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日경제보복, 금년엔 코로나… “회장님은 올해도 여름휴가 못 갑니다”

조선비즈
  • 정민하 기자
    입력 2020.07.31 06:00

    [비즈톡톡]

    "회장님은 언제쯤 여름휴가를 갈 수 있을까요?"

    지난해 여름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뜨거웠습니다. 대략 1년 전인 7월 1일 일본 정부는 스마트폰·TV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 수출 규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조처였습니다. 이에 재계 총수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여름휴가를 반납해야 했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게 기업들의 얘기입니다. 당초 코로나19는 3분기쯤 잦아들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도통 잠잠해지지 않으면서 현 상황 점검이 필요함은 물론, 하반기 경영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코로나는 내년 말까지는 가라앉지 않을 것이며 ‘위드(with)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위)과 ‘그린뉴딜’ 전략을 발표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아래). /조선DB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은 올여름 특별한 휴가 계획이 없습니다. 국내에 머물며 코로나 이후 경영을 고민한다고 합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이 부회장) 기소 여부 판단이 임박한 상태"라며 "휴가는커녕 경영에 차질이 생길 만약의 경우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한 번도 여름휴가를 가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특히 2018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됐다가 구치소에서 석방된 뒤에는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일본 정부의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매일 현안 보고를 받고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며 여름을 보냈습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재계 총수들을 잇달아 만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005380)수석부회장은 휴가철에 오히려 더 바쁠 예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은 환경에서 살아남을 방안을 찾기 위해섭니다.

    약 2년 전 경영 전면에 나선 정 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현대차 회장처럼 별도로 휴가 기간을 정해놓지 않는다고 합니다. 작년에도 중국 내 현대·기아차 판매량 침체 등 미·중 무역분쟁 속에 현안을 챙겼습니다. 이번 여름에도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에는 아산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도 종종 찾아뵙고 있습니다.

    SK 사내 방송에 출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위)과 국내 임원회의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아래). /조선DB
    "회사에 다닌 지 30년쯤 되지만 이렇게 불확실한 경영환경은 처음입니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최근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말인데요. 최 회장도 올여름은 별도의 휴가 일정 대신 코로나 이후를 고민하며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을 집중 탐색하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 회장은 최근 직원들이 만드는 홍보 영상에 직접 출연하거나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간이판매점에서 마늘을 구매하는 등 소탈하면서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주력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SK하이닉스(000660)가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의 직접 영향권에 들면서 휴가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비상경영 돌입했던 적이 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특별한 여름휴가 계획이 없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에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여름 휴가를 보냈던 신 회장은 올해는 한국에만 머물며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전국에 있는 롯데 사업장을 방문했는데 지금까지 50여 곳에 달한다고 합니다.

    올해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023530)등 면세점이나 백화점은 물론, 석유화학업인 롯데케미칼(011170)역시 코로나 발(發) 국제유가 폭락과 수요 감소로 어려운 한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하필이면 대부분 업종이 코로나19와 연관돼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하반기 롯데 사장단 회의(VCM)에서 "지난해 대비 70~80%로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70% 경제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됐다"면서 "코로나와 함께하는 ‘위드(with) 코로나’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한 구광모 LG그룹 회장. /조선DB
    재계 5대 그룹 가운데 유일한 40대 총수인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은 조금 다릅니다. 구체적 일정은 미정이나 며칠 짬을 내서 여름 휴가를 다녀올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평소 ‘아무리 바빠도 여름 휴가를 통해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해왔다"고 했습니다. 구 회장은 작년에도 CEO부터 솔선수범한다는 취지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다만 휴가지에서도 주력 사업 이슈는 빠뜨리지 않고 챙겨볼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반기에는 경제 상황이 조금 나아진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그룹을 이끄는 총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겁니다." 재계 관계자들은 각 그룹 총수들이 쉬면서도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코로나가 몰고 온 먹구름이 언제쯤 걷힐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회장님들의 휴가 계획도 안갯속에 빠진 모양샙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