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대책, 30대 눈물 닦아주기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조선비즈
  • 백윤미 기자
    입력 2020.07.22 11:10

    "요즘 저녁마다 ‘호갱노노(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만 들여다보고 있다니까요. 얼른 집을 사야 할 것 같아서…"

    대기업 직장인 장모(35)씨는 포털에 올라오는 부동산 기사를 매일 살필 정도로 주택 시장에 관심 많은 예비 수요자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6.17 대책과 7.10 대책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본 결과 역시 빨리 집을 사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그간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이 올랐는데, 이번에도 오르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잇따른 규제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공급은 충분하다던 기존 입장을 바꿔 부랴부랴 공급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책을 내놔도 서울 집값은 잡히질 않고 유례 없는 전세대란까지 현실화하자 급하게 진화에 나선 것이다. 당정은 이달 안에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태릉의 군 골프장을 주택단지로 개발하겠다는 세부 내용까지 슬쩍 알려주며 공급 확대 정책을 직접 주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30대 젊은층의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포에 의한 사재기)’ 열기는 식지 않은 것 같다. 요즘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큰 그룹은 30대 실수요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5월 30대 아파트 구매 건수는 1만1414건으로 전체 건수 중 30.7% 차지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이들의 수요를 줄일 수 있어야 집값을 안정시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30대의 계속되는 주택 매수 이면에는 대책을 22번이나 내고도 집값을 잡지 못한 정부 정책에 대한 경험적 불신이 깔려 있다. 정부를 믿고 집을 사지 않은 젊은층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치솟는 집값을 지켜만 봐야 했다.

    이들은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는 소외 계층에 속하기도 한다. 자산이 많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인데 대출 한도는 끔찍하게 줄어 앞선 세대보다 집을 사기 어려운 불이익을 받고 있다. 게다가 가점 위주의 청약제도는 30대의 청약 시장 진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특별공급이라는 시혜적인 제도가 있긴 하지만, 물량은 턱없이 적고, 그나마도 소득 기준이 야박해 맞벌이 상당수가 아예 대상에서 제외돼버린다.

    물론 지금껏 ‘집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정부가 공급대책을 본격 마련하겠다고 표명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켜켜이 쌓인 불신을 제대로 없애주지 않으면 이 역시 지나간 수많은 대책처럼 젊은층의 박탈감만을 부추기고 말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출 규제 완화와 청약 시장 문호 개방이다.

    처음 집을 사는 젊은층에게 대출을 좀 더 열어주는 것은 어떤가. 로또 판이 돼버린 청약 제도에서 정말 가점제만 정의로운 것일까. 사실 꼭 30대에만 해당되는 일도 아니다. 생애 첫 집을 사려는 모두에게 조금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 안심을 시켜줄 필요가 있다. 누가 가장 절박하게 시장에서 움직이는지를 정부가 잘 알아야 해결될 일인데 그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달 말 공급대책에서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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