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코로나만 끝나면 다이궁이 돌아올까요?

입력 2020.07.30 11:00

최근 유통업계는 재고면세품 판매로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워진 면세점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 재고의 내수 판매를 허용하면서다. 재고면세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온라인 쇼핑몰은 접속이 폭주했고, 백화점엔 새벽부터 긴 줄을 섰다.

하지만 열풍도 잠시, 재고면세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금세 시들해졌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다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에게 팔려던 제품이라 국내 소비자들의 구미에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20%대의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면세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았다. 작년 7월 이후 2조원대를 유지했던 월매출은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된 올 2월 반 토막이 났고, 4월부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정부가 재고면세품의 내수 판매와 제3자 해외반출을 허용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곤 있으나,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 면세업계는 단축 근무와 영업 중단 등으로 ‘버티기’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이궁이 돌아와야 해결될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 면세시장에서 다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기 때문이다. 과연, 다이궁이 돌아오면 면세점은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까?

국내 면세시장 규모는 지난해 24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1.1% 성장했다. 면세시장은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줄었을 때도 다이궁 덕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정부도 신규 면세점 특허를 남발하며 성장을 뒷받침했다. 그 중엔 석연치 않은 허가도 있었다.

2015년 6개였던 서울 시내 면세점수는 2017년 13개로 늘었다. 면세점 간 경쟁은 더 심화됐다. 지난해 면세업계가 다이궁 유치를 위해 쓴 송객수수료는 1조3181억원으로 2012년(2199억원)과 비교해 6배 이상 증가했다. 다이궁 주머니로 새나가는 돈이 많아지니, 물건을 많이 팔아도 이익이 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다이궁은 현장인도제를 악용해 면세품을 시중에 불법 유통했다.

영국 유통전문지 무디리포트는 한국의 면세시장을 "깨질 수 있는 황금알"이라고 경고했고, 중국 국영 면세점 업체 CDFG의 찰스 첸 회장은 "한국 면세시장의 절반은 중국 것"이라며 도발했다. 결국 지난해 한화와 두산은 수천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면세특허권을 반납했다. 대기업도 ‘고급 도매상’으로 전락한 면세점을 감당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모두 코로나 사태 이전의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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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게 성장한 면세점은 코로나19를 만나 고사 위기에 몰렸다. 올해 1분기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의 매출은 30%대로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롯데를 제외하고 적자로 전환했다. 중견 면세점인 SM면세점은 인사동에서 운영하던 시내면세점을 오는 9월 폐점하기로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 10일 서울과 제주에 대기업 시내면세점을 한 곳씩 추가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후 시장 대응을 위해서라는데, "코로나가 끝나면 다이궁이 돌아올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과연 그럴까.

최근 중국은 하이난(海南)섬을 면세 특구로 지정했다. 이달 초부터 면세한도를 늘리고 구매 수량 제한을 완화했는데, 첫 주 면세 판매액이 상반기보다 58% 증가했다. 상품가격도 한국·홍콩보다 10~20%가량 싸다고 한다. 다이궁은 장사꾼이다. 코로나가 종식되기도 전에 가격이 싼 도매상(하이난)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면세업은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한 간접 수출산업이다. 하지만 국내 면세시장은 다이궁에 기대 빠른 성장과 빠른 몰락을 맞았다. 이제라도 정부와 업계는 면세업의 본질을 되새기고, 취약한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내국인을 위한 정책을 재점검해 고객을 다각화해야 한다. 다이궁이 돌아오더라도 또 다시 출혈 경쟁으로 시장을 망칠 순 없다. 지금은 버틸 때가 아니라 체질을 개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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