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어 ‘수돗물 유충’까지… 인천 식당·카페업주들 “생수도 못 사요”

입력 2020.07.17 15:24 | 수정 2020.07.17 15:35

"여기 무슨 물 써요?"

17일 오전 11시 인천 서구 왕길동의 한 카페에 한 손님이 들어서자마자 종업원에게 물었다. 그는 직원으로부터 "생수를 사서 쓴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안심한듯 음료를 주문했다.

이 카페 사장 감모(28)씨는 "음료를 파는 곳이다 보니 손님들이 들어오면서 ‘생수로 음료를 만드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손님이 안 오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최근 며칠간 생수를 써 왔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최근 수돗물에 유충이 섞여 나오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 지역 식당과 카페 등에 비상이 걸렸다. 올들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이어 ‘수돗물 유충’ 사태까지 터지자 식당, 카페 등을 찾는 발길이 끊겨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오후 12시쯤 점심시간임에도 인천 서구 소재 한식당이 한산하다. /이은영 기자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0시 기준 수돗물 유충 관련 민원은 총 194건이 접수됐다. 정수장별로는 서구 소재 공촌정수장이 가장 많았다. 이곳에서 수돗물을 공급받는 152곳 중 한 곳을 제외하고는 전부 서구다. 현장 확인을 거쳐 유충이 발견된 것도 이 지역이 유일하다.

실제로 이날 찾은 인천 서구 일대의 많은 식당들은 눈에 띄게 한산해 보였다. 점심시간인 오후 12시쯤 제법 큰 규모의 한식당을 찾았지만, 많은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이 식당 사장 이모(37)씨는 "평소 점심시간이면 테이블이 절반 이상은 찼는데, 최근 며칠 동안은 고작 한두팀 정도의 손님만 들어오고 있다"며 "코로나에 이어 ‘벌레 낀 수돗물’ 사태까지 터지니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부대찌개 식당에서 일하는 장모(50)씨도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절반 정도로 줄었는데 수돗물 사태 때문에 여기서 또 반토막이 나게 생겼다"며 "지난해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도 아직 완전히 해결은 안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일도 해결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서구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붉은빛의 수돗물이 나오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붉은 수돗물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수돗물 유충 사태까지 발생하자 이 지역 주민들은 마실 물에 대한 불신과 공포가 크게 늘었다.

17일 오전 인천시 서구 소재 한 카페 앞에 생수가 쌓여있다. /이은영 기자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자 일부 상인들은 부랴부랴 생수 조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상인들은 여전히 비용 부담으로 인해 생수 사용을 망설이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수돗물 유충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생수를 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식당 업주 이모씨는 "지난해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생수를 쓴 적이 있었는데 생수 구매 비용이 평소 수도요금의 3배가 나왔다"며 "생수를 사용할까 계속 고민은 하고 있지만 아직은 사태 초반이라 당분간 정수기 물을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주들은 지자체가 식당이나 카페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생수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천 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61)씨는 "그나마 오는 몇 안 되는 손님들도 어떤 물을 쓰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손님들이 불안해하는 만큼 사태가 길어지면 생수를 써야 할 것 같은데 지자체에서 지원이라도 좀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작년 붉은 수돗물 사태 때는 일반 가정 뿐 아니라 업소를 대상으로도 생수 지원을 했었다"며 "수돗물 유충 사태와 관련해 각 업소에 생수 지원을 할 지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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