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葬) 반대' 하루만에 30만명…野 "피해자 2차 가해 말라"

조선비즈
  • 손덕호 기자
    입력 2020.07.11 06:10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원순 발언 언급하며 "서울특별시장 반대"
    하태경 "서울시, 대통령 허락 필요…文대통령이 허가한 건가"
    장혜영 "음해와 비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에 단호히 반대"

    지난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서울시 제공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 절차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측이 '서울특별시장(서울시가 구성한 장례위원회가 주관하는 장례)'으로, 5일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하자, 일각에선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래통합당과 정의당 등 야당에서도 "서울시 주관의 장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반발이 나온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르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국민청원. 올라온 지 하루 만에 3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 사라지게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0일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박원순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성추행 의혹을 받는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는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는다"고 썼다. 이 청원은 올라온 당일에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참여자가 빠르게 늘면서 11일 들어 30만명을 넘어섰다.

    일부 시민단체도 서울특별시장에 반대했다. 여성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과거 박 전 시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성추행 의혹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서울시의 5일간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과 시민분향소 설치를 반대한다"며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한다.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이 단체는 "박 전 시장은 과거를 기억하고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다. 그러나 본인은 그 길을 닫는 선택을 했다"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 페이스북 캡처
    ◇"정부·여당이 주장한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나"

    야당에서도 박 전 시장의 '서울특별시장'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서울특별시장'에 대해 시 예산으로 집행하는 일종의 국가 주관 장례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주관의 장례는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며 "의혹에 대한 명확한 진실 규명이 안 된 상태에서 온 국민의 슬픔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른다면 피해자가 느낄 압박감과 중압감은 누가 보상하느냐"고 했다. 이어 "그동안 고인을 비롯한 정부·여당이 줄곧 주장한 피해자 중심주의에도 한참 어긋나는 일"이라고 했다.

    하 의원은 또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장을 치르려면 행정자치부 등 관계 기관 협의를 거친 뒤 서울시가 요청해 대통령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서울시는 이 절차를 다 마쳤다는 것인데, 대통령이 이 장례를 허가해줬다는 뜻인가"라고 물었다.

    판사 출신인 통합당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상이 고인의 죽음을 위로하고 그의 치적만을 얘기하는 동안 피해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거친 폭력을 홀로 감내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이에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공무수행으로 인한 사고도 아니며, 더 이상 극단적 선택이 면죄부처럼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썼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재부로부터 제대로 된 추경안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특별시 이름의 전례 없는 장례식, 당혹"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누군가 용기를 내어 문제를 제기했지만 수사 받을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며 "그렇게 이 이야기의 끝이 '공소권 없음'과 서울특별시의 이름으로 치르는 전례 없는 장례식이 되는 것에 당혹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어렵게 피해 사실을 밝히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마음을 돌보기는커녕, 음해와 비난,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썼다.

    같은 당 류호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박 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고소인을 향해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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