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코로나가 학교에서 퍼질 게 걱정되면 등교를 아예 안시키는 게 맞지 않나요"
"주 1회 학교에 나가는데, 교내 감염이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거죠"
"요즘 학교 친구라는 말이 있나요, 학교 가는 것 자체가 의미 없어 보여요"
경기도 한 초등학교 1학년생 어머니 김모(41)씨는 최근 같은 반 학부모들과 이런 얘기를 나눴다. 이들의 자녀들은 입학 후 학교에 10번도 못 나갔다. 수도권에서 시행 중인 학교 밀집도 최소화 조치에 따른 것이다. 같은 반 친구들이라고 해도 일주일에 한 번만 학교에 가니, 교실에서 만날 일도 거의 없다.
김씨는 "솔직히 1학년이 학교에서 어떤 대단한 지식을 배우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사회성 기르기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라며 "아무리 코로나 시대라고 해도 학교에 가지 않는데, 무얼 기대할 수 있나"라고 했다. 김씨는 이어 "코로나로 학교에 가질 않으니, 그 시간에 학원을 더 보내겠다는 엄마들도 있다"며 "그렇게 보면 (지식을) 배우는 건 학원이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해 공교육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경기교육청은 최근 ‘학교 밀집도 최소화 조치’와 관련해 별도 안내 시까지 지침을 유지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도내 각 학교에 보냈다.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교육부와 (밀집도 최소화) 지침 개정과 관련한 논의가 없었다"며 "최근 3분의 1 등교 지침과 관련한 문의가 들어와 파악해 봤지만 상황이 변한 것은 없다"고 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등교수업 재개 후 학교 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퍼진 사례는 대전 천동초등학교 1건(추정)뿐이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교육부가 시행 중인 ‘학교 밀집도 최소화 조치’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유일무이한 예방책으로 꼽히는 ‘거리두기’가 등교 인원을 줄여 가능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 등은 비정상적으로 등교수업을 하는 현 상황에서 방역 성과를 강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자녀가 서울 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부모 한모(여·46)씨는 "이미 학생들은 학원을 거의 자유롭게 다니고 있는데, 학교 내 방역만 성공하면 다른 곳에서의 코로나 감염은 괜찮다는 의미냐"라고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집계한 3~18세 아동 확진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신고된 총 111건의 아동 확진 사례 중, 가족 감염은 67명으로 60.4%, 학원·학습지·과외는 18건(12.6%)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유·초·중학생의 경우 가족 내 감염이 많았고, 고등학생(16~18세)은 학원 감염 비중이 높았다.
인천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사 이모(남·38)씨는 "학교 내 감염이 없다고 학생 감염이 없는 건 아니다"라며 "우리 지역만 하더라도 코로나 감염 학생들이 학원, PC방, 노래방 등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코로나를 옮겼다"고 했다. 이씨는 이어 "특별히 학교가 방역을 잘해서 코로나 전파가 없었던 게 아니라 학교를 안나왔기 때문에 학교내 감염이 없었다는 생각을 못하나"고 했다.
방역은 성공했으나, 교육은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상황으로는 학력격차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매일 등교하는 지역과 원격수업이 병행되는 지역과의 격차는 물론이고, 맞벌이 가정이나 취약계층 학생들도 학습 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 김모(여·32)씨는 "학생 중에는 정말로 돈이 없어서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며 "아이들 숙제만 봐도 그런 차이가 느껴지는데, 이 차이를 줄여주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지만, 교육 당국은 수업일수 맞추기, 코로나 방역에만 신경쓰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 한 특수목적고등학교 대입 담당 교사 김모(44)씨는 "등교 수업일이 적으면 결국 중하위권 학생들의 학력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가 학습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등교 인원을 늘리는 방안 등 대책을 빨리 내놔야 한다"고 했다.
최근 수도권과 광주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줄고 있는 상황이다. 5월 23일부터 29일까지 수도권에서 발생한 하루 평균 확진자는 29.6명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수도권 코로나 집단발병에 대한 우려로 수도권 지역에 강화된 학교 밀집도 최소화 조치를 발동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수도권 하루 평균 확진자는 15.9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만큼 교내 감염 가능성도 낮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광주의 경우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는 1.7명, 최근 사흘간은 1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수도권 및 광주 지역 학교들은 2학기 등교인원을 현재 3분의 1 이하에서 3분의 2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체 등교가 어렵다면 지역간 형평이라도 맞춰달라는 것이다. 이미 서울교육청은 교육부에 등교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진 않다. 앞서 지난 24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코로나 감염병 단계가 지금과 같은 수준이라면 수도권에서 등교인원을 3분의 2로 확대하는 상황이 있을 수는 있어도 전체 등교를 어려울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위기 단계가 조정되면 그에 따라 학교 학사 일정과 운영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