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은행·증권 이어 보험까지… 네이버·카카오, 야금야금 진출

조선비즈
  • 이상빈 기자
    입력 2020.07.11 06:00

    네이버가 보험 전문 법인을 설립해 보험업에 진출하면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어디까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제(페이)에서 시작해 은행, 증권에 이어 야금야금 보험업까지 진출한 것인데, 네이버뿐만 아니라 카카오나 토스 등 다른 빅테크(big tech) 기업도 비슷한 행보를 거쳐 이미 출사표를 던져놓은 상태다.

    ◇네이버 보험서비스 진출 "여러 보험사 제휴 고려중"

    네이버는 지난달 2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엔에프(NF)보험서비스’라는 상호로 법인 등록을 마쳤다. 네이버는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면서 대출, 보험, 투자 등을 모두 다루는 종합 플랫폼 진화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이사회에선 ‘NF보험서비스’라는 명칭의 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이번 법인 등록은 보험 서비스 출시 수순에 따라 설립된 것이다.

    일러스트=정다운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 직원은 현재 200여명 정도다. 그 중에서도 보험 파트가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진 않았지만, 네이버는 카카오처럼 금융 서비스를 위한 앱이 따로 있진 않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주로 미래에셋생명이 들어와있어, 두 회사가 독자 상품을 출시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여러 보험사들과의 제휴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영업 형태는 보험 판매를 전문적으로 하는 법인보험 대리점(GA)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토스도 보험업 진출

    카카오와 토스는 네이버보다 앞서 보험업에 진출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디지털 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예비인가 신청에 앞서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는데, 지난 5월부터 채용공고를 내고 계리와 상품기획, 회계 등 전문가 영입에 착수했고, 보험업을 위한 소프트웨어 등 전산시스템 구축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당초 삼성화재(000810)와 조인트벤처(JV)를 만들어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다가 자동차보험 시장 진입 여부 및 시기를 놓고 갈등 끝에 독자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의 디지털 보험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플랫폼 경쟁력에 기반해 보험 상품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P2P(Peer-to-peer) 보험이나 크라우드 보험 등 기술력을 이용한 새로운 보험 형태도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보험과 기술을 접목한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인바이유’를 인수했는데, 인바이유는 소비자 맞춤형 미니보험, 크라우드 보험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크라우드 보험은 목표 인원이 모이면 그 인원을 대상으로 보험을 만드는 상품으로, 인바이유는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000370), MG손해보험 등 12개 보험사와 제휴해 모바일 결제 피해보상보험, 대중교통보험, 미세먼지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크라우드 보험을 팔고 있다.

    토스는 이미 보험 자회사인 토스인슈어런스를 설립하고 신입사원 공채도 진행했다. 지난 6월 중순 공채를 통해 30~40명을 뽑았고, 연말까지 추가로 60~7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모집 직무는 고객에게 비대면 맞춤 보장 분석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분석 매니저’였다. ‘연봉 4000만원 정규직’으로 인력을 뽑는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토스 역시 1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기반으로 GA 형태의 보험 영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와 토스는 이미 기존 플랫폼을 이용해 손보 위주의 미니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각종 크라우드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자회사 인바이유. /인바이유 홈페이지 캡처
    ◇빅테크 금융업 진출 공식 ‘페이-은행-증권-보험’

    빅테크 기업들은 하나같이 ‘페이-은행-증권-보험’ 공식을 따라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5년 6월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해 각종 카드를 출시, 2018년 신한은행과 환전 서비스를 시작하고 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 본격적으로 금융업 진출을 선포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종합자산관리 계좌 ‘네이버통장’을 출시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통장을 시작으로 이용자들이 신용카드 추천, 증권, 보험 등 금융상품을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2014년 9월부터 카카오톡 결제 기능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017년 4월 카카오페이 주식회사를 독립적으로 출범한 이후 2020년 2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켰다. 그 가운데 2017년엔 카카오뱅크를 설립해 은행업에도 뛰어들었다. 2013년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토스 역시 은행, 증권, 자산관리, 보험 등으로 업역을 넓혀나갔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테크 회사들이 비교적 금액이 적고 가벼운 결제 서비스에서 시작해 상품이 대중적이고 상대적으로 단순한 은행·증권 서비스를 거쳐 상대적으로 어렵고 불완전 판매에 따른 리스크가 큰 보험 상품 순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앞으로 데이터와 플랫폼 우위를 바탕으로 일상 금융생활에서 불편했던 부분을 해결함과 동시에 난이도가 더 높은 부동산 금융이나 신탁 영역까지도 넘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성장·저금리로 어려운데, 왜 보험업 진출할까

    저성장·저금리로 보험업계가 좋지 않다는데, 테크 기업들이 속속 보험업계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보험 및 IT업계에선 두 업종간 ‘데이터 시너지’를 꼽는다. 플랫폼 기업의 경우 자신들의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의 관심사나 구매 성향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소비자 니즈 정보를 파악하는데 강점을 지니고 있는데,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보다 개인화돼 있어 데이터를 가진 기업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준우 보맵 대표는 "보험은 고관여 상품으로 테크 기업이 지닌 다른 금융 상품에 비해 데이터를 통해 개인화해 팔 수 있는 여지가 더 많다"고 했다.

    보험상품이 지닌 난해함도 테크 회사들이 ‘쉬운 언어로 풀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 중 하나다. 보험업은 다른 상품들에 비해 장기 상품에 약관이 많아 금융 소비자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테크기업이 지닌 UI/UX를 통해 좀더 쉽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여전히 금융 분야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씬파일러(thin filer·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의 수가 많고, 테크를 통한 쉬운 접근이 이들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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