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마라도에 마스크 배송한 수소드론… 해상 사고에도 투입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8.04 06:00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2시간 비행 가능한 수소드론 개발
    의약품 배송, 산불 감시에 다양하게 활용…해외에도 진출 예정

    "지금 이 드론으로 마스크 300매를 한 번에 실어나를 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시 두산기술원 정문 앞 잔디밭 위로 대형 드론이 높이 날아올랐다. 8개의 날개(프로펠러)가 바쁘게 돌아가면서 20kg에 달하는 몸체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 드론은 두산의 자회사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이 자체 개발한 수소연료전지 드론 ‘DS30’으로, 최대 120분을 비행할 수 있다. 기존 드론의 단점으로 꼽히는 짧은 비행시간 문제를 해결해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드론·로보틱스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일반 배터리 드론은 길어야 20~30분 비행하면 배터리가 닳아 지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두산의 수소드론은 연료전지 파워팩과 수소탱크를 장착한 덕에 2시간 동안 공중을 누비고, 최대 5kg의 물품을 싣고 한 번에 80km 이동할 수 있다. 이는 서울에서 천안까지 이르는 거리다.

    덕분에 제주도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약국과 우체국이 없어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는 인근 가파도, 마라도, 비양도 주민들에게 마스크 총 1만5000매를 수소드론으로 배송했다. 지난달 이국종 아주대 외상연구소장이 보령해양경찰서와 진행한 해상 수난 대비 훈련에도 두산의 수소드론이 투입됐다. 바다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고 성인 남자 4명이 매달릴 수 있는 튜브를 전달하는 역할을 이 드론이 맡았다. 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한 기존 드론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이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연료전지 드론 ‘DS30’이 지난 4월 제주도에서 인근 섬으로 공적 마스크를 실어나르는 모습. 마스크를 실은 드론은 제주도에서 마라도까지 왕복 20km를 비가시권 자동비행(1시간 10분)으로 이동했다. / 두산 제공
    수소드론에 들어간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연료전지 파워팩(DP30)은 수소와 산소를 연료로 사용해 만들어낸 전력으로 작동한다. 산소는 대기 중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수소 공급만 원활하면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데,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수소를 고압으로 압축시켜 충전하는 고압수소용기를 사용해 연료전지 발전 시간을 2시간으로 늘렸다. 수소용기는 150m 상공에서 떨어뜨리고, 총기로 쏘고, 불에 태워도 터지지 않도록 엄격한 내구성 평가를 거쳐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몸체와 날개, 파워팩, 수소용기 모두 탄소섬유로 만들어 드론의 무게를 낮춘 점도 비행시간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길이와 너비 모두 2.6m에 육박하는 수소드론(DS30)의 무게는 약 20kg로, 비슷한 크기의 다른 드론과 비교해도 가벼운 편이다. 충전시간이 10분으로 짧고, 총 수명이 1000시간으로 길다는 점도 차별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드론 시연을 주도한 신재용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과장은 "수소드론은 2시간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송, 정찰·수색, 시설물 관리 등 장시간 비행이 필요한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며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드론은 비행시간이 짧아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수소연료전지 드론 ‘DS30’은 비행시간이 120분이고 최대 5kg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 이재은 기자
    두산은 앞으로 수소드론이 장거리 배송, 경찰 수색, 시설물 점검, 산불 감시 등의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송전탑과 풍력·태양광 발전소 설비를 점검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신재용 과장은 "감시·정찰을 할 때는 드론 몸체 아래 카메라를 설치하고, 태양광 발전소 같은 대형 설비 관리가 필요할 때는 균열을 포착할 수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물자를 배송할 때는 가방을 달면 된다"며 "용도에 맞게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두산은 수소드론이 한국보다 영토가 넓은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것으로 보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방산컨설팅 기업 틸그룹은 2028년이면 농·임업, 건설, 물류 등에 활용되는 상업용 드론 시장이 95억달러(약 11조3500억원)로 지금의 8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미국 보건부 등과 함께 카리브해에 위치한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세인트 토마스 섬부터 세인트 크로이 섬까지 DS30 드론으로 긴급의료물자를 배송하면서 1시간 43분 동안 69km를 비행하는 기록을 세웠다. 의약품의 경우 배송 중 미세한 진동만으로도 성분이 변질될 수 있는데,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드론은 진동이 없고 소음이 적어 의약품 배송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일정이 늦춰졌지만 연말부터 호주, 캐나다,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수소드론이 배터리 드론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국내 상업용 드론 수요 증가와 해외 시장 진출에 힘입어 생산규모가 늘면 수년 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수소드론의 가격은 대당 6000만원 수준이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전북 익산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공장에 구축한 별도의 생산라인에서 수소드론을 생산한다. 생산 능력은 연 2000대인데, 수요는 아직 이에 못 미친다.
    두산은 지난 2016년 연료전지를 활용한 무인항공기 사업을 키우겠다는 목표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을 설립했다. 현재는 연료전지를 탑재한 소형 드론에 주력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수소연료전지 기반 비행자동차, 스키드로더 등 대형 이동수단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수소 헬기 개발에 착수했는데, 헬기의 경우 자기 무게만큼 물자를 실을 수 있어 향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