품의 판매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해외 명품이 실적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며 "이에 백화점들은 비효율 점포를 줄이고 핵심 점포를 고급스럽게 꾸며 수익성을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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