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급도 집 팔아라" 이재명發 쇼크에 떨고 있는 세종시 과장들

입력 2020.08.01 06:00

[세종풍향계]

"여보. 뉴스 봤어? 4급도 팔래. 이게 한계인가봐, 마음에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세종시의 한 부처에 근무하는 A과장은 최근 아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내 4급 이상 간부 중 다주택자에 대해, 연말까지 1주택을 초과하는 주택을 처분하라는 권고를 내렸다는 뉴스를 아내에게 보냈다. 경기도는 권고를 불이행할 경우, 승진·전보·성과·재임용 등 각종 평가에 반영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실거주 중인 1채를 포함해, 서울에 아파트 2채를 가지고 있는 A과장은 "승진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아내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데, 마음이 불편해서 매각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집도 아내가 알아보고 산건데, 남편 직업 때문에 팔아야 한다는 게 참 미안하다"면서 그는 대화를 마쳤다.

24일 오후 세종시청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가 유리에 비치며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청와대를 시작으로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다주택자 매각 권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종시 중앙부처 과장들의 압박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국장급인 2급 이상 공직자에게만 다주택 처분을 권고 했지만, 분위기가 점차 하향 확산하면서 과장급인 4급의 목을 조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종시 관가에서는 경기도의 ‘다주택 고위공직자 승진 제한’ 조치가 경기도를 넘어, 다른 중앙부처나 지자체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종시 공무원 중엔 국·실장급 고위공무원 뿐만 아니라 과장급 중에서도 다주택자가 적지 않다. 서울 등 수도권에 살던 집을 보유한 상황에서 세종시에 내려오면서 ‘공무원 특별공급 분양’을 받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기존 경기도 의왕시 집에는 가족이 살고 있어 처분이 어렵고, 세종시 분양 아파트는 전매 제한 등에 걸려 있는 경우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처 B과장은 "권고인데, 안지키면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권고인지, 지시인지 모르겠다"며 "공무원의 박봉에도 명예와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일해 투자한 개인의 재산을 국가가 일방적으로 매각을 강제한다는 것이 쉽게 공감되지 않는다. 아내 등 가족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또 다른 부처 C과장은 "현실적으로 과장급에게 다주택자 매각 권고가 내려올 경우, 불만과 파장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울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국장 승진을 앞둔 과장들의 경우, 다주택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과장급까지 안내려오는 것을 희망하지만, 경기도가 4급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내세우면서 분위기가 세종시 등 전체로 확산되는게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세종시에도 다주택 공무원에 대한 처분 권고가 등장한 상태. 국토교통부는 국장급 이상 간부 가운데 2주택 이상 보유한 공직자들에 대해 주택 매각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 내 정책관급 이상 고위공무원단은 정원 51명 중, 해외체류나 휴직 등을 반영한 현원은 47명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국장급 이상 간부들이 2주택 문제를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6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2020년 정기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재산이 공개된 중앙 부처 고위공직자 750명 중 약 3분의 1인 248명이 다주택자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2주택자는 196명, 3주택자가 36명, 4채 이상 보유한 경우는 16명에 달했다. 만약 다주택자 매각 권고가 과장급에도 적용된다면, 대상자나 파급력 등 반발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 부처 C과장은 "다주택자를 막기 위해 세재를 개편하거나 법을 만드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공무원이라고 조직에서 성공을 하려면 집을 팔라고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D과장은 "공무원도 사람인데, 각자 집안의 사정이 있길 마련인데, 그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팔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공무원들이 세종에 내려온 것도 본인의 선택으로 내려온 게 아니다. 지금도 주말 부부 등 여러 형태로 떨어져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있다. 정부가 부부 싸움 일으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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