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다급해도 美밥캣은 안판다는데... 왜?

조선비즈
  • 김우영 기자
    입력 2020.07.28 06:00 | 수정 2020.07.28 13:51

    밥캣, 2분기 예상치 상회하는 실적 내놓은 데 이어 3분기 서프라이즈 기대

    재무 위기를 겪는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042670)나 두산솔루스는 매물로 내놓은 데 반해 두산밥캣(241560)은 경영권을 유지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은 북미나 유럽 비중이 높아 코로나19 타격이 극심한 편이라 올해 매각하면 제값을 받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두산밥캣의 2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았고, 3분기는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두산그룹이 알짜 계열사는 최대한 지키려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에 재무위기를 안겨준 장본인이다. 2007년 두산은 미국 잉거솔랜드의 3개 사업부문(현 두산밥캣)을 5조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곧바로 지분법 손실이 1조3000억원 이상 발생하는 등 두산은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밥캣이 소형 중장비 부문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제는 그룹 내 대표적인 ‘알짜 기업’으로 부상했다.

    두산밥캣이 지난해 북미 시장에 출시한 콤팩트 트랙터. /두산밥캣 제공
    두산밥캣은 올해 2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내면서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올해 2분기 9638억원의 매출과 64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1%, 59.1%씩 떨어졌으나,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잘 막아냈다"는 평가를 내놨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상회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두산밥캣 전체 매출의 73%에 달하는 북미 시장에서 ‘지상 유지관리 장비(GME)’ 사업 부문이 호조를 보이며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GME란 농업·조경 사업 등에 사용되는 소형 건설 기계 제품군을 뜻한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조경 장비 전문업체인 쉴러 그라운드 케어로부터 제초·제로턴모어(ZTR·승용 잔디깎이) 사업을 8200만달러에 인수, 북미 농경·조경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두산밥캣은 올해 상반기 북미 시장에서만 총 1억3960만달러(1671억원) 규모의 GME 판매 기록을 세웠다. 6600만달러를 판매했던 지난해보다 약 111%가량 증가한 셈이다. 두산밥캣은 "ZTR 등 신규 제품군 인수에 따라 매출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신규 제품군도 6550만달러어치가 팔렸다고 한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인테리어 시장이 호조인 것처럼, (북미 시장에서는) 대저택 농가의 정원, 농장을 관리하는 GME의 판매가 좋았다"고 분석했다.

    두산밥캣이 지난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건설장비 전시회 ‘콘엑스포 2017’에서 소형 로더 제품들은 선보이고 있다. /두산밥캣 제공
    전망도 나쁘지 않다. 두산밥캣에 따르면 북미 농업, 조경 산업은 농업인구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지속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 소형 트랙터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7만대, 모어(잔디깎이) 시장은 연간 약 81만 대에 달한다. 유가 등 거시 경제 지표의 변동에도 비교적 덜 민감한 편이라는 게 두산밥캣의 설명이다.

    최근 북미와 유럽 등의 건설 시장 역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두산밥캣의 실적을 추가로 이끌 전망이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에 따르면 이번 달 기준 주택시장지수(HMI)는 72로 전달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통상 50을 넘으면 체감경기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불과 올해 초까지만 해도 70 수준에 머물렀던 지수는 지난 4월 30까지 곤두박질친 바 있다. 유럽 역시 지난 6월 기점으로 건설 신뢰 지표가 반등하는 등 코로나19 영향이 완화되는 추세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밥캣 브랜드를 입힌 ZTR를 올해 9월쯤 출시하는 등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을 예상보다 빨리 진행할 것"이라며 "북미 GME 시장 내 입지를 더 넓히면서 하반기 매출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의 그룹 내 영향력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고 두산중공업은 원전업체가 아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당장은 중국 특수 등에 힘입어 돋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이번 코로나 국면이 지나면 두산밥캣의 경쟁력이 입증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한다면 그룹 입장에서는 두산밥캣이 사실상 ‘최후의 보루’일 것"이라며 "두산중공업을 ‘친환경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 자체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두산밥캣이 캐시카우 역할을 소화해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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