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새 악재 '아베 사죄상'…日 "허용 안 돼" 韓 "예우 고려해야"

조선비즈
  • 손덕호 기자
    입력 2020.07.28 18:55

    식물원 원장, 경향신문엔 "아베다" 교도통신엔 "아베 아닐 수도"
    조정래·원혜영 등 참석한 가운데 8월10일 제막식 열려다 취소

    28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한 민간 식물원이 최근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 앞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며 사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른바 '아베 사죄상'을 설치한 것이 한일 관계에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일본 정부는 28일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고, 우리 정부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아베 사죄상'이라고 불리는 이 동상의 이름은 '영원한 속죄(A heartfelt apology·永遠の贖罪)'다. 강원 평창 오대산에 있는 민간 식물원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됐다. 이곳을 만든 김창렬 원장은 다음 달 10일 '영원한 속죄' 제막식을 열고 일반인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논란이 일어 제막식은 취소됐다. 동상은 김 원장이 사비(私費)로 제작했다. 동상은 조각가 왕광현씨가 제작했고, 작품 제목은 소설가 조정래씨가 정했다고 한다.

    한 언론의 2015년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김 원장은 1949년에 태어나 1970년대에 학생운동을 하던 중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3년간 수감됐다. 이후 야생식물 재배를 사업화해 성공했고, 국내 첫 민간 식물원을 만들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의 모습. /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아베 사죄상'이 설치됐다는 소식을 지난 25일 처음 보도하면서 김 원장이 "국내·외에 있는 소녀상들을 비난하고 조롱하거나, 훼손하는 실태를 보면서 단순히 입장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속죄 대상을 확실하게 형상할 필요가 있어 소녀상의 대상을 아베로 상징해 조성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제막식에는 소설가 조정래씨와 원혜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환경운동가 최열씨, 이숭겸 신구대 총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전날 '아베 사죄상' 소식을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언론 보도를 전하면서 이 동상에 대해 한국 인터넷에선 칭찬하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으로 "외교적 무례다" "유치하다" 등의 비판도 나와 찬반이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도 같은 날 "일본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창렬 원장은 교도통신에 "아베 총리를 특정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사죄하는 입장에 있는 모든 남성을 상징한 것"이라며 "소녀의 아버지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적 목적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8월에 제막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중단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28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한국자생식물원 내에 건립된 조형물 '영원한 속죄' 속 남성의 얼굴. /연합뉴스
    논란이 일자 일본 정부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베 사죄상이 한국 민간 식물원에 설치됐다'는 보도에 대해 "우선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은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만일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일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진화에 나섰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제 사회에 '국제 예양'이라는 게 있다"며 "어느 나라건 외국 지도급 인사에 대해 그런 국제 예양을 고려하는 것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 예양(international comity)은 국가 간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관례로 하는 예의, 호의로 상대국 원수에 대한 경칭 사용과 예우 등을 포함한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민간 조형물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사유지에 있는 어떠한 것에 대해 가능한 부분, 가능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법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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