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만족도 고려...단순 텍스트 자료 인정 안돼"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따라 강의 방식 달라질 수도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잇따라..."공정성 훼손 심각"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학가에서는 2학기에도 원격수업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수업의 질'을 둘러싸고 1학기 내내 진통을 겪은 만큼 원격수업 내실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또 1학기 원격수업 과정에서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가 속출함에 따라 2학기에는 중간·기말시험 대면평가를 실시하겠다는 대학이 늘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대학 상당수가 대면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2학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 6월 1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학생들이 학교 측에 코로나 사태에 따른 성적평가제도 개선, 등록금 반환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연세대는 ▲대면수업 ▲비대면수업 ▲혼합수업 등 3가지 방식을 상황에 따라 적용하기로 했다. 수강생이 50명을 초과하면 100% 원격수업으로 진행한다. 혼합수업은 3학점을 기준으로 주당 '2시간 온라인+1시간 대면수업' 또는 '1시간 온라인+2시간 대면수업' 방식으로 한다.

연세대는 여름방학 기간을 활용해 '수업 자동 녹화 시스템 구축', '서버 증설' 등 원격수업 인프라 확충에 들어갔다. 원격수업에서는 '직접 녹화한 동영상 강의'와 '실시간 온라인 강의'만 허용하기로 했다. 원격수업 내실화를 위한 조치다.

서강대도 공통필수과목과 실험실습과목, 일부 전공과목 등은 대면수업으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원격수업으로 대체한다. 대면수업은 수강인원의 3배수에 해당하는 크기의 강의실이 배정될 예정이다.

서강대는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정강의' 기준도 마련했다. 줌(ZOOM) 등을 활용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녹화 영상을 활용할 경우 ▲75분 기준 최소 35분 이상 자체 제작 콘텐츠 활용 ▲질의응답·토론 등 보조방법 시행 등 규정을 따라야 한다. 외부 콘텐츠나 단순 텍스트 자료는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달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학생들이 등록금반환운동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외에 건국대, 경희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홍익대 등도 대면과 원격수업을 병행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면수업 시 강의실 소독, 마스크 착용, 안전거리 유지 등 방역 수칙을 엄격하게 지킨다는 방침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의 단계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원격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2학기 학사운영 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대학들은 2학기에 대면수업과 원격수업을 동시에 준비하면서도 평가는 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경희대는 수강인원 20명이 넘어가면 1학기와 마찬가지로 원격수업으로 진행하지만 중간·기말시험은 대면평가로 한다고 공지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비대면 평가로 전환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일단 원격수업만 듣는 학생도 시험은 학교로 출석해 치러야 한다.

지난 6월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강의실을 소독하고 있다.

앞서 1학기 대학가에서는 지난 6월 인하대 의대생들의 온라인 시험 집단 부정행위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대학에서도 모바일 메신저 오픈 채팅방을 통해 정답을 공유한 일이 속속 드러나자 원격수업이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연세대의 경우 학생들이 먼저 대학본부에 중간·기말시험을 대면평가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철저한 방역 대책이 마련된 상황에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평가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연세대 총학생회가 최근 재학생 31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학기 학사운영방식 선호도 조사'에서도 전체의 41%가 대면평가가 진행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비대면평가를 선호한 응답자는 전체의 19.3%에 그쳤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온라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예방할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대면평가로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