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밤에 얘기해요"… 잠실·대치 부동산의 웃지못할 불야성

조선비즈
  • 유병훈 기자
    입력 2020.07.17 15:17

    6·17 대책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대치동과 잠실의 아파트 상가는 낮보다 밤이 더 화려했다. 공무원들의 ‘실거래 투기거래조사’에 견디다 못한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무소들이 낮에 문을 닫고 밤에 문을 여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 8시경 불이 켜져 있는 잠실 상가의 공인중개사무소/유병훈 기자
    16일 오후 방문한 대치동과 잠실 상가의 공인중개사무소 절반가량은 문이 닫혀 있었다. 사무소장은 물론 보조도 자리를 비우고 문을 잠가두었다. 오후에도 문이 열린 사무소의 사장은 "다들 초복이라 삼계탕이라도 먹으러 나간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던졌지만, 지난달 23일 토지거래허가제 시행를 앞두고 정신없이 붐볐던 것과 비교하면 황량할 정도였다.

    어두웠던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저녁 6시를 지나자 밝아지기 시작했다. 손님들도 제법 많이 오갔다. 이 같은 때아닌 불야성의 이유에 대해 잠실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퇴근한 이후에 문을 열어야 한다"고 귀띔했다. 당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에 대해 실거래 투기거래조사에 나서면서 공무원들이 불시순찰에 나서고 있는데 이를 피하기 위함이란 것이다.

    그는 "요즘 관공서 일과 중에는 공무원들이 공인중개사무소에 들어와 거래 정황이나 최근 수년간 거래 자료 등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한다"면서 "사무소 입장에서는 공무원들의 요구를 들어주기가 매우 번거롭다"고 했다. 특히 과거 거래 자료 제출은 과거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요구에 응하기 더 어렵다고 말했다. 잠실의 B공인중개업 관계자는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세무조사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실제로 매매를 중개하기보다는 퇴근길 주민들을 상담하는 일이 많다"면서 "어쨌든 사무소가 문은 계속 열려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사무소의 경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개점 폐업’ 수준으로, 며칠 건너 하루만 문을 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전했다.

    강남 대치동 상가의 공인중개사무소. 오후에는 불이 꺼져있었으나(위), 밤에는 불을 켜고 영업하고 있다./유병훈 기자
    거래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완전히 끊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의 C공인중개업 관계자는 "대치동에서만 이미 3~4건 정도 거래허가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강력한 규제 때문에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거래가 불가능한 수준이라 오히려 매수자들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 "매물이 잠겨 매도자들이 호가를 높여도, 매수자들이 현금 부자라 매물만 나오면 거래를 진행할 의사는 충분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래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가 권한을 가진 기관(구청)과 조사 권한을 가진 기관(국토교통부)이 달라, 거래 허가에 통상 10일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며 "거래 허가를 받은 이후에야 계약이 진행될 수 있다 보니, 허가를 기다리는 기간에 발생하는 가격변동 요인 때문에 매수자·매도자가 변심해 거래가 틀어지는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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