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더 세진 임대차 3법… "전세 매물은 이미 없어지기 시작했다"

입력 2020.07.30 06:00

"법 바뀌는 거 아시죠? 계약 종료 후 기존 집 전출증명서와 이집 전입증명서 보내주세요. 미제출 시 유관기관에 신고하겠습니다."

세입자에게 실거주를 이유로 전세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한 집주인에게 이같이 말한 세입자와의 메시지가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 등에서 화제가 됐다. 곧 도입될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으로 인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 계약 풍경에 벌써부터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지난 29일 임대차 3법이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당분간 법 도입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 아파트 일대. /연합뉴스
30일 국회 법사위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2+2안을 선택하기로 하고 갱신 시 임대료 상승폭은 지방자치단체가 원하는 경우 조례 등을 통해 5% 내에서 다시 상한을 정할 수 있도록 됐다.

주목할 점은 법안 통과 이전에 맺은 전월세 계약까지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20년 12월 30일로 전세가 만기인 세입자는 2018년 12월 30일에 집주인과 계약을 맺었지만, 2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임대차 3법이 도입되기 직전에 전세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여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일종의 소급적용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대차 3법이 이미 예고된 만큼 시장에서는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상태다. 소급 적용을 예상한 임대인들은 얼마 전부터 하반기에 계약 만기인 전세입자들에게 실거주를 하겠다는 이유로 갱신 거절 통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임차인에게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내용증명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전·월세금 인상으로 늘어난 세금 부담 등을 막으려던 계획이 틀어지자, 그럴 바엔 직접 실거주를 하겠다는 계산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임대인의 경우 아예 집을 비워두고 주소를 이전 해두겠다는 경우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인근 E 공인중개사는 "기준금리가 0%에 수렴하는 상황에서 전세 계약을 맺는 것이 임대인에겐 손해인데다 실거주 요건이 비과세 조건으로 따라 붙으면서, 집을 비워두고 주소만 이전해두겠다는 집주인이 여럿 있다"고 했다.

서울 대치동 인근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오는 이들에게 가장 장벽이 낮은 아파트가 은마아파트였는데, 이번에 은마아파트에서 도곡동, 양재동 쪽으로 세입자들이 많이 나갔다"면서 "대부분 집주인이 직접 거주한다고 통보한 경우"라고 했다. 은마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실거주 요건이 새로 생긴 영향까지 더해진 경우다.

전세 수요가 많은 서울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처음에는 세입자들도 전세금 인상이 지나치게 크고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강수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도 이미 전·월세 매물이 많지 않은 데다, 집주인 실입주인 경우 임대차 3법이 통과되어도 집은 비워줘야 한다는 점에서 입장을 바꾼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서울 대치동의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집주인이 처음 제시한 대로 전세금을 올려주는 편이 차라리 좋은 조건이라는 계산이 선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계약일을 당겨서 응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도 임대차 규제가 생기면서 전세금이 급등한 예가 있다. 1989년 임대차 최단 존속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을 때가 좋은 예다. 당시에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았는데도 2년간 연 20%가량씩 전세가가 폭등한 바 있다. 서울시 전세가격 연간 상승률은 1988년에는 7.3%였으나 1989년에는 23.7%로 껑충 뛰었고 1990년에도 16.2%로 높았다.

임대차3법 도입 예고로 전셋값의 급격한 상승은 이미 나타났다. 지난 14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일스위트리버 전용 84㎡는 6억58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직전 최고가(4억6000만원·4월)보다 2억원가량 높은 값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 전세도 지난 21일 7억9000만원에 계약돼, 한 달 전보다 1억원이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전셋값은 56주 연속 상승해 7월 넷째주 0.12% 올랐다. 3기 신도시 청약대기수요가 있는 하남의 전셋값도 0.88%로 급등하고 있다.

시중에 이미 전세 매물이 적어 앞으로 세입자의 고통은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역삼동의 K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역삼 개나리푸르지오, 개나리 래미안아파트 등의 전세 매물이 ‘0’건이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했다.

5% 상한을 지자체 조례로 낮출 경우 부작용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자체가 조례로 5% 내에서 다시 임대료 상한을 정할 수 있다. 상한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 수요가 살아있는 수도권의 경우 전세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세입자들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세집은 부족하고 구하려는 세입자가 많으면 집주인에게 ‘도배는 세입자가 부담한다’는 식의 유인책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역으로 제안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대치동의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시장 원리를 무시하고 정책으로 가격을 눌러버리면 당연하던 것들이 음성적으로 이뤄진다"면서 "세입자들이 내놓는 제안마저도 신고기관 등 설치로 집주인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임대차3법이 도입되면 장기적으로 임대차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전세금이 계속 오르고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추진되다 보니 정책 목표를 역행하는 결과가 나오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3법은 결국 4년에 한번씩 오는 전세가 급등 현상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주택을 매도하려는 이들은 집을 공실로 남겨둬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세 매물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이 오른탓에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고 금리가 올라가는 시점에는 수익성이 줄어 신규 공급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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