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큰손'으로 떠오른 네이버가 닮고 싶다는 중국의 '이 기업'

조선비즈
  • 박소정 기자
    입력 2020.08.02 15:00

    최인혁 "앤트파이낸셜을 한국적으로 벤치마킹"
    연내 출시 ‘SME대출’도 앤트파이낸셜 본뜬 것
    앤트그룹, 4분기에 中·홍콩증시 동시 상장 준비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업권에서의 세를 넓혀가고 있다.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에 이어 지난달에는 ‘네이버통장’을 내놓더니 한달만에 ‘중소상공인(SME)’을 대상으로 한 대출 영역까지 진출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달 28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연내 새로 선보이겠다고 소개한 SME대출 서비스는 네이버의 온라인 창업 툴인 ‘스마트스토어’에서 창업하는 사업자를 우선 대상으로 한다. 금융이력이 없더라도 네이버쇼핑·네이버페이 매출 추이·반품률·상품 리뷰 등 각종 네이버 빅데이터를 참고해 구축한 자체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기반으로, 대출 한도와 금리를 책정해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여신(與信)업 허가권이 없는 네이버 대신 제휴 금융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 자금을 대고, 네이버는 대출 심사·중개만 하는 구조다.

    최 대표가 이런 청사진을 내보이며 거듭 언급한 기업이 있었다. 바로 중국의 ‘앤트파이낸셜’(蚂蚁金服)이다. 그는 "중국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의 사례를 글로벌 탑티어(Top-Tier) 전문가 집단과 함께 분석, 벤치마킹했다"며 "금융 이력이 없는 이들을 신용평가해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앤트파이낸셜을 통한 시사점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중국 디지털금융사 ‘앤트파이낸셜’의 모습. /앤트그룹 홈페이지 캡처
    ◇네이버 SME대출 서비스는 한국판 ‘마이뱅크’·‘즈마크레딧’

    중국의 대표 디지털금융사 앤트파이낸셜은 현(現) 앤트그룹의 옛 이름이다. 앤트그룹은 현재 ▲알리페이 ▲앤트포춘 ▲마이뱅크 ▲즈마크레딧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즈마크레딧(즈마신용)’은 개인들을 위한 자체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공인된 신용평가 척도가 없는 중국에선 앤트그룹이 만든 즈마크레딧이 준정부적 수준 지위의 신용평가 기반으로 취급되고 있다. "장가갈 때 가장 필요한 게 즈마신용 점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알리바바를 통해 수집된 온라인 거래나 교통 신호 위반 이력, 세금납부 내역 등의 빅데이터가 신용평가의 기반이 된다. 예를 들어 기저귀를 사는 사람은 유흥비로 돈을 쓰는 사람보다 더 책임감 있는 소비를 하는 것으로 인식해 더 높은 점수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마이뱅크’는 이런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마이뱅크도 SME나 농부 등 금융소외계층을 목표로 한 대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앤트그룹에 따르면 마이뱅크는 지난 6월 기준 SME 2900만곳을 지원했다. 이들 중 80%는 이전에 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 네이버파이낸셜이 소개한 SME대출 서비스는 앤트그룹의 마이뱅크, 즈마크레딧 서비스와 유사하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앤트파이낸셜과 차이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김유원 네이버 데이터랩 박사는 "중국은 CB(Credit Bureau·신용정보업) 데이터 자체가 없는 나라인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며 "수십년 동안 잘 다듬어진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법론에 네이버파이낸셜의 혁신적인 방법론을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하려는 모델이 우리 ACSS다. 한국적 사안에 맞게 앤트파이낸셜을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네이버파트너스퀘어 역삼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연내 선보일 혁신 금융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네이버 제공
    ◇앤트파이낸셜처럼 ‘금융 만물상’ 꿈꾸는 네이버파이낸셜

    앤트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알리페이’와 ‘앤트포춘’도 이미 네이버파이낸셜이 제공하고 있거나 확장해나갈 서비스와 닮아 있다. 알리페이는 지난해 6월 기준 전 세계 12억명이 사용하는 간편 결제 플랫폼으로, 현지에선 중국인의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를 시작으로 금융시작을 공략하기 시작했고, 이후 소액대출이나 자산관리 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네이버 역시 당초 간편결제사업부문에 불과했던 네이버페이가 네이버파이낸셜 출범의 모태가 됐다.

    앤트포춘은 종합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지난해 6월 기준 자산관리회사 100여곳의 금융상품 4000여개가 이 앱에서 제공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종합자산관리계좌(CMA)통장을 출시한 데 이어, 자회사 ‘엔에프(NF)보험서비스’를 하반기 출범시켜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한 보험 서비스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쇼핑·결제·송금·증권·보험까지 다양한 상품을 연달아 선보이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객들의 금융 생활을 아우를 수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려는 네이버파이낸셜의 행보와 겹치는 모습이다.

    간편 결제 플랫폼 ‘알리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내걸고 장사를 하는 중국 소상공인의 모습. /앤트그룹 홈페이지 캡처
    앤트그룹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홍콩증시와 중국 상해 커촹반(科創板·중국판 나스닥)에 동시 상장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할 만큼 크게 성장한 기업이 됐다. 구체적 상장 시점은 미공개지만 4분기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앤트그룹의 기업가치가 2000억달러(약 240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의 성장은 향후 ‘닮은 꼴’ 네이버의 기업가치 평가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국내 한 증권사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 데이터를 활용한 공급망 금융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앤트파이낸셜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성장 가능할 전망"이라며 "앤트그룹 기업공개(IPO) 흥행은 네이버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기업가치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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