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 남았는데 5년 투자 계획?… '한국판 뉴딜'에 고개드는 회의론

입력 2020.07.14 18:00

정부가 2025년까지 총사업비 160조원을 투입해서 일자리 190만개를 창출하겠다는 ‘한국판 뉴딜’ 사업의 얼개를 공개했다. 향후 5년간 연 평균 30조원 이상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인 2022년까지는 67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한해 GDP(국내총생산)의 1.5% 이상이 투입되는 야심찬 구상이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돈을 쓰겠다는 구상만 나와 있고, 사업 추진을 뒷받침할 규제혁신 등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모호한 언급만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2022년 5월에 임기가 끝나는 문재인 정부가 2025년까지의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사업 추진의 안정성,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대표사업과 제도개선 방안을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2년 정부가 5년치 예산 투입 약속할 수 있나"

1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발표된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정부 재정 110조원과 민간 기업 투자 50조원 등 총 16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정부는 ‘데이터 댐(Data Dam)’ 등 ICT 인프라 구축과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저탄소 산업 육성 사업을 통해 일자리와 차세대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반 비대면 경제 활성화, 친환경·저탄소 경제 전환을 차세대 경제 비전으로 제시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정부의 비전이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디지털·뉴딜 사업이 성장률 제고 등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날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각은 현 정부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2022년까지 67조7000억원, 2023년부터 2025년까지 93조원이 투입되는 구조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재정 110조원 투입이 필수적인데, 현 정부가 담보할 수 있는 부분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부터 2022년 예산안까지 반영되는 49조원까지다.

규제혁신 등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구체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비대면 스마트 의료 인프라를 구축해 인공지능(AI) 진단 질환을 2022년까지 8개, 2025년까지는 2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AI 진단에 필수적인 원격 의료 허용 등 제도 개선 계획은 공백 상태다. 정부는 의료계 등과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두루뭉술한 구상만 제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부 임기가 2년 남은 시점에서 5년짜리 계획을 세웠는데,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재정지원이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5년이라는 긴 기간을 두고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제도를 변화시켜서 민간이 움직이게 하는 게 주요한 방법인데 이 부분이 충분히 담겨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장률 제고 효과 기대치 밑돌수도"

한국판 뉴딜 사업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사업 일색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2022년까지 88만7000개, 2025년까지는 190만1000개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일자리가 대부분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등 각 과제 별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적어두긴 했지만, 사업 추진에 수반되는 일자리 창출 가능치의 최대치를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경제성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뉴딜과 고용안정망 강화 사업에 전체 예산의 60% 이상이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성장률 하락 추세를 바꾸는 효과는 미약할 것"이라며 "19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했는데, 비효율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우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 여력이 오히려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한국판 뉴딜 사업 추진체계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대통령 주재 전략회의가 최종 의사 결정을 하고, 당정 추진본부가 실무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경제부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이 공동 본부장을 맡게 되는데, 이런 구조가 여당 주도 사업 추진에 정부가 보조를 맞추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당 기재위 관계자는 "여당이 정부 정책을 입법으로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여당이 정부 정책 구상에 관여해서 의사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칫하면 한국판 뉴딜 사업이 임기말 대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을 위한 도구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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