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지구온난화 못 막으면 농업이 죽는다

입력 2020.08.01 06:00

[전문기자칼럼]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농촌도 지구온난화 방지에 동참해야


장마가 길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늦어도 7월 하순이면 끝나던 장마가 8월 중순쯤에야 끝난다고 한다. 물폭탄을 쏟아내는 장마탓에 농경지는 침수되고 농작물 생육도 나빠지고 있다. 북쪽의 차가운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만나 장마전선이 만들어지는데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차가운 공기의 세력이 좀처럼 약해지지 않으면서 장마가 길어지는 탓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고, 앞으로 지구온난화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2014~2020년 발표된 1900여편의 국내외 논문과 보고서를 분석·평가해 만든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금 같은 추세라면 21세기 말 한국의 연평균 기온이 최대 4.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같은 기상현상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연간 최대 온도 차이가 40도 이상 나는 한반도에서 사는 한국인들에게 연평균 기온이 5도쯤 상승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실제 주변에 ‘좀 덥겠지만 이 정도쯤이야 냉방기기를 틀면 될 것 같은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지구의 연평균 온도가 5도 오르는 일은 냉방기기 따위로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구 전체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인간도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인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의 사망위험이 늘고, 먹고 살아야 할 농작물 재배 지형도도 완전히 바뀐다. 집중호우에 따른 홍수 위험과 가뭄 피해가 동시에 증가하고, 동물 매개 감염병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일수가 10.1일에서 35.5일로 증가해 여름철 3일 중 하루는 폭염일이 되면 폭염에 따른 사망률이 인구 10만명당 100.6명(2011년 기준)에서 2040년 230.4명으로 증가하게 된다. 보통 기온이 1℃ 오르면 사망위험이 5% 오른다.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가뭄과 호우 강도가 세진다. 2050년이 되면 강수량이 2000년보다 15% 증가하고, 현재 강원 등 일부 지역에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폭설도 전국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된다.

생태계도 바뀐다. 벚꽃 개화시기는 지금보다 11.2일 빨라지고 소나무숲은 2080년이면 현재보다 15%쯤 줄어든다. 각종 질병 발생 위험도 커진다. 기온이 1℃ 오르면 쯔쯔가무시증 발생 위험이 4.27% 높아지고, 식중독을 유발하는 살모넬라균은 47.8% 증가한다.

자연환경의 지배를 받는 농업도 농작물 재배 적지와 적기, 생산성과 품질, 작부 형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벼는 21세기말 대부분 지역에서 25% 정도의 수량이 감소한다. 수량 뿐만 아니라 품질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감자 수확량도 여름 감자가 30% 이상, 가을 감자도 최소 10%의 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예작물 지형도도 바뀐다. 2100년이면 사과 재배 적지는 한반도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배의 주 재배 적지는 현재 전남에서 충남으로 바뀐다. 복숭아는 전체 농경지 중 2.4%, 포도는 2.9%만이 재배 적지로 예상된다. 감귤(온주밀감)은 2090년대부터 제주도에서 재배할 수 없게 된다. 대신 강원도 해안지역 등까지 재배 가능지가 확장된다. 한지형 마늘은 재배 적지가 점차 사라지지만 난지형은 현재 남부지역에서 중북부지역으로 적지가 북상한다.

기후변화는 병해충과 잡초의 발생량도 변화시킨다. 세균벼알마름병은 2090년이면 전국적으로 만연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몇 년간 빠르게 확산하며 과수농가에 피해를 끼친 꽃매미는 2060년께 강원 산간지역을 포함해 남한 전체로 퍼지고, 외래종인 등검은말벌과 갈색날개매미충 발생도 증가한다. 진드기와 모기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 마디로 말해 지구 온난화로 인해 식량 생산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식량안보에도 심각한 영향이 우려된다.

농부들도 지구온난화 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물론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지구 온난화를 한국의 힘만으로 막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농업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 방문한 충남 홍성 원천마을의 한 양돈농장에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실천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 곳에서는 냄새나는 돼지분뇨를 발효시킨 메탄가스를 원료로 하는 소형 열병합발전소 건설이 한창이었다. ▲처치곤란인 돼지분뇨에 미생물을 첨가해 악취 발생을 최소화한 상태로 메탄가스를 생산하고 ▲그 메탄을 원료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발전소 주변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온실 난방에 활용할 수 있고 ▲발효가 끝나 숙성된 돼지분뇨는 우수한 거름이 된다. 일석사조(一石四鳥)다.

농장주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손 잡고, 이 같이 현장을 전국으로 확산하면 지구온난화 방지에 의미 있는 실천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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