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전액 반환 결정 이유는... 98% 손실 알고도 7% 수익으로 속여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20.07.01 11:06 | 수정 2020.07.01 11:55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은 금융 분쟁조정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분쟁조정에서도 최대 배상폭이 80%에 그쳤다. 어떻게 전액 반환 결정이 나온 걸까.

    금융감독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가 2018년 11월부터 이미 부실이 확정돼 있었다고 보고 있다. 2018년 11월 27일부터 2019년 7월 17일까지 판매된 1611억원의 무역금융펀드는 운용사인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이미 부실이 난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속이고 팔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불완전판매 논란이 있었던 다른 금융투자상품들과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다른 점이다.

    ◇무역펀드 투자제안서 11개 허위 기재… "사기 수준"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미국의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등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그런데 2018년 11월 17일 IIG펀드 사무관리사는 IIG에 부실이 발생했고 청산절차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신한금융투자에 알렸다. 이때부터 신금투와 라임은 IIG를 편입한 무역금융펀드의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구조를 변경하고, 투자자산을 바꾸는 등의 작업에 나섰다. 2019년 1월 미국 출장을 통해 IIG 투자금액 2000억원 중 1000억원 정도는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런데도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투자제안서에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2018년 11월부터 이미 무역금융펀드의 수익률, 투자구조, 투자자산이 대거 바꼈는데도 투자제안서에는 변경된 내용을 담지 않았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도 투자제안서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그대로 팔기만 했다.

    일반적인 펀드의 불완전판매는 펀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투자자산의 가치가 하락해 손실이 날 때 발생한다.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경우에 불완전판매로 보고 투자원금의 일정비율을 반환하도록 한다. 그런데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펀드를 팔 때부터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부분(최대 98%)이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문제가 있는 펀드인 사실을 라임은 숨겼고, 문제가 있는 펀드인지를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는 확인도 하지 않고 판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떠안았다.

    금감원이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전액 반환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인 불완전판매와 달리 처음부터 손실이 확정된 하자가 있는 금융투자상품을 판 만큼 계약취소가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를 마트에서 생선을 파는 것에 비유했다. 마트에서 처음부터 상한 생선을 팔면 고객에게 전액 환불해주는 게 당연한데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이런 당연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한 생선을 팔았으면 일단 고객에게 전액 환불해주고 생선을 납품한 업체와 시비를 가리는 게 맞는 순서"라며 "금융산업에서도 앞으로는 같은 논리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제안서에서 금감원이 문제 삼은 항목은 11개에 달한다. 우선 IIG 등 라임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다고 한 투자자산에 대해 허위·부실 기재가 수두룩했다. 이미 부실이 발생한 IIG 목표수익률을 7%로 기재하고,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데도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것으로 수익구조를 그리고, 무역금융펀드가 투자한 BAF펀드에 유동성 문제가 생겼는데도 월별 환매가 가능하다고 기재했다.

    투자위험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총수익스와프(TRS)레버리지를 이용해 투자원금의 100%까지 대출을 받는다고 투자제안서에 적었지만 실제로는 146%까지 대출을 확대했다. TRS는 증권사가 펀드를 담보로 제공하는 일종의 대출 성격이다. TRS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이 우선변제권을 갖기 때문에 부실이 들어날 경우 투자자들이 손실을 키우는 구조다. TRS레버리지는 레버리지 비율만큼 손실이 날 수 있는 구조인데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다.

    보험에 가입된 무역금융에만 투자한다고 적었지만 보험가입 비율은 50%에 그쳤고, 펀드자산의 30%를 신용보험에 가입된 CI펀드에 투자한다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전부 무역금융펀드에만 투자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위험등급이 1등급인 상품이지만 일부 펀드는 3등급으로 기재해 팔기도 했다. 투자수익률도 실제보다 부풀렸다.

    금감원은 "일반적인 불완전판매는 투자제안서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거나 손실가능성을 알리지 않는 수준인데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투자제안서 자체가 허위로 작성됐다"며 "투자자가 계약을 체결하는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의 상당부분이 부실화됐기 때문에 계약 자체를 취소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어

    금감원은 이번 결정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피닉스펀드' 사건이다. 피닉스펀드 사건은 법원이 금융투자상품의 계약 취소를 인정한 유일한 케이스다. 피닉스펀드는 항공기 신규노선 운항 수익을 배분하는 펀드였다. 이 펀드의 투자제안서에는 '신규노선 인허가 완료'로 기재됐는데 실제로는 '비정기노선 인허가 완료, 정기노선 인허가 신청' 상태였다. 결국 정기노선은 인허가가 불허됐고 이로 인해 펀드는 손실을 냈다. 투자자들은 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 NH투자증권, SK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6년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해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하도록 했다.

    피닉스펀드 사건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가 맡았던 건이다. 금감원도 피닉스펀드 판례를 주목했다. 금감원은 현장조사와 두 차례에 걸친 법률 자문 끝에 같은 논리를 라임 무역금융펀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금감원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사건이 사기성이 농후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가 아닌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한 건 투자자의 피해 회복이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를 주장하면 분조위가 아닌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와야 투자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투자자 가운데 70대 고령자도 있는 만큼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법정 다툼보다 분조위 결정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기취소나 착오취소나 어차피 투자원금을 전액 반환하는 결과는 같기 때문에 조금 더 빠르게 피해회복이 가능한 착오취소로 안건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판매사가 조정안 거부하면 법원행… 금감원은 "사기 입증 자신있어"

    분조위 결정은 권고 사안이다.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는 20일 안에 조정안을 수락할지 결정해야 한다. 판매사가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거부하면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다. 금감원은 이럴 경우 투자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정 다툼을 벌여도 사기에 의한 계약취소로 전액 반환을 받아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판매사들도 법정 다툼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조정안을 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에 금융권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은 자신들도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에 사기를 당했다는 입장이다. 라임 무역금융펀드가 부실 펀드인 것을 모르고 팔았기 때문에 잘못은 없다는 식이다. 판매사들이 라임자산운용과 신금투를 상대로 자신들이 반환한 투자원금의 일부를 돌려받는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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