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단지에 살지만 다른 도시 사람이에요… "쓰레기 봉투도, 학군도, 집값도 달라"

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입력 2020.08.07 06:00 | 수정 2020.08.07 10:08

    "105동은 평촌동이고 106동은 포일동이라고?"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동마다 행정구역이 다른 경우가 여럿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생활권은 같은데 학교 배정 등은 달리 적용받아 불편한 상황인데, 최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행정구역을 다시 조정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원시와 화성시는 최근 시(市) 경계 조정을 마무리했다. 수원시는 망포동 일대 361필지 19만8825㎡를 같은 면적인 화성시 반정동 일대 398필지와 맞교환했다. 망포4지구·반정2지구 도시개발사업으로 주택이 들어서면서 행정구역과 주민들의 생활권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다른 사례는 이미 여럿 있다. ‘수락 리버시티’ 아파트는 1·2단지가 의정부시, 3·4단지는 서울시 노원구에 속한다. 경기 ‘평촌 삼성래미안’ 아파트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01~105동의 행정구역은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106동은 의왕시 포일동으로 나뉜다. 지난해 9월 입주한 부산 ‘아시아드 코오롱 하늘채’ 아파트는 같은 부산시에 속하지만 101~102동은 연제구, 103~104동은 동래구로 관할 지자체가 갈린다.

    3개 행정구역에 걸쳐 조성된 위례신도시가 성남시로 이어지는 교차로의 모습. /오종찬 기자
    이런 일은 주로 이전까지 논이나 밭 등 비주거지역일 때 정한 행정구역을 그대로 두고 택지개발사업이나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긴다. 행정구역이 다르면 한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면서도 불편함이나 경제적인 손실을 겪을 수 있다. 자치구에 따라 다른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거나 쓰레기 배출일이 엇갈리는 것은 기본이고, 이용할 수 있는 투표소와 주민센터 위치, 배정되는 학교까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행정구역이 시 단위로 달라지면 출산장려금이나 아동수당 등 복지에도 차이가 생긴다.

    지난해 시 경계가 조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은 알파벳 U자 모양으로 수원시 원천동과 영통동에 둘러싸인 모양이었다. 이 자리에 지어진 ‘청명 센트레빌’ 아파트의 예비초등학생은 불과 200m 거리인 수원 황곡초등학교 대신 1km 이상 떨어진 용인 흥덕초등학교로 배정됐다.

    집값에도 격차가 생길 수 있다. 수락 리버시티 아파트의 경우, 서울 시계 안에 있는 3·4단지는 전용면적 84㎡형의 매매 시세가 5억~5억6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의정부시에 속하는 1·2단지의 같은 면적형 아파트는 그보다 5000만원 안팎 낮은 4억5000만~5억1000만원선에 매매된다. 평촌 삼성래미안도 안양시인 101~105동은 전용면적 84㎡의 최근 실거래가격이 6억원~6억1000만선이지만, 의왕시인 106동의 같은 면적 아파트의 최근 매매가격은 5억원선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위원은 "같은 아파트나 지역이라도 관할 행정구역이 엇갈리면 당장 학군이 달라지기 때문에 거주 수요와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서 "위례신도시도 직선형으로 행정구역을 어느 정도 조정하긴 했지만, 불과 몇 m 차이로 서울 송파구와 성남시, 하남시로 나뉘면서 학군과 집값을 가른다"고 말했다.

    올해 7월 해운대구로 행정구역이 일원화된 부산 ‘대우 금사아파트’에는 세금 문제도 있었다. 전체 6개동 중에서 101동과 106동, 상가동만 금정구에 속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해운대구 등 부산 전역이 조정지역에서 해제되기 전까지는 어느 동인지에 따라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여부가 달라졌다.

    하지만 경계 조정은 같은 시(市) 안에서도 쉽지 않은 문제다. 주민 설문조사와 관할 의회의 동의, 상위 지자체인 시의 조정과 행정안전부의 조정안 검토, 국무회의 의결 등 행정 처리 과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원시가 최근 마무리한 시 경계 조정 작업에도 짧게는 3년 안팎, 길게는 7년이 걸렸다. 대우 금산아파트의 경우에도 준공된 지 25년 만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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