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자궁경부암' 사망자 6200만명 줄일 수 있다는데 한국은 5년새 15% 증가 왜?

조선비즈
  • 장윤서 기자
    입력 2020.06.30 17:22 | 수정 2020.06.30 18:02

    HPV 백신 접종대상 확대 글로벌 추세
    한국도 성인 남녀로 확대 필요성 대두
    대한감염학회 "성인 남성도 백신 접종" 권고

    조선DB
    오는 2030년까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만으로 저소득 국가·중하위권 소득 국가에서 우리나라 인구(약 5185만명)보다 더 많은 숫자인 6200만명의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에서도 자궁경부암 환자를 줄이기 위한 백신접종을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의학학술지 란셋(Lancet)에 촤근 실린 ‘세계보건기구(WHO) 자궁 경부암 제거 목표 달성에 따른 사망률 영향’ 논문에 따르면 100년 안에 자궁경부암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9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WHO 목표대로 오는 2030년까지 여성 90%가 자궁경부암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하고, 70%가 평생 2번의 HPV 검사를 받고, 90%는 자궁경부암 조기진단과 치료를 한다면 암이 대부분 사라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연구팀은 "자궁경부암이 예측대로 100년 내 소멸되려면 예방접종 대상과 범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99%에서 HPV가 발견될 정도로 바이러스가 주요 원인이다.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고 자궁경부암 및 생식기 사마귀,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및 남성의 음경암 등을 유발한다. 자궁경부암은 암 중에서도 예방 백신 접종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고 정기 검진을 받는 게 필요하다.

    영국, 호주,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을 포함한 전세계 113개국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사업에 HPV 백신을 포함하고 있다. 이중 40개국은 여아는 물론, 남아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호주는 오는 2034년 자궁경부암 사망 인구를 10만 명당 1명까지 감소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캐나다 정부는 20년 내 자궁경부암 퇴치 최초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HPV 예방 백신 효과는 통계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영국 공중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국가적으로 HPV 백신 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 2018년 기준 16~18세 여성 584명에서 HPV 16, 18형의 감염률이 0%로 나타났다. 해당 연령대가 12~13세 이었을 당시 HPV 백신 접종률은 86%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예방백신 접종 증가로 인해 HPV 원인인 고등급 자궁경부상피내 종양으로 진단받은 18~24세 미국 여성 수가 2008년 21만6000건에서 2016년 19만6000건으로 크게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들 국가 모두 자궁경부암을 필수 예방접종 대상으로 지정한 덕을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병기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호주, 캐나다 등은 적극적 NIP 사업을 통해 20년 내 자궁경부암 퇴치를 바라보고 있다"면서 "암 중에서도 자궁경부암의 종식을 100년 후에는 가능하다고 내다볼 수 있게 된 데는 국가의 조기 검진 프로그램과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사업의 기여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일부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자궁경부암 환자가 되레 늘고 있다.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환자 수는 지난해 6만3000여명으로, 지난 5년새 15% 이상 증가했다.

    성인에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접종률이 낮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HPV 예방 백신을 여성에게만 필요한 백신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HPV는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다. 가장 최근 출시한 9가 백신은 가장 많은 HPV 유형을 예방해 여성에서 나타나는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과 더불어 남녀 모두에서 항문암 등을 유발하는 HPV 유형을 90%까지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12세 여아 청소년의 경우 NIP 사업을 통해 2가 혹은 4가 HPV 백신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 반면 성인 남녀는 이 지원 사업의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HPV 백신이 청소년 시기에만 접종이 필요한 것으로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성 생활이 활발한 20~30대의 경우 HPV 감염·전파 위험이 가장 높다는 게 의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병기 교수는 "의료 선진국인 한국도 자궁경부암 종식을 위해 남녀 모두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 정부에서 정책적으로도 보다 백신 접종을 권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감염학회는 남성에게도 HPV 예방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의 한 모델링 연구 결과에서도 남녀 모두 접종 시 여성 단독 접종시보다 HPV 감염률이 현저히 낮아졌고, 남성에서 HPV 감염이 줄어들면 여성에서 나타나는 HPV 질환도 감소됐다. 영국은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12~13세 남학생을 상대로 HPV 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대한감염학회는 "HPV는 성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만큼 남녀 모두 본인과 사랑하는 사람을 HPV 감염에서 보호하기 위해서 HPV 예방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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