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 송환 거부한 사법부에 비난 ‘봇물’… 판사 규탄 청원, 하루만에 30만

조선비즈
  • 이은영 기자
    입력 2020.07.07 11:28

    "美·英·獨 공조해 붙잡은 손정우, 韓 사법부가 놔줬다"… 비난여론 들끓어
    손정우 송환 불허한 판사 규탄 청원, 하루만에 30만명 동의

    미국 다크웹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청소년 성(性)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24)가 미국 송환을 피하자, 사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해시태그 운동’이 진행되는가 하면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판사를 규탄하는 청원은 하루만에 3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가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 강영수)는 지난 6일 "손씨를 인도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이 아동·청소년 음란물 제작을 예방하고 억제하는데 상당한 이익이 된다"며 범죄인 인도 불허 결정을 내렸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아동 음란물 배포 및 광고 등의 혐의로 손씨를 기소하면서 한국 법무부에 인도를 요청했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손정우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다크웹에서 ‘웰컴 투 비디오’라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배포 사이트를 운영했다. 그는 총 22만건의 성 착취물을 유통해 수억원의 수익을 얻었다. 피해 아동 중에는 생후 6개월 된 신생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아 지난 4월 형기를 마쳤고 전날 석방됐다.

    그러자 사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도 모자라, 미국 송환을 거부하는 등 범죄인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현재 대법관 후보로 올라 있는 강영수 부장판사가 ‘도덕심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7일 오전 10시,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 글이 게시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30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원인은 "계란 한 판을 훔친 생계형 범죄자가 받은 형이 1년 8개월이다"라면서 "그런데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만들고, 끔찍한 범죄를 부추기고 주도한 손정우가 받은 형은 고작 1년 6개월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것을 두고 당당하게 ‘한국 내에서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판사 본인이 아동이 아니기에, 평생 성 착취를 당할 일 없는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기에 할 수 있는 오만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썼다.

    이 청원은 시작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이날 오전 10시 기준 30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SNS에는 사법부를 비판하는 해시태그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트위터에는 ‘#사법부도 공범이다 #미국에서 100년 손정우 송환하라’는 등의 해시태그가 1시간동안 1800여건 올라왔다.

    "손정우 잡으려고 32개국을 뒤져서 미국, 영국, 독일이 공조수사한 것을 대한민국 사법부가 석방시켜줬다" "여성 인권이 바닥이었던 조선 시대에도 성범죄자는 교수형이었다. 수치스러운 줄 알아라" 등의 반응도 이어졌다.

    이른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핵심인 ‘박사방’ 유료 회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지어 기각된 것도 사법부를 향한 비난에 기름을 부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박사방 가입자 남모(29)씨, 이모(32)씨, 김모(32)씨 등 세 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렸다. 한 차례 기각된 후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남씨만 영장이 발부됐고 나머지 두 사람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의 최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체적인 행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법리적으로 범죄집단 가입과 구성원 활동에 관한 구성 요건 해당성에 대해 다투고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미 성 착취 사건에 대한 공분이 높은 상황에서 사법부마저 신뢰를 저버렸다고 느끼면서 분노가 터진 것이라고 봤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손정우 사건은)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1년 6개월 형을 받은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며 "사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것이 핵심이고, 신뢰를 잃은 책임조차도 사법부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이 여성들에게 어떠한 심각한 범죄로 다가오는지 인식하고 제대로 된 형량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도 "더 중한 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사법부가 ‘사법주권’을 이유로 들어 송환을 거부했는데, 사법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이 사달이 난 게 아니냐"고 했다.

    그는 "앞으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재판이 이어질 텐데 사법부는 손정우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진지하게 자성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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