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망했네” vs “전세 구해봐”… 임대차법에 집주인-세입자 갈등 ‘점화’

조선비즈
  • 심민관 기자
    입력 2020.07.31 11:43

    "임대차법이 시행되니 이제 갭투자(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것)한 집주인들은 망했네요."
    "이제 전세는 씨가 마를 겁니다. 집 구하느라 고생 한번 해보세요."

    지난 30일 ‘주택임대차 보호법(이하 임대차법)’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통과한 직후 한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댓글이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임대차 3법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세입자들의 권리를 늘리고 집주인과 주택 투자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집주인과 세입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방을 빼려는 집주인들과 연락을 피하면서까지 임차한 집을 사수하려는 세입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극심한 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임대차법은 세입자가 기본 2년의 임대차 기간 만료 후 추가로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폭은 직전 전월세 계약의 5% 이내로 정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회사원 김모(39)씨는 최근 전세계약 만료 두달을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1억원 올려주지 못하면 방을 빼라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집주인과 대화를 해보려 했지만 방을 빼든지 보증금을 올려주든지 결정하라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집주인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집주인 박모씨는 2년 전쯤 세입자가 취업준비생이라는 말을 듣고 주변시세보다 10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방을 임대해 줬다. 지난해 세입자가 대기업에 취업해 오는 9월 계약 만료시 월세를 10만원 올릴 계획이었다.

    박씨는 세입자에게 재계약을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피하는 모습이었다. 박씨는 "기존에 월세를 높게 받지 않은게 후회된다"며 "주변 사람들은 세입자가 새 법 시행 전까지 일부러 피하는 것 아니냐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파트 보유자는 최근 세입자에게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신이 직접 거주할 예정"이라며 방을 빼라고 통보했다가 한바탕 말다툼을 벌였다고 말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의) 말을 못 믿겠으니 나중에 전입증명서와 전출증명서를 직접 떼서 보내달라"며 "세입자를 위해 정부가 법을 바꿨는데 거짓말을 하면 신고해서 배상금을 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불리한 조건의 임대차 계약을 받아들여야 하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대차 3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편법을 찾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임대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제도 변경으로 손해를 안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라는 내용의 문의 글들이 많았다.

    반면 세입자들은 "임대차법이 시행되더라도 집주인들이 법 적용을 피할 편법들을 찾을 것"이라며 집주인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집주인들이 편법 행위를 저지르려는 ‘꼼수’가 보이면 즉시 신고를 하거나, 문제를 제기해 규제를 더 촘촘히 만들도록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주인의 편법으로 거론되는 방법 중 하나가 임대차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겠다는 ‘특약’을 전월세 계약서에 넣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나 공인중개사 등을 대상으로 이같은 문의가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법 시행 후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하더라도 집주인이 전세대출에 동의하지 않으면 은행에서 빌린 전세금이 회수된다는 점을 이용, 법이 보호하는 세입자의 임대차 계약 갱신권리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도 집주인과 세입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서울 영등포의 한 공인중개사는 "그동안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다음 계약 갱신을 위해 서로 배려하고 협의하려는 모습이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가 적대적인 입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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