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뉴딜' 인프라펀드 1호 후보, 안일환 2차관 과장 때 작품
"증시가 고위험 고수익에 쏠려 흥행 성공 미지수" 반응도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공모(公募) 인프라 펀드 활성화 정책의 첫 결과물이 이르면 올 해 안에 나올 전망이다. 공모 전환을 추진하는 사모펀드는 KB자산운용의 ‘발해인프라펀드’로, 편입하고 있는 자산은 7월 현재 8400억원 규모다.
공모 인프라펀드는 민간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투자하는 자본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는 공모 민자 인프라펀드는 2011년 상장한 맥쿼리인프라(MKIF)가 유일하다. 이후 9년만에 새로운 공모 민자 인프라펀드가 시장에 들어서는 것이다.
30일 정부 부처와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펀드 조성 이후 14년간 사모(私募)펀드로 운용했던 ‘발해인프라펀드’를 올해 공모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펀드는 지난 2006년 민간투자법에 근거한 간접투자회사(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로 당시 기획예산처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설립됐다. 현재 기획재정부 2차관인 안일환 차관이 민간투자제도팀장으로 펀드 조성을 지휘했다.
2006년 당시 국민은행, 국민연금 등 17개의 기관투자자들이 총 1조1900억원을 발해인프라펀드에 출자했다. 3개의 자산을 청산한 2020년 7월 현재 편입 자산은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 산성터널, 서울 용마터널 등이고, 규모는 8400억원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공모로 상장하면 자산의 재평가를 하게될 것이고, 재평가 이후 더 큰 규모로 상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발해인프라펀드의 공모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절차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항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공모펀드의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해주는 등 추가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이미 한국판 뉴딜에서 방향은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발해인프라펀드의 공모 전환 추진은 정부가 ‘한국판 뉴딜 등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내놓은 공모 인프라펀드 활성화 정책에 대한 업계의 첫 화답이다. 정부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흡수할 투자처를 적극 발굴하고 민간자본으로 SOC를 지어 재정 부담을 덜겠다는 목표로 지난 23일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 방안에서 공모 인프라펀드의 추가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차입 한도를 투자회사 자본금의 30%에서 50%로 상향했다. 또 인프라펀드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펀드 자산의 30% 한도에서 SOC 외에도 금, 채권, MMF 등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했다. 퇴직·공적연금이 참여하거나 공모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민자 사업자 선정 시 가점을 주는 우대조항도 마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M2)은 3053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자산가치 상승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의 최근 고민 중 하나는 넘치는 유동성을 관리할 방안을 찾는 것"이라면서 "공모 인프라펀드 활성화도 이와 같은 고민의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가 민간투자법을 대폭 개정하면서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펀드를 운용하는 KB자산운용은 "아직은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주식시장에 이른 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이 늘어났고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이 자금들이 기대 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대한 직접투자로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고수익을 노리고 증시에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많아 기대 수익이 낮지만 안정적인 공모 인프라펀드에는 투자 자금이 얼마나 모일 지 미지수라는 진단도 나온다. KB자산운용은 관계자는 "정부의 공모 인프라 펀드 활성화 정책에 따라 발해 인프라 펀드를 공모를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대체투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바이오나 언택트(비대면) 관련 유망업종이나 고위험·고수익 자산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 상대적인 중위험·중수익 자산인 공모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대체투자 시장은 소외되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공모 인프라펀드도 만약 상장을 하게 되면 중위험, 중수익 자산으로 분류될 것이므로, 상장 시 흥행에 성공할지 미지수"라면서도 "증시 과열 분위기가 진정되고 수익률에 대한 기대 눈 높이가 지금보다 낮아져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대한 기대가 생기면 공모전환을 해볼 만한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