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코로나 끝나도 재택근무 허용을"… 금감원 "안된다"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20.07.23 06:00

    금융권에선 "상시 재택근무 허용해야"

    금융감독원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금융사의 재택근무를 허용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풀어준 망분리 규제를 다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상시적인 재택근무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에 보낸 비조치의견서에서 "망분리 적용 예외를 통한 원격접속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며 "비상상황 종료시 원격접속을 즉시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비조치의견서는 금융사가 업무에 대해 금융당국이 관련 해석 및 제재 여부를 적극적으로 답변해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제도다.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 코로나19로 인해 직원 50%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조선DB
    금융권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상시적인 재택근무 시스템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려했던 보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충분한 노하우가 쌓여 재택근무 때문에 금융사고가 생길 위험도 없다는 게 금융권의 입장이다.

    재택근무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업무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택근무 경험을 해 본 직장인의 84.4%가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상시 재택근무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트위터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원하는 직원은 무기한 재택근무를 허용하기로 했고, 페이스북은 향후 5~10년간 직원 중 절반을 재택근무 시키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상시 재택근무 체계를 미리 구축하는 금융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최근 원격근무 보안 시스템과 매뉴얼을 정비하고 있다. 기존의 원격근무 보안 시스템이 수용가능한 인원이 적기 때문에 이를 늘리기 위한 조치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현재 180명인 원격근무 가능 인원을 41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금감원에 비조치의견서를 요청한 금융사도 "코로나19 등 비상상황이 종료된 이후에도 기존 내부 업무용망과 네트워크 대역으로 분리된 망에 VDI(가상데스크톱인프라)를 구성해 임직원에게 재택근무를 위한 원격접속을 허용해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재택근무를 위한 망분리 규제 완화는 어디까지나 코로나 사태에 한정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발병으로 어쩔 수 없이 허용한 한시적 조치인 만큼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리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언제 종식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택근무 허용에 한시적 조치라는 꼬리표를 계속 달고 있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금융사 입장에서는 재택근무를 늘리려면 미리 투자를 해야 하는만큼 금융당국이 상시 재택근무 허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안이 중요한 금융업의 특성상 일반 IT 기업과 단순 비교하는 건 어렵다"며 "망 분리 규제 완화는 단계적으로 검토해나간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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