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수단 된 한은 기념주화… 판매가 3~4배 '웃돈'

조선비즈
  • 권유정 기자
    입력 2020.07.08 06:00 | 수정 2020.07.08 08:49

    한은, 액면가 666원 세트 3만원에 추첨 판매
    당첨자에 교부한지 한달만에 8만~9만원 호가

    "동전에 조그마한 티도 없습니다"
    "뽁뽁이 완전 포장 돼있습니다"

    얼마전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 ‘한국은행 70주년 기념주화 세트 판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판매자는 이미 16세트를 처분하고 지인들의 몫을 추가로 양도한다면서 세트당 9만원씩 총 10세트의 기념주화를 내놓았다. 전화가 아닌 문자로 구매하고자 하는 수량만 보내주면 택배로 보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한국은행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발행한 기념주화 세트가 당첨자들에게 교부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비싼 가격에 재판매되고 있다. 한은이 기존에 판매한 금액에 웃돈을 얹어 3~5배 비싸게 거래되는 것은 물론 골드바 등으로 교환되기도 하는 모습이다.

    한은이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발행하는 ‘한국의 주화’/한은 제공
    온라인의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 ‘2020년 한국은행 70주년 기념주화’를 검색하자 판매 관련 게시글 수십개가 올라왔다. 판매자들이 제시한 기념주화의 세트당 가격은 적게는 9만원부터 15만원까지 다양했다. 두 세트를 묶어 1만원 가량 저렴하게 내놓은 제품의 경우 ‘판매 완료’ 태그가 달렸다.

    기념주화를 구한다는 게시글도 일부 눈에 띄었다. 이때 구매 관련 게시글 대부분은 기존에 판매자들이 제시하는 것보다는 낮은 가격인 세트당 8만~9만원을 거래 조건으로 내걸었다. 5세트 이상을 세트당 8만5000원에 한번에 구매하고 싶다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12일부터 창립 70주년 기념주화를 교부하기 시작했다. 한은은 지난 4월 말부터 5월 18일까지 해당 기념주화에 대한 구매 예약 신청을 받았고, 그 결과 총 21만2345세트가 접수돼 기존에 계획한 발행 물량인 7만 세트를 크게 웃돌았다. 경쟁률은 3대 1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1원짜리부터 500원짜리까지 총 6종 주화로 구성된 한 세트의 판매 가격을 3만원에 책정했다. 실제 액면가는 666원이지만 특수 가공처리 기법을 통해 도안이 더 선명해진 주화 제조비, 포장비 등 판매 부대비용을 더한 것이다. 도안, 소재, 지름, 무게는 기존 동전과 같다.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 한국은행 70주년 기념주화 판매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검색 결과 캡처
    지난달 13일에는 기념주화를 금(金)으로 된 골드바와 교환하고 싶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에는 기념주화 30~40세트가 들어있는 상자 사진이 첨부됐다. 금 시세를 반영해 골드바 10돈 가량과 자신이 보유한 기념주화 수십세트를 바꾸겠다는 뜻이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KRX 금시장)에 따르면 7일 기준 금 그램(g)당 가격은 6만8770원으로 10돈(37.5g)짜리 골드바는 257만8875원 수준이다.

    지난달 13일 온라인의 한 화폐 수집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네이버 카페 캡처
    일각에선 사재기로 인해 기념주화가 단순 수집 목적을 넘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은은 1인당 구매 수량을 최대 5세트로 제한했으나 일부 사람은 수십 세트를 보유하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물건이 풀리는 수량이나 시기가 제한되는 심리적인 저항선이 존재할 때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더 커진다"며 "일단 한정품 위주로 구매를 하고 되파는 소수의 판매자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C2C(소비자 간 거래) 거래 환경이 조성되면서 공급자와 수요자 매칭이 훨씬 더 수월해졌다"며 "언제든지 누군가에게 팔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수집의 차원을 넘어 경제적 가치를 보고 한정판, 기념품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기념주화의 재판매 등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거래는 한은 권한 밖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한은 발권국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념주화가 온라인 상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과도한 가격 상승 등을 막기 위해 한은은 발행 물량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은이 현용주화(실제 쓰이는 동전)를 특별 제작해 기념주화로 발행한 건 지난 1982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이 당시 발행한 특별 현용주화 세트는 내부 홍보용으로 일반인들에게는 판매되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발행한 5000원짜리 기념주화는 액면가와 동일한 가격인 5000원에 총 10만장이 판매됐다. 창립 50주년 기념주화는 최근까지 1~2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은행 창립 50주년 기념주화 앞면 이미지. /한국은행 제공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