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K-보톡스 선두주자들... 대웅제약⋅메디톡스 분쟁의 승리자는?

조선비즈
  • 전효진 기자
    입력 2020.07.07 15:00

    美서 10년 수입금지 몰린 대웅제약… 품목허가 취소 위기 메디톡스
    ‘제3자 어부지리’ 가능성 부각… 7조 글로벌시장 선두 앨러간 수혜 예상도

    5년 간 이어온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분쟁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잠정적으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11월 최종 판결과 미국 대통령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지만 예비판결이 뒤집힌 적이 없어 대웅제약의 주름 개선제인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는 10년간 미국 보톡스 시장 진출이 차단 당하는 위기를 맞게 됐다.

    메디톡스가 미국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국내에서 서류 조작을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 취소 위기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 휴젤과 1,2위를 다투고 있고 대웅제약은 3위에 올라있다.

    메디톡스(086900)가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2006년 보톡스를 상용화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대웅제약(069620)이 작년 2월 토종 보톡스로는 처음 진출한 상태다. 미국 보톡스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앨러간에 2013년 액상형 기술을 수출한 메디톡스는 현지 임상시험이 끝나는대로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세계 보톡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 진출한 첫 해인 지난해 3위로 급부상했다. 나보타는 지난해 2월 미국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미간주름 개선 목적으로 사용허가를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 현지 판매 업체 에볼루스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주보의 미국 시장 첫 매출로 230만달러(약 28억원)가 발생했다. 이후 매 분기 매출은 1320만달러(약 153억원) 수준을 유지하며 미국 보툴리눔독소제제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다.

    하지만 6일(현지 시각) ITC의 예비판결로 대웅제약의 미국 시장 공략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K-보톡스의 진출에 위기감을 느낀 앨러간이 한국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냈다는 게 대웅제약의 주장이다. 예비판결 주요 내용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은 보호돼야 하는 영업 비밀 △메디톡스와 앨러간은 각각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되는 상업적 이익을 갖고 있음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함 등이다.

    6일 ITC의 예비판결이 나오자 대웅제약이 미국 산업 보호주의에 따른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힌 게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6일(현지 시각) 대웅제약의 ‘나보타’에 대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수입금지 10년의 예비 판결을 내렸다. /조선DB
    대웅제약 측은 "미국의 자국산업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는 대로 이를 검토한 후 이의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으로선 11월 나올 최종판결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3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①예비판정 후 12일 이내에 재검토 요청 ②최종판정 후 14일 이내에 위원회 재심 요청
    ③최종판정 이후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 등이다.

    그러나 항소절차와 상관없이 최종판정에 의한 구제조치는 그 효력이 진행되므로 만약 수입배제명령이 내려질 경우 해당 물품의 수입금지 조치는 유지된다. 수입중지가 그대로 진행될 경우, 공탁금 등을 통해 수입중지조치를 멈추는 방안도 있는데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막대한 금액을 토해낼 수 밖에 없는 결과가 생긴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음이 이번 판결로 명백히 밝혀졌다"며 "영업비밀 도용이 확인된 미국 ITC의 예비판결은 번복된 전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예비 판결은 최종 결정이나 다름 없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ITC의 판결 결과를 토대로 ITC 소송외에 국내에서 진행중인 민사, 서울지검에 접수된 형사고소 등으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에 관한 혐의를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시장에서 추격하고 있는 대웅제약에 타격을 가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메디톡스의 경우, 국내 시장(점유율 30%)에서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라는 제재를 받고 있어 국내 판매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23일 대전지방법원은 메디톡스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일시 효력정지를 결정한 바 있지만 말 그대로 ‘일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식약처가 25일자로 허가취소를 결정했지만, 메디톡스가 허가취소 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처분 취소 소송을 청구하자,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허가취소 처분의 효력을 이달 14일까지 정지한 것이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허가를 조금 더 유지해 시간을 벌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메디톡신의 허가 취소가 결정되기까지 시간만 조금 늦춰졌을 뿐 허가 취소 자체는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식약처가 메디톡신의 허가 취소를 결정한 이유가 제출 자료의 조작이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주력 제품인 메디톡신의 공백을 신제품 이노톡스 등으로 메운다는 전략이지만 종근당 등 보톡스 시장 진출 기업들이 늘면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두 회사 모두 끝 모를 소송을 진행하면서 적지 않은 변호사 비용을 지출한 탓에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4.1% 줄어든 2284억원, 영업이익은 87% 감소한 13억원에 그쳤다. 균주 출처 관련 소송비용 137억원이 반영된 탓이다. 메디톡스도 1분기 매출은 3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 줄었고 작년에 이어 적자가 이어지며 영업손실이 99억원을 기록했다.

    보톡스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내년에 59억달러(약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시장 분석업체 대달리서치가 전망했다. 보톡스 전체 시장에서 피부미용이 아닌 치료제 용도의 시장이 32억달러(약 3조 8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는 피부미용이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선진국 처럼 치료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톡스를 10개 이상의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허가 받은 앨러간은 이 분야 강자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분쟁이 격화될 수록 앨러간이 어부지리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보톡스 선두주자들의 분쟁에 대한 미국 ITC 예비판결 소식이 전해진 이날 대웅제약은 전거래일보다 17.23% 하락한 11만500원에, 메디톡스는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21만5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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