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주거래은행 뽑으며 "임직원 대출금리 낮춰달라"… 두번 유찰

조선비즈
  • 송기영 기자
    입력 2020.08.07 06:00

    공단, ‘차세대시스템 구축’도 제시했다가 철회
    시중은행 "무리한 조건으로 수익성 없다" 판단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70조원 자금을 관리할 주거래은행 선정 작업이 두차례나 유찰됐다. 당초 건보공단 주거래은행 선정은 올해 은행권 최대 이벤트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특별 금리 제공 등 건보공단 측의 무리한 요구로 은행들이 입찰에 불참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주거래은행을 선정하기로 하고 지난 5월 입찰공고를 냈다. 건보공단은 그동안 IBK기업은행을 별도 협약 없이 주거래은행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지난 6월 말 마감된 1차 입찰은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다. 건보공단은 지난달 2차 입찰공고를 냈으나 또다시 유찰돼 이달 세번째 입찰공고를 내고 주거래은행 선정 작업에 다시 돌입했다.

    건보공단이 주거래은행 선정 작업에 착수했을 때만 해도 올해 은행권 기관 영업의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70조원의 건강보험 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5139만명(지난해 말 기준)의 건강보험 가입자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건보공단 직원은 1만5346명이며, 자체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평균잔액도 7864억원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 사옥/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그러나 주거래은행 선정 입찰 공고가 나오자 은행들은 모두 불참을 선언했다. 사업성을 검토한 은행들이 건보공단의 무리한 요구에 모두 손사래를 친 것이다.

    건보공단은 입찰공고에서 별도의 제안요청서를 통해 ‘자금 통합관리 및 최신 금융·ICT 기술을 적용한 국민건강보험 맞춤형 차세대 가상은행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평가 항목 중 차세대 시스템 구축의 배점은 20점으로 단일 항목 중 가장 높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 점수가 주거래은행 선정 승패를 가른다는 의미다.

    건보공단은 ▲최신 기술 적용 및 기반체계 구축 ▲통합관리 및 관제시스템 구축 ▲빅데이터 기반 통합운영체계 구축 ▲전문가 참여 등을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1년차에는 신기술 기반 가상은행 고유기능 및 차세대 가상은행 기반시스템 구현, 2년차에는 사용자 맞춤형 가상은행 기능 확장, 3년차에는 인공지능·블록체인 등 적용 지능화·고도화 추진 등의 사업 추진 계획도 밝혔다. 더불어 자금 운용, 임직원 경비 처리, 회계·IT 직원 상주, 무료 하자 수리 등도 요구했다.

    은행들은 건보공단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제안이 지나친 요구라고 지적한다. 입찰 참여를 검토했던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정도 규모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관리하려면 3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투자 비용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정부도 기관 영업에 대한 은행들의 출혈 경쟁을 규제하고 있어 불참을 선택했다"고 했다.

    첫 입찰에 응찰자가 없었음에도 건보공단은 조건 변경 없이 두번째 입찰 공고를 냈다. 결국 두번째 입찰도 유찰되자 세번째 입찰에선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뺐다. 은행들은 차세대 시스템을 제외하더라도 건보공단의 주거래은행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찰 제안서에 수시입출금식예금 특별 금리, 법인카드 사용 적립률, 임직원 대출 한도와 금리 등을 타 은행과 차별화해 적도록 하고 배점도 높게 책정했는데 과도한 요구라고 본다"며 "지난해 공무원연금공단 주거래은행 선정도 이보다 조건이 좋았는데 국민은행만 입찰에 참여했다. 그만큼 기관 영업의 수익성이 예전보다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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