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에 철저한 분인데 믿기지 않아"
민주당 "부동산 당정 협의 취소"
당 대표 후보자 캠프도 '당혹'
"엄중히 보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9일 실종된 가운데 정치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시장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 시장의 실종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박 시장은 이재명 경남지사와 오는 8월 전당대회에 당 대표에 출마하는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과 함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혀 왔다. 민주당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부동산 대책 당정 협의는 취소했다.
박 시장은 전날(8일)까지도 민주당과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함께 논의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전날 오후 국회에서 박 시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서울시내 그린벨트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만남은 박 시장이 먼저 요청해 성사됐으며, 민주당 대표실 관계자, 서울시 정무라인 관계자가 배석했다.
민주당과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 등 부동산 공급 확대 방안을 두고 물밑 대화를 진행해왔다. 박 시장은 부동산 공급 대책 문제를 두고 이날 저녁 김태년 원내대표와 면담이 예정돼 있었다. 박 시장은 전날(8일) 민선 5, 6기 지방자치단체장 만찬에도 참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에서 경찰에 직접 사실 확인을 했는데도, 박 시장의 신변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과 가까운 이른바 '박원순계' 의원들은 두세명씩 모여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시장과 일부 의원들은 이날 아침에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박 시장이 건강 상의 이유로 모임을 취소했다고 한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박원순계 의원으로는 재선인 기동민 의원(서울 성북을)을 비롯해 비서실장 출신인 천준호 의원(서울 강북갑)과 윤준병(전북 정읍-고창), 김원이 의원(전남 목포), 서울 정무부시장 출신의 진성준 의원(서울 강서을), 박홍근(서울 중랑을) 등이 꼽힌다. 현재 이들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박원순계 의원'측 관계자는 "박 시장은 누구보다도 자존심과 소명의식이 강한 분"이라며 "매사에 철저하신 분이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박 시장은 대선을 2년여 앞두고 정무 라인을 정비하고 대외적 메시지를 내 왔다. 최근에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던진 '기본소득' 화두에는 고용보험제로 두각을 차별화를 시도했고, 전날 오전에는 페이스북에 '서울판 그린 뉴딜'로 정책 홍보를 하기도 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측도 당혹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김 전 의원은 이날 범 언론 인터뷰를 예정했으나 취소했다고 한다. 당 대표 출마 후보자 캠프 측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도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특별히 할 이야기는 없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소속 의원들에게 "엄중한 시국"이라며 "언행에 유념해 주시기를 각별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박 시장은 전날 전직 비서를 성추행했다는 이른바 '미투(Metoo⋅나도당했다)' 의혹으로 경찰에 고소장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오후 박 시장 딸이 실종 신고를 한 뒤 서울 성북구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지만 박 시장의 소재는 이날 밤 10시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44분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서울시장 공관을 나왔다. 그는 서울시에 출근하지도 않았고, 공식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박 시장의 휴대전화는 현재 꺼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