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31) “율무막걸리 한병에 평화의 염원을 담았습니다.”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7.24 14:18

    연천양조 박용수 대표, ‘남토북수’의 연천율무막걸리 2년 개발끝에 작년 출시
    북녘 DMZ에서 발원한 물과 비옥한 남쪽 연천 땅에서 키운 쌀과 율무로 술 빚어
    율무 17% 넣어 풀향과 과실향 느껴져...완전발효시켜 단맛 거의 없어
    20년 IT업계 종사하다 양조인으로 변신...빅데이터 활용, 술 발효시스템 전수할 터

    "율무는 발효에 필요한 전분 외에 지방이라든가 다른 성분이 많아 발효가 잘 안됩니다. 발효가 술의 생명인데, 발효가 안되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래서 율무막걸리 개발에 꼬박 2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 만든 율무막걸리는 싱그러운 풀냄새와 상큼한 과일향이 애주가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북녘의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원되어 남쪽으로 내려온 물과 비옥한 연천 땅에서 키운 쌀과 율무로 만든 ‘남토북수' 연천율무막걸리는 미국 NBC방송국에서 ‘이 한병의 막걸리에 평화가 담겨져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모쪼록 북한 주민들도 율무막걸리를 같이 마시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연천양조 박용수 대표)

    연천양조 박용수 대표는 2년 개발 끝에 2019년 8월에 율무막걸리를 출시, 끊어졌던 연천율무막걸리의 맥을 이었다. /박순욱 기자
    율무는 국내 생산량의 70%를 경기북부의 연천이 차지할 정도로 연천군의 주요 특산물이다. 이 율무를 넣은 무감미료 막걸리 ‘연천율무막걸리'를 작년 8월에 출시한 양조장이 농업회사법인 연천양조(주)다. 연천율무막걸리 레시피 개발에 도움을 준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대형 박사는 율무 막걸리 6도 제품 맛을 이렇게 평했다. "6도 막걸리의 가벼움과 함께 드라이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다양한 음식과 어울려 음식 맛을 돋보이게 한다. 약한 단맛과 누룩향, 꽃향이 편하게 술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연천양조에서 만난 박용수 대표는 수염을 기르고 있어 그런지 시골농부, 시골 양조장 주인 인상이 강하게 풍겼다. 풍채도 푸짐한 편이었다. 그러나, 사실 그는 몇년전만 해도 잘 나가는 ‘벤처기업 전무님’이었다. 20여년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종사한 ‘IT핵심인재’였다. 그러나, 3년전 그가 설립한 양조장의 외형은 초라하다. 작년 연천양조 매출은 연간 3000만원. 2018년에는 고작 800만원이었다고 한다. 올해는 1억을 목표로 잡고 있지만 코로나 변수가 생겨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억대 연봉'의 고급IT인력이 본인 한사람의 연봉에도 턱없이 못미치는 매출 달성에 매달리면서까지 양조인으로 변신한 이유가 궁금했다.

    율무는 쌀보다 얼마나 비싼가?

    "연천은 콩, 율무의 주산지다. 파주 장단콩으로 잘 알려진 연천콩은 사실 연천이 주산지다. 콩과 율무는 연작 피해를 막기 위해 윤작(번갈아 심는 농작물)을 하는 작물이다. 한해는 콩을 심고, 이듬해는 율무를 심는다. 5~6월에 파종을 하고, 가을에 수확한다. 연천은 비탈진 땅이 많다. 그 비탈에 잘 어울리는 작물이 율무와 콩이어서, 연천의 콩과 율무는 전국 규모의 생산량을 자랑한다.

    율무는 쌀의 5~6배 정도 비싸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한약재로 널리 사용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율무를 차, 화장품 재료 정도로 쓰고 있지만 과거에는 한약의 감초 만큼이나 많이 쓰였다. 지금도 한약재로 쓰이지만, 한약 시장 자체가 크게 줄어 율무가 약재로 쓰이는 용도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2019년 8월 율무막걸리 출시 행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에 마이크 잡은 이는 김광철 연천군수. /연천군 제공
    비싼 율무로 술을 만드는 이유는?

    "2017년 내가 연천에 양조장을 차리기 이전부터 연천에는 율무막걸리가 유명했다. 연천 특산물인 율무가 들어간 막걸리가 등장한 것은 오래 전이다. 그런데, 2015년에 연천율무막걸리 생산이 중단됐다. 연천율무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연천율무막걸리 명맥이 끊어질 상황이었다. 그 즈음에 내가 양조장을 한다고 하니까, 군수님을 비롯해 군청 관계자들이나 농민들이 ‘율무막걸리를 꼭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 양조장을 운영하겠다고 생각할 때만 해도 율무막걸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율무막걸리 개발은 순조로웠나?

    "그런데 율무막걸리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율무가 들어간 탓에 술 제조상 가장 중요한 공정인 발효가 잘 안됐다. 이때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이대형 박사가 레시피 개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초기에는 누룩 이외 발효제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소량의 발효제를 추가로 쓰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에서도 국산 우수 종균(누룩)을 제공해줘서 2년여만에 율무막걸리 개발에 성공했다."

    율무가 쌀에 비해 발효가 더딘 이유는?

    "율무의 성분 때문이다. 술 당화발효에 쓰이는 것은 율무 속의 전분뿐인데, 전분 이외 지방이라든지 다른 성분들이 많기 때문에 발효가 더디다. 그래서 당화발효가 늦어진다. 쌀만 썼을 때보다 발효가 일주일 정도 더 걸린다. 율무막걸리는 발효가 늦게 시작해 오래동안 계속된다. 서서히 오랫동안 발효가 진행된다. 전체 발효공정은 거의 한달 걸린다."

    발효 더딘 것은 어떻게 극복했나?

    "식품개발연구원 추천 효모(누룩)를 쓴 것이 효과를 봤다. 또 하나는 덧술 형태를 바꾸었다. 밑술로 하는 주발효는 이틀 정도 걸린다. 쌀과 율무가 섞인 덧술의 후발효가 문제였다. 밑술은 쌀 죽으로 하고 덧술은 처음엔 율무 밥, 쌀 고두밥으로 했었는데, 이게 발효가 잘 안됐다. 그래서 덧술 만들 때 율무를 밥이 아닌 설기떡 형태(쌀은 그대로 고두밥)로 했더니 발효 진행이 잘됐다. 그래서 후발효(덧술 이후의 발효)가 3주 정도 걸리면 술이 완성된다. 전체적인 발효 기간은 한달 정도 걸리는 셈이다."

    율무막걸리의 장점은?

    "덧술 만들 때 넣는 율무는 술 전체 함유량의 16.6% 정도다. 율무 자체는 독특한 향이나 맛을 가지고 있지 않다. 쌀, 보리 같은 곡물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그래서, 쌀 막걸리에 무난하게 첨가할 수 있는 재료가 율무다. 하지만 워낙 값이 비싸 다른 양조장들은 엄두를 못낸 것이다. 쌀막걸리가 갖고 있는 단조로움에 약간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율무다. 술의 풍미를 다양하게 해준다."

    율무막걸리의 풍미는 어떤가?

    "율무막걸리는 풀향이 약간 나고, 함박꽃향이 난다고 할 수 있다. 송학곡자 누룩을 쓰다보니 바나나, 파인애플 향이 조금 나는데, 이건 율무가 아닌 누룩에서 나는 향이다. 거기에 율무가 첨가됨으로써 풀향, 함박꽃향을 느낄 수있다. 상큼한 과일향도 조금 있다. 6도 제품(6000원)과 14도 율무동동주(1만4000원) 두 제품이 있다. 그외 율무가 들어있지 않는 연천아주(막걸리, 6000원)와 연천연주(약주, 1만5000원)는 앞서 2018년에 출시했다. 율무막걸리 개발이 늦어져 순곡주(쌀로만 만든 막걸리, 약주) 출시가 더 앞섰다."

    연천양조 박용수 대표가 술 빚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덧술에 들어가는 고두밥을 만드는 모습. /연천양조 제공
    율무막걸리를 즐기는 지역주민들의 평은?

    "일반 막걸리보다 고소하다고, 누룽지처럼 구수한 맛이 있다고 말씀들 하신다. 단맛 역시 쌀막걸리보다 낮은 편이다. 당도는 12브릭스 정도 나오는데, 거의 단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완전발효를 했기 때문에 잔당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인공 감미료도 일체 쓰지 않았다. 무감미료 막걸리다."

    누룽지처럼 구수한 맛이 난다고 했는데, 드라이하게 술을 만들게 된 계기는?

    "술 빚기를 배워가면서 옛날 우리 조상들도 달지 않은, 드라이한 술을 만들어왔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 술을 배운 곳은 막걸리학교였다. 처음에는 단맛이 많이 나는 막걸리를 만들려고 애썼다.

    그런데 술을 배워보다 보니, 옛 문헌에 달지 않은 술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 술의 원형이 과연 단맛이 많이 나는 술이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여러 다양한 문헌들을 토대로 술을 만들어본 결과, 단맛을 추구하는 술들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술들도 있다는 걸 알게됐다. 삼양춘처럼 술 이름에 ‘춘’자가 들어간 술은 단맛이 강한 술이다. 반면에 벽향주, 녹파주, 유하주, 경장주 같은 술들은 달지 않았다. 어릴 때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 당시 막걸리 역시 달지 않았다는 어른들 말씀이 기억났다. 유명한 외국술들도 단맛이 도드라지는 술은 거의 없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고문헌에 나와있는 술들을 복원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 술의 본질이 (달지 않고) 시고(신맛이 있고) 쓰다(쌉싸름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술을 달지 않게 만든 비결은?

    "전통 방식의 술보다 물을 조금 더 넣은 것이 드라이한 맛과 관련이 깊다. 급수율이 120~140%(쌀을 1로 봤을 때 물 비중이 1.2~1.4)가 보통인데, 율무막걸리는 150~160% 정도 물을 쓴다. 물을 10~20% 더 넣어서 잔당이 남지 않도록 완전발효를 시킨다. 물 함유량이 많아지면 효모의 활동이 훨씬 왕성해져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작용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당분이 거의 다 술(알코올)로 전환되기 때문에 남아있는 당분이 거의 없어 단맛이 약한 것이다."

    연천양조의 다양한 제품들. /박순욱 기자
    율무막걸리 증류주는 언제 나왔나?

    "올 4월에 ‘연천우주’ 브랜드로 출시됐다. 알코올 도수는 세가지. 22도(8500원), 38도(2만4000원), 52도(6만원). 연천율무막걸리를 상압증류한 율무증류주다. 다양한 소비자층을 염두에 두고 세가지 도수로 만들었다.

    우선, 소주의 향이 풍부하다. 잘 모르는 분들은 ‘고급 중국 술'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율무와 쌀이 내는 독특한 향이 있다. ‘옛날 안동소주 맛이 난다'는 분들도 있다. 향이 풍부한 것은 율무 덕분이다. ‘우리나라 옛날 소주 맛이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옛날 진도홍주 맛이 난다'는 분들도 있다. 지금 유통되는 진도홍주는 이전 홍주와는 다른 술이다. 진도홍주를 만든 허씨 할머니, 바로 아랫집에 어릴 적에 살았기 때문에 진도홍주를 나름 잘 안다.

    율무증류주의 풍미는 대부분 쌀 성분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만, 17% 들어간 율무 역시 증류과정에서 쌀에서 나올 수 없는 미량성분들이 술의 풍미를 다양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연천양조 양조장 입구. 연천은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물의 도시다. /연천양조 제공
    증류주 연천우주 제조공정을 더 소개해달라.

    "52도 제품은 증류 초기의 원액(초류)를 받아 만들었다. 증류 중간에 나오는 원액인 본류쪽 받은 술이 38도 제품이다. 38도에 물 타서 22도 제품도 만들었다. 제일 나중에 나오는 증류원액인 후류는 쿰쿰한 맛이 강해, 다음번 제품에 섞어서 사용한다."

    최근 충주에 새로 양조장을 차린 증류주 ‘토끼소주’는 초류, 후류 다 버리고 본류 35%만 사용한다는데?

    "그건 서양 위스키, 브랜디 제조 스타일이다. 과실주를 증류하면 초류에 메탄올이 많이 나온다. 메탄올은 사람이 마시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나? 그러나, 쌀로 만든 술을 증류하면 초류에 메탄올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초류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학 전공은?

    "학부는 동국대에서 인도철학과를 나왔다. 대학원은 동국대 정보산업대학원(지금의 언론대학원)에서 소프트웨어 전공했다. 그리고 직장은 소프트웨어 개발 쪽에 2017년까지 20여년을 디녔다."

    IT 전문가에서 양조인으로 변신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2014년, 회사에서 안식월(한달 휴가)을 줘서 가족들과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후 회사에 복귀해 직원들과 저녁 회식을 했다. 늘 그렇듯이 삼겹살에 소주 마시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첫잔 소주가 목에 턱 막혀 넘어가지 않았다. ‘어 술이 이상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직원들은 술이 아닌 나를 이상한 사람인 양 쳐다봤다. 그래서 첫잔을 원샷 하지 못하고 몇번 나눠 마셨다. 두번째 잔 마실 때는 ‘어 이 술 상했다'고 다른 술로 바꿔오라고 했는데, 직원들은 ‘술은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회식 분위기도 좀 썰렁해지면서 내가 좀 이상한 사람이 돼버렸다. 세잔째 소주를 마셔보니, 그제서야 잘 넘어가며 카 하는 소리가 절로났다.

    유럽 여행 한달 후 가진 그날 술자리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에 찾아봤다. ‘소주가 상할 수 있나?’ 검색해보니 첫번째 뜨는 기사가 ‘희석식소주, 공업용 알코올인가?’하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를 읽어 봤더니 ‘내가 30년 마셔온 술이 제대로 된 술이 아니었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술 관련 책을 찾다보니 전통주 관련 책들이 눈에 들어와 여러권 읽게 됐다. 전혀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전통술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이다. 어릴 적 우리동네 술인 줄만 알았던 진도홍주가 얼마나 대단한 술인가도 알게 됐다. 그러다 2015년에 막걸리학교(2017년까지 고급과정까지 다녔다)에 들어가 전통술 빚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 아버님께서 집에서 술을 빚었던 것, 바로 윗집의 허씨 할머니가 진도홍주를 빚었던 기억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 와중에서 회사 일은 점점 재미없어지고, 내 얼굴은 술 빚을 때만 생기가 넘쳤다. 회사에 나가서도 하루종일 술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2017년까지 막걸리학교는 초급, 중급, 양조장 창업과정, 상업양조까지 마스터했다.

    막걸리학교 다니면서 양조장 창업을 결심했나?

    "양조장 창업과정을 다니면서도 실제 양조장 창업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술공부를 더하고 싶었다. 그때부터는 회사 사람들에게 전통술을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술도 맛 보여주고, 거래처 접대할 때도 내가 만든 술을 가져갔다. 그러면서 우리 술에 푹 빠져버렸다.

    당시 나는 꽤 잘 나가는 벤처기업의 전무였다. 결국, 술에 빠져 벤처기업 전무 자리를 걷어찬 셈이었다. 당시 아내는 술 양조를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적극 반대를 하지는 않았다. 내가 술 공부를 하기 전에는 술에 취해 귀가하는 적이 많았는데, 오히려 술 공부를 하면서부터는 그 이전보다 취하는 경우가 적어서 아내가 좋아했다. 아내 왈 ‘회사 다닐 때는 낮엔 회사 업무, 퇴근 후 음주 등으로 점점 시들어가더니, 막걸리학교를 다니면서부터는 시든 꽃이 다시 살아나듯이 남편이 생기를 되찾았다'고.

    그런데 퇴직을 하고 양조장을 차리겠다고 하니 아내가 대놓고 말리지는 않았다. 둘째 아이 대학 졸업하는 날 퇴직했는데, 2~3년만 더 회사를 다녔으면 하는 아쉬움은 표시했다. 하지만 술 공부하면서 남편이 생기를 되찾은 모습을 보고는 말릴 수 없었다고 했다."

    연천양조 박용수 대표가 본인이 만든 발효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이 설비로 발효를 한 데이터를 축적하면 IoT기술을 적용, 비전문가들도 술 발효를 할 수 있다. /박순욱 기자
    오랫동안 관여해온 IT 기술을 술 양조에 접목시킨 게 있나?

    "술 발효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온도와 습도다. 온도, 습도를 제어하는 기술이 이전에는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었는데, 지금은 스마트IoT기술을 적용하면 아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발효 장비들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스마트 기술이라는 것은 결국 빅데이터인데, 은퇴하기 전 한 5년 동안은 빅데이터 관련 업무를 했었다. ‘빅데이터를 술 양조에 적용할 부분이 있을까’ 계속 연구해왔다.

    우선, 온도 조절이 가능한 발효탱크를 개발했다 옛날에 술 발효할 때 술항아리에 이불을 뒤집어씌웠지 않나. 이걸 보쌈이라고 하는데, 이 원리를 이용해 만든 것이 발효탱크다. 전기 온돌 장판을 둥글게 말아 스테인레스 발효조를 감싸면 온도조절이 가능하다. 다른 양조장을 가봤더니 발효실 전체 온도를 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발효탱크 자체 온도조절 기능이 없어서 그랬을 테지만 비효율적이었다.

    발효 관련 데이터들이 어느 정도 쌓이면 발효 전문 기술이 없는 사람들도 술 발효가 가능할 것이다. 연천을 비롯한 농민들에게 이 기술을 전수하면 집집마다 소규모 양조가 가능하다. 집에서 된장, 간장 담그듯이, 가양주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전통주 빚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발효기술 시스템을 이전하는 방식을 개발 중에 있다."

    양조장 규모가 작다. 연천양조 양조장의 자랑거리가 있나?

    "연천은 물의 도시다. 막걸리 술병에 ‘남토북수(연천군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라는 작은 로고가 있다. ‘남쪽의 땅, 북쪽의 물’이란 뜻인데, 우리나라 강 중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강이 임진강이다. 한강 상수원만큼 규제를 받아 인근에 공장이 하나도 없다. 양조장은 상수도 물을 쓰고 있는데 연천 상수도 수원지가 임진강 DMZ 안에 있다. 그만큼 좋은 물을 쓰고 있다.

    땅 자랑도 빼놓을 수 없다. 연천은 구릉이 발달한 지역인데, 전곡구석지 유원지가 30만년 전부터 있었을 정도로 구릉이 발달했다. 구릉은 굉장히 비옥한 땅이다. 연천평야가 연천의 북쪽에 있는데, 생산량이 적어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연천쌀 품질은 최고다. 비옥한 땅에서 수확한 쌀과 율무, 그리고 북쪽의 비무장지대에서 흘러나온 청정 물로 빚은 술이 연천막걸리다.

    연천막걸리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율무막걸리를 출시한 직후인 작년 9월에 미국NBC방송국에서 DMZ 취재를 나온 적이 있다. ‘DMZ에 있는 사람들’이란 테마의 르포였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그것도 양쪽 군사력이 지켜보고 있는 비무장지대 인근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 과정에서 비무장지대에서 흘러나온 물로 술을 만드는 율무막걸리도 취재대상이 됐다.

    취재를 마치고 촬영장비도 다 철수하고 나서 양조장에서 쫑파티가 열렸다. 그런데 내가 항아리에서 막걸리를 담아 내놓으니까 취재진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하는 게 아닌가? 이 장면이 미국 본방송에도 방영됐다. 인터뷰를 요청한 취재진에게 내가 한마디 했다. ‘북쪽에서 흘러나온 물과 남쪽의 비옥한 땅에서 키운 쌀과 율무로 빚은 이 술을 언젠가 북측 사람들과 같이 마셨으면 좋겠다'고. NBC는 이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자막에 ‘이 막걸리 한병에 평화가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더라’는 메시지를 술 한병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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