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선박 줄이는 해운사들… HMM만 대폭 늘어난 이유는

입력 2020.07.01 06:00

"HMM 정상화 위해 高용선료 선박 처리 지원해야" 목소리도

코로나19 여파에 전 세계 주요 해운사들의 선박 반납이 잇따르는 가운데 HMM(옛 현대상선(011200))만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로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이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물동량이 위축되자 선박을 줄여 생존을 모색하는 해운사들과 정반대 행보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경쟁력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면서도 기존 선박 계약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싼 가격에 계약한 용선(빌린 배) 계약을 해지해야 HMM의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1일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의 선복량은 코로나 확산 전인 1월에 비해 5.5% 줄어든 396만1798TEU을 기록하고 있다. 점유율도 17.8%에서 16.6%로 하락했다.

대우조선해양이 HMM에 인도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이치엠엠 코펜하겐’호의 운항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는 대부분 선복량을 축소 중이다. 대만의 완하이는 용선을 조절해 선복량을 10.7% 축소했고, 싱가포르의 PIL은 재정난에 보유하고 있던 선박 6척을 팔아 선복량이 10.6% 줄였다. 대만 양밍(7.3%)과 에버그린(3.6%), 일본 원(1.7%), 중국원양해운(1.3%), 스위스 MSC(1.2%) 등도 선복량을 축소했다.

이와 반대로 HMM의 선복량은 6개월 만에 49%가량 증가해 57만8222TEU로 늘었다.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발주했던 2만4000TEU급 12척, 1만6000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올해부터 차례로 현장에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HMM이 올해와 내년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모두 인도받으면, 선복량은 90만TEU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HMM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덕분에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꺼번에 대량의 화물을 실어 나르지만, 연료비나 항만 입출항료 등 제반 비용은 일반 컨테이너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이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보다 연간 약 64억원(유럽 항로 기준)의 운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걱정도 있다. 바로 고(高)용선료 계약을 맺은 선박과 높은 유휴(遊休)율 문제다. HMM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유럽 항로에 투입하면서 기존 선박들을 다른 항로에 당장 투입하지 못했다. HMM의 지난 5월 말 유휴 선박 비율은 32.9%로 글로벌 해운사들의 평균(11.6%)을 웃돌았다. HMM은 "지난 4월 디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이 시작됐는데, 이로 인해 선박 반선과 재투입을 준비하던 중 코로나19 영향이 심해져 유휴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HMM은 당장 잉여선복을 선주에게 반선하기가 쉽지 않다. 비싼 용선료를 내는 선박을 반선할 경우 높은 위약금을 내야 해 부담이 큰 편이다. 갑자기 용선료를 조정할 경우 화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최근 경영난에 처한 싱가포르 선사 PIL은 용선 계약을 한 일본 선사에게 "용선료를 95% 감액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HMM이 실적개선에 나서려면 위약금을 지불하더라도 용선료를 깎거나, 반선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과정에는 당연히 정부와 국책은행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다시 혈세 투입 논란이 일어날까 정부 측이 염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지금 HMM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높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선복량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좀 더 경제성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고용선료 선박들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최우선 과제는 HMM 경영안정"이라며 "정부가 무작정 HMM 수뇌부에게 흑자로 만들라고 강요만 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정부와 산은이 금전적 지원을 통해 고용선료 선박을 처리할 수 있도록 HMM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회장도 "HMM은 악성 용선료 계약 때문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기 힘든 상황"이라며 "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자금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HMM이 적자구조를 탈피해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